북 주민 “하루 옥수수죽 두 끼”... 보릿고개 공포감 확산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4.05.02
북 주민 “하루 옥수수죽 두 끼”... 보릿고개 공포감 확산 2011년 9월 30일, 황해남도에서 한 북한 농부가 여름 홍수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한 마을을 걸어가고 있다.
/REUTERS

앵커: 북한이 본격적으로 보릿고개 시기에 접어든 가운데 한 인민반의 20%에 가까운 세대가 하루에 두 끼 이하, 그것도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취약계층에서는 꽃제비가 되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발생하면서 북한 주민 사이에 보릿고개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전년도보다 증가했지만, 그만큼 군량미로 우선 공급되면서 북한 주민에게는 큰 혜택이 없다고 합니다.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 상황을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어떻게 살아남을까보릿고개 두려움 확산

 

한 인민반에서 약 3~7세대가 하루에 두 끼 이하, 옥수수죽으로 버티고 있다.” (양강도)

 

인민반의 약 40%가 어렵게 사는데, 꽃제비가 되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발생하고 있다.” (함경북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북부 지역의 취재협조자가 최근 (419)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북한 내부 상황입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양강도의 취재협조자는 지난 4월 초순에 한 전화 통화에서

한 인민반이 약 20~40세대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3~7세대 정도가 하루 두 끼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 두 끼 식사조차도 옥수수죽이나 옥수수밥에 무, 감자, 시래기 등을 섞은 것으로, 겨우 버티는 형편이라는 겁니다.

 

함경북도의 취재협조자도 “인민반의 약 40% 정도가 어렵게 살고 있다당국의 통제로 장마당이 위축되면서, 과거 장사를 해 비교적 여유 있게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하루 벌이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것조차 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서는 굶어 죽거나 꽃제비가 되고 있다고 취재협조자는 덧붙였습니다.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에 북한이 본격적인 보릿고개 시기에 들어서면서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보릿고개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많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2023년은 정말 힘들고 심각한 상태였던 것이 아시아프레스의 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작년 3월 초부터 8월까지 많은 사람이 병들고, 식량이 부족해 먹을 게 없어서 사망한 것이 많이 나타났고요. 이것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었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2023년에는 감자가 풍작이었습니다. 9월 이후 옥수수, 백미 대신 감자가 많이 공급돼서 한숨 돌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2024 3월 초부터는 많은 사람들, 특히 북부 지역 주민들 가운데 불안이 많이 확산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작년만큼 어려워지지 않을까, 기아에 대한 공포가 많이 확산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TBS 방송은 최근(428) 지난해 5월에 탈북한 김 모 씨가 촬영한 굶주린 북한 주민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4월 황해남도에서 촬영한 이 영상에는 한 남성이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탈북민 김 씨는 방송에서 굶주려서 쓰러진 것 같은데,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김 씨는 “굶주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으며, 1990년대 대기근이었던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힘들었고, 특히 코로나 대유행 때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김혁 선임연구원도 RFA에 올해 보릿고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혁] (북한 당국이) 계획분으로 너무 많은 걸 가져가고, 외부 시장에 통용될 수 있는 곡물을 통제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쌀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물가는 계속 올라갈 것이고요. 올해도 아마 보릿고개라고 해서 식량 통제가 나아지기보다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보릿고개는 한동안 더 이어질 거라는 거죠.

 

곡물 생산량 늘었어도 군량미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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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9일, 황해남도에서 여름 홍수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집단농장에서 한 북한 소년이 마을을 걸어가고 있다. / Reuters

 

한국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과 옥수수 등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31만 톤, 6.9%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국가 보유 식량을 먼저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돌아가는 곡물량에 큰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내부 협조자들에게 ‘2023년은 풍작이란 보도가 있었는데 왜 사람들이 계속 어려운가를 질문했습니다. 농장에서도 생산량이 크게 늘었는데, 농민에 대한 분배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주민들의 여유가 생긴 게 아니고, 우선순위가 군량미, 공공기관, 그리고 안전국이나 보위원 등 체제 유지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서 주민들에게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시장으로 유출되는 곡물 통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기능은 약화하는 반면, 쌀 가격은 상승해 일반 주민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시장 최신 물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 4 26일 기준 쌀 가격은 1kg에 북한 돈 7천 원으로, 이는 올해 1월까지 5천 원 선이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탈북민 출신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RFA에 심지어 양곡판매소의 곡물 가격도 올랐다며, 현금이 부족한 북한 주민의 고통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충희] 식량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 정부가 가격을 관리하는 식량판매소(양곡판매소) 가격도 올랐습니다. 보통 북한 돈에 대한 달러 환율이 8천 원에서 8500원 선이라고 봤을 때, 쌀 가격이 4천 원 정도는 유지해야 정상이라고 보는데요. 작년에는 식량판매소에서 쌀을 싸게 팔았는데, 올해는 시장 가격과 100원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그걸 봤을 때 당국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식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듯 보이고, 이로 인해 어쩌면 북한 주민들이 작년보다 더 힘들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절량 세대 많아지면서 아사자 증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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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30일, 황해남도에서 여름 홍수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집단농장에서 한 북한 소년이 밭에서 일하고 있다. / Reuters  

 

이시마루 대표는 취약계층부터 아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도시 주민은 시장 통제에 따라 장사를 할 수 없어 현금 수입이 급감했고, 농촌 주민은 부족한 식량에 현금 수입의 기회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먹고살 방법이 제한되니 보니, 벼랑 끝에 몰린 북한 주민 사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작년에는 아사자가 3월부터 많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요. 점점 그런 분위기와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감도 많지 않고, 취약한 계층부터 몰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어려운 사람 중에는 지금 굶어 죽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4~5월 지나면서 좋아진다는 전망이 전혀 안 보이니까 공포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생산지인 농촌에서도 이른바 절량세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충희] 시장에서 상인들이 시장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예년에 비해, 코로나 시기에 확 줄었다가 별로 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 장마당에서 하루 벌어서 2~3일 먹고살았는데요. 소득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시장 활동이 위축되면서 감자나 밀, 보리가 나올 때까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살아남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당연히 생기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북한 당국도 나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중앙 정부로부터 “절량 세대를 돌봐주라는 지시가 내려와 각 인민반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쌀과 옥수수 1~2kg씩을 모으는가 하면, 동사무소 등 행정기관에서는 소량의 옥수수를 지원하고 있지만, 절량 세대가 많아지면서 지원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입니다.

 

또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식량이 전혀 없어 끼니를 잇지 못하는 절량 세대 농민들에게 옥수수 식량을 환곡, 즉 연말 결산 분배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기사)

 

[이시마루 지로] 우리 협조자들도 한결같이 말합니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되는 건가라는 공포가 많이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 주민 입장에서 현금 수입이 정말 중요한데 장사도 못 하게 하고 개인의 경제활동을 많이 제한해 왔기 때문에 출구가 안 보인다는 거죠. 식량 가격은 계속 올라가지, 수입은 얻을 방법이 없지 해서 작년처럼 되면 어떻게 살겠냐는 공포가 많이 확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조충희 연구소장은 북한 식량난의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충희] 공급이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식량 생산이 잘 됐다고 해도 일 년에 기본적으로 100만 톤 정도는 외부에서 공급이 돼야 하는데요. 지금 북한 내부로 들어가는 물품을 살펴보면 자동차,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등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식량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식량 사정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거죠. 시장을 활성화하고, 곡물 수입도 증가시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기 때문에, 당국의 책임이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6개 나라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유엔의 인도적 지원 계획 대상국 명단에서 4년 연속 제외됐습니다. 유엔 직원들의 입국이 여전히 허용되지 않아 지원 업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보릿고개를 앞두고 북한 식량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공급이 필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이 여전히 인도적 지원의 손길을 외면하는 가운데 식량을 사 먹을 여유조차 없는 북한 주민의 걱정과 한숨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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