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사라 손 “영, 북 인권 책임 규명에 큰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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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인권 침해를 자행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사라 손(Sarah Son) 한국학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영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큰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인권 유린 가해자에 대한 책임규명과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활동 방안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인터뷰], 사라 손 교수와 대담에 서혜준 기자입니다.

“북 인권 유린 책임규명에 있어 영국 여건 좋아”

[기자] 사라 손 교수님. 셰필드 대학이 영국에서 한국학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영국의 입장에서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영국 셰필드 대학의 사라 손 한국학 교수. /셰필드 대학
영국 셰필드 대학의 사라 손 한국학 교수. /셰필드 대학

[사라 손] 저는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작업했습니다. 저는 형사 사법 절차를 포함해 책임규명의 모든 형태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시민단체들과 유엔 서울 사무소 등은 미래의 형사 사법 절차를 목적으로 문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형사 사법 절차가) 언제 가능할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작업을 통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을 배웠다는 점은 (앞으로) 굉장한 도움이 될 겁니다. 또 피해를 입은 탈북민들을 인터뷰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염두에 두어야 할 법적 요소들만 해도여러 가지가 있는 데다, 형사 사법 절차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증거 수집 담당자와 어떻게 공유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영국은 이와 관련한 법적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 규명에 있어 영국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사라 손] 그 이유는 비사법적 조치를 포함하기 위해 더 광범위한 책임의 정의를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단순히 법정에 기소하는 것을 넘어 훨씬 더 포괄적인 회복 과정으로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주는 겁니다. 왜냐하면, 법정 사건은 종종 피해자들이 어느 정도의 증언을 하는 것 외에는 그들이 소외감이나 정의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회는 이들의 피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방식으로 치유해야 하고요.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공동체의 재건 활동에도 참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저는 영국이 한국과 동맹국으로서 부분적으로 이 일을 촉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 인권 유린의 피해자들이 그들의 경험을 말하거나 공유하는 데 있어 완전한 자유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 경험을 감추고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인권 유린의 피해자들은 그들이 겪은 일을 표현하고,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요청하는 데 있어 한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영국이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규명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한국, 미국, 유엔 북한인권대사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의 노력이 어떤 효과를 낼 거라고 보십니까?

[사라 손] 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관심은 놀랄 만한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라 이행했지만 중단됐거나, 과거에 이행되지 않았던 특정 약속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에 관한 윤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또 흥미로운 것은 지난 5년 동안 제가 접촉해 왔던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의 업무는 변하지 않았고, 적어도 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인권 유린 사례들을) 문서화하고 보고서를 출판해 왔습니다. 또 북한 인권 문제를 기록하고 있는 유엔 서울 사무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실제 업무에서는 변한 것은 없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어떤 면에서는 악화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직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추가으로 노력하거나, 적어도 한국 정치권 내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려는 의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 사태와 국경봉쇄 강화 등으로 북중 국경을 넘는 탈북민 수가 줄어들면서 이들의 증언을 듣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북한 인권 유린에 관한 자료수집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영국에서는 어떻게 정보를 얻고 계십니까?

[사라 손]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는 이전보다 훨씬 적습니다. 저는 그동안 국내외 시민단체들과 연구기관의 (북한 인권 유린 관련) 문서화 작업을 관찰해 왔습니다. (문서화 작업은) 영국에서 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영국의 몇몇 시민단체를 포함해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상하원의원 모임(APPG NK)’등은 다른 단체들이 수집한 2차 자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연구 기관들은 북한을 관찰하기 위해 위성 사진 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는데, 북한의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종류의 건설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들판이나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어떤지 등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겁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북한에서 어떠한 특정 활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지, 또 그 추세는 어떤지 등을 광범위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국과 북한 외교, 북 코로나 조치 완화 때까지 지켜봐야 할 문제”

[기자] 영국에는 이미 수백 명의 탈북민이 정착해 살고 있고요. 한국계 이민자도 많은데요. 이들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사라 손] 영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이 많다고 해도 애초 우리가 (그들의 역할에 대해) 기대한 만큼은 못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영국과 한국이 지문 자료를 공유하고, 영국이 이미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에게 더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탈북민 인구 유입은 멈췄습니다. 또 현재 영국 내 탈북민 대다수가 인권 활동이나 연구 등에 관심이 없거나 관여하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저 사회에 섞여 삶을 살아가기에 바쁩니다. 인권 활동가로 활동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위기'를 겪고 있고,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당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북한에 관해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도 관심을 두기 어렵게 합니다. 그럼에도 영국과 북한은 외교 관계를 갖고 있고, 한국과 영국도 올해 수교를 맺은 지 140주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 대학에서 한국학과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는 북한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지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영국은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추구하는 것과 관련해 국제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양의 영국 대사관 건물.jpeg
북한 평양의 영국, 독일, 스웨덴, 프랑스 대사관 건물. /AP

[기자] 마지막으로 영국이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평양에 대사관을 운영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철수했지요. 현재 영국과 북한의 양국 관계는 어떻다고 평가하십니까?

[사라 손] 영국과 북한 사이 외교적 대화의 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대면 회담이 불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양국 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북한에 영국 외교관들과 평양과학기술대학에 근무했던 영국 국적자들이 꽤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떠났고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영국과 북한 관계가 정상적인지, 아니면 여전히 접촉이 불가능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 분명 북한과 관련한 영국 의회의 활동은 지난 몇 년 동안 (과거에 비해) 조용했습니다. 그것이 대북 관계에 대한 영국의 무관심이나 와해의 징후인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다시 외국 인사를 받아들일 때, 그들이 어떤 것들을 허용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겁니다. 외교관들을 복귀시키는 것과 관련해 어떤 부분에서 개방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떤 다양한 장소에서 외교를 할지를 지켜봐야 현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교수님.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영국 셰필드 대학의 사라 손 한국학 교수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