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밤에도 불 밝히며 공사 매진
2024.10.04
앵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에서 밤낮없이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밤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여러 중장비를 동원해 고층 살림집을 건설 중인데요.
전문가들은 “최단기간 내 살림집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라”는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수해 복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빠듯한 일정과 자재 부족 등으로 부실 공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단둥 소식통 “야간작업하며 건설 공사 중”
중국 단둥의 현지 소식통이 4일 직접 촬영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의 모습.
이 소식통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압록강 너머 신의주 일대가 야간 조명으로 환합니다. 바로 지난 7월 말 수해가 일어났던 지역으로, 야간 조명을 밝히면서 건설 공사 중입니다.
전력이 부족한 북한에서 밤에도 이처럼 밝은 불빛을 내는 모습은 이례적입니다.
단둥의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라며 “날씨가 추워지기 전인 오는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무조건 (수재민을) 입주시키라는 당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습니다.
단둥의 현지 소식통이 2024년 9월 26일에 촬영한 북한 신의주 일대 모습. / RFA (김지은 기자 제공)
지난달 26일에 촬영한 동영상에서도 신의주 일대 강변을 따라 여러 중장비가 동원돼 수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최소 10층 높이의 살림집들이 건설 중인 모습이 식별됐습니다.
고층 건물에 철근 대신 나무… 전문가들 “부실 공사 우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3일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일대.
지난 7월 말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로 불어난 수위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 보이고, 제방 공사가 진전되면서 내륙 지역에 흐르는 물이 점차 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강 상류에는 어적도와 의주군 일대를 잇는 임시 다리가 건설됐고, 다지도와 의주군을 잇는 임시 도로가 생긴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김혁 선임연구원은 지난 1일 RFA에 신의주시와 의주군 일대에 제방 공사가 마무리되고, 임시 다리와 도로를 설치하는 모습이 식별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혁] 위성사진 가운데 아래쪽에 보면 도로가 건설됐습니다. 다리는 아닌 것 같고, 흙 도로인데요. 일부 물이 빠지는 구간을 만들어 놨을 거예요. 상단에 제방 건설이 완료되면서 물이 더 이상 안 들어오잖아요. 건설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임시 흙 도로를 만든 겁니다. 쉽게 얘기하면 흙길을 깐 거예요.
김 선임연구원은 도로가 건설되면서 살림집이 올라가는 속도가 탄력을 받고 있지만, 건설을 급하게 추진하고 있어 부실 공사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북한 당국이 공개한 김 총비서의 수해 현장 현지 지도 사진을 보면 열악한 공사가 진행 중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건물을 지탱하는 철근의 굵기가 가늘고, 노동자들이 맨손으로 철제를 고정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곳곳에 철근 대신 나무를 사용해 기초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인 유튜브에 (9월 20일에 촬영된) 북한 신의주 수해 지역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수해 복구 현장의 공사 수준이 한국의 1960~1970년대 모습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하면서 “집 안에 난방, 전기 시설, 상하수도 시설 등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보통 7층 규모의 건물을 지으면 지하에 터를 파고 튼튼하게 기초 공사를 해야 하는데, 굴삭기로 터를 파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라며 콘크리트 타설도 아니고, 기초가 튼튼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실 공사의 전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선임연구원도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살림집 건설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건물 붕괴 위험성도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혁] 속도는 굉장히 빨라요. 살림집도 빠르게 건설되고 있는데, 철제가 많이 안 들어가는 모습들이 나와요. 한국은 몇 층짜리라도 철근이 꼼꼼하게 들어가거든요. 북한은 철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철근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최소한으로만 철근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고요. 문제는 나중에 건물 붕괴 위험성이 훨씬 더 높아지겠죠. 철근이 많이 들어가는 건 그만큼 건물이 튼튼하고 덜 무너진다는 겁니다. 이 정도 수준에서 철근을 넣어도 당장은 문제가 안 생기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주변 일대에서 지진이라도 한 번 일어난다고 하면 붕괴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거죠.
특히 신의주 일대는 습지대이기 때문에 새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대와 건물이 충분히 견고해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서둘러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자연재해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RFA의 주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1일 RFA에 북한이 수해 지역의 살림집 완공을 서두르고 있지만, 자재와 운송 수단 등 기본적인 역량이 부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리정호] 자재 문제가 기본적으로 걸릴 것 같아요. 북한 자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건 제한되어 있습니다. 강재도 생산하기 힘들 거예요. 철근, 시멘트도 그렇고요. 보니까 열악하기 짝이 없더라고요. 지진이 조금만 나도 다 무너질 것 같더라고요. 내부 상하수도 시설도 만들어야 하고, 안에 미장도 다시 하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집 몇 칸만 그렇게 보이게 하고 나머지는….
기본적으로 건물을 올리고, 외관 공사는 마칠 수 있겠지만, 내부 시설과 기반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주변 정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이 단둥 앞 신의주에서 야간에도 환히 불을 밝히며 공사에 매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도움 없이도 문제없이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지난 9월 29일 수해 현장을 방문해 “최단기간 내 살림집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고 수해 지역 인민들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펼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주문한 김정은 총비서.
북한 당국이 밤낮없이 노동력을 동원해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시한 마감 기일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