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봉쇄 탓 탈북민 향수 달래던 인조고기 품귀
2022.10.25
앵커: 북한이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2년 반 넘게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중국을 거쳐 아름아름 들여오던 북한산 식품과 식자재도 공급이 끊겼습니다. 이 때문에 탈북민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찾던 북한 식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인조고기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고 탈북민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국경봉쇄로 북한산 식품 수입 ‘뚝’…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이지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던 인조고기가 안 들어와요.
한국에 정착한 지 8년째인 탈북민 이지연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요청) 씨는 최근 한국에서 북한산 인조고기(콩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을 가공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수도권에 사는 탈북민 김영우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요청) 씨도 (20일) RFA에 북한의 국경봉쇄가 길어지면서 시장에서 북한산 식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털어놓습니다.
[김영우] (북한산 식품이) 많이 들어오고 했었는데 지금 많이 끊겨서, 가서 보니까 북한 음식이 진짜 많이 없어지고 (판매점에서) “진짜 이번에 인조고기가 마지막이에요” 이러시더라고요.
특히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즐겨먹던 북한산 인조고기는 더 이상 한국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 수도권의 한 북한식품 전문판매점은 (21일) RFA에 “이전에는 북한산 인조고기가 판매됐지만, 현재는 중국산으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식량 사정이 악화함에 따라 대내적인 수요가 높아져 식품 자체의 가격이 올랐다”며 “중국을 통해 한국까지 들여오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판매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판매점 측은 “현재는 중국 연변에서 북한 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산 식품 가짓수 줄고, 질도 달라져
3년 전만 해도 한국의 북한 식당 혹은 매점에 가면 건어물, 사탕, 과자 등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판매됐지만, 최근 그 가짓수도 줄었다고 김영우 씨는 말합니니다.
[김영우] 이제는 식당에 가도 북한산 인조고기밥이 없고요. 한국에서 지금 인조고기를 생산하고 있대요. 그런데 질이 좀 다르더라고요. 맛도 다르고.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만들었던 음식이 못 들어오는 상황을 진짜 느끼는 것 같아요.
이지연 씨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여오던 인조고기의 수입이 끊기면서 한국이나 중국에서 자체 생산한 탓에 그 맛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연] 탈북민 중에 북한 식당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이 하는 식당에 가서 보면 이전에는 진짜 제대로 북한에서 나오는 인조고기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와서 인조고기밥을 해서 그나마 북한에서 먹던 음식 맛이 났는데, 최근에 제가 가보니까 북한산 인조고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인조고기 자체를 국내에서 생산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맛이 안 나요. 아예 맛이 없고 못 먹겠더라고요.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북·중 무역이 차단되면서 북한 식품을 비롯한 북한에서 들여오던 제품의 밀수 경로가 막혔기 때문에 자체생산에 의존할 수 밖에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동완] 북·중 국경에서 밀수를 통해서 북한으로부터 중국으로 물건이 나오고 그 물건이 다시 한국으로 유입되는 구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대북 제재라든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 완전히 봉쇄돼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밀수를 통해서 북한의 물건들이 나오거나 북한의 음식 재료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은 지금 탈북민들이 고향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경로도 완전히 막혀 있다고 봐야 하는 거죠.
유독 인조고기의 맛이 달라진 이유는?
두부밥이나 간식 같은 경우에는 이전과 비슷한 맛과 질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독 인조고기의 질이 크게 차이난다고 이지연 씨는 말했습니다.
[이지연] 한국에서 자체로 생산하는 인조고기밥이라고 가서 먹어보니까, 세상에 더 못 먹겠더라고요, 기름을 안 짰나 어쨌나 하여튼 이상하게 매끌매끌하고 두껍고 고기도 맛이 없더라고요.
인조고기의 두께는 두꺼워지고 기름의 농도는 더 진해졌다는 겁니다.
[이지연] 색깔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질도 다르고. 북한 인조고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인조고기밥이라고 팔더라고요. 북한산 인조고기가 들어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못 먹겠더라고요 맛도 없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북한식품 판매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손혜영 씨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했지만, 세부적인 기술은 구현하지 못해 식품의 질이 달라진 듯하다고 설명합니다.
[손혜영] 북한에 있는 기계를 중국으로 들여와서 중국에서 가공해서 한국으로 들여보냈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대두박(콩 찌꺼기)이나 이런 재료로 얇게 만드는데 중국에서는 그 기술을 못 따라 하니까 그냥 두껍게 해서 북한식품이라고 생산해서 한국에다가 북한 걸로 해서 파는 거예요.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어요.
또 북한은 중국과 달리 콩에서 기름 한 방울까지 다 뽑기 때문에 인조고기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손 씨는 덧붙였습니다.
[손혜영] 북한에서는 기름을 다 뽑잖아요. 콩으로 해도 그 기름을 싹 뽑고 하니까 (인조고기에) 기름이 없죠. 그런데 중국에서 하는 거는 기름을 덜 뽑고 하니까 무게나 두께나 (다르죠).
인조고기는 콩에서 기름을 짜낸 후에 남은 대두박(콩 찌꺼기)으로 만드는데 북한과 달리 중국은 콩기름을 충분히 짜지 않는다는 겁니다.
탈북민 김영우 씨는 북한에 농약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는 탓에 유기농 식자재가 많은 점도 맛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우] 인조고기를 생산할 때 결국에는 기계가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사람들이 수공업으로 많이 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또 유기농으로도 많이 하고요. 북한은 이런 농약 같은 걸 많이 안 쓰니까 유기농이기도 하고 사실 약 뿌려서 콩을 수확하는 것보다는 자연적으로 나는 콩들이 더 고소하고 그런 게 있거든요. 그 맛의 차이는 농약이나 그런 약들을 적게 써서 유기농이라서 좀 더 맛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 씨는 그리운 고향의 추억이 담겨있는 북한 음식을 구하기 점점 어려워지자 착잡한 심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영우] 한국에서 만들면 아무래도 한국 재료를 쓰다 보니까 아무리 북한 음식이라고 하지만 맛이 예전 맛이 아닌데 그래도 또 고향 맛이 나니까 가는 거죠. 그냥 비슷한 맛이라도 먹고 싶어서.
손혜영 씨도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한 북한 식품 맛의 차이는 크지만 어쩔 수 없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 북한 식품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손혜영] 북한에서는 인조고기에도 맛이 있거든요. 어떤 맛인가 하면 생선 인조고기, 새우 인조고기 이렇게 (다양하게) 팔거든요. 근데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그게 아니고 고향 맛은 안 나는데 고향에서 먹었던 생각에 사 먹는 거죠.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국경봉쇄로 북한 식품과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탈북민들의 향수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