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극심한 봄 가뭄과 여름 장마로 북한의 올 해 곡물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다봅니다. 이처럼 수확량은 감소했지만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서 걷는 농작물 수매 비중을 더 늘려 주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천소람 기자가 탈북민 출신 김혁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장마당 통제로 급등했던 곡물가격 점차 안정 찾을 듯
[기자]최근 한국은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북한도 올해 봄 가뭄부터 시작해서 폭염, 폭우 등 피해가 속출했을 것 같은데요. 미뤄지는 국경개방, 그리고 코로나비루스 사태로 인한 이동 제한으로 인해 장마당 등 시장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의 곡물 가격은 어떤지요?
[김 혁]쌀이 보통 6천 원 초중반 이렇게 나타나고 있고, 시장이 기본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들이 돌기는 합니다. 문제는 북한의 전체 시장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일부 지역만, 대도시의 시장 등 필수적으로 활용을 해야 되는 공간들이 (개방되고 있죠). 코로나19가 터진 다음에 시장을 통제하고 내부 단속도 강화했고, 장기화하며 주민들의 생활고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시장을 통제하면서 급격하게 곡물 가격이 올라갔다가 다시 안정기를 좀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기자]북한 당국이 10일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는 등 코로나 사태가 정리되어 가면서 장마당도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시장 상황은 어떤지요?
[김 혁]시장이 풀리면 곡물가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갈 겁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그만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지의 문제인데요. 북한 시장의 곡물가는 개인들이 많이 움직여 왔습니다. 그동안 개인들의 농사 생산물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며 시장의 곡물 가격이 유지가 됐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현재 북한의 당국 차원에서 공급하는 식량이 원래는 봄보리, 봄밀 이런 것들인데 이들의 수확량이 많아야 되거든요. 근데 봄 가뭄 때문에 수확량이 굉장히 떨어졌을 것으로 지금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곡물 생산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푼다는 건 한계가 있으니 장마당 통제를 어느 정도 풀어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자]그렇다면 북한의 올해 곡물 상황과 수확량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김 혁]봄 가뭄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밀과 보리를 조기에 가을걷이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북한에서 곡물을 사전에 벤다는 건 그만큼 알곡이 채 여물기도 전에 걷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말이죠. 가뭄 때문에 다 타버리니까 그랬는데 6월 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장마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벼가 타격을 받습니다. 북한의 수리 시설 자체가 가뭄뿐만 아니라 장마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연말에 북한이 가지고 있는 곡물 생산량 기준이 평균 460만 톤에서 490만 톤 정도 사이로 추정해오는데요. 여기에서 못해도 한 3분의 1, 최소 100만 톤 이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가 있는 거죠.
[기자]북한 수리 시설이 가뭄, 장마 등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 혁]비가 내리면 빠른 시간 안에 배수를 해야 되는데, 시설이 일단 제대로 안 갖춰져 있고 그다음에 설비 자체가 너무 노후화하다 보니 대응을 잘 못하고, 그러면서 물이 자꾸 넘쳐납니다. 그래서 논, 밭에 수해가 발생하는 건데요. 논이 물에 잠기고 장기화 되면 벼가 썩는 거거든요. 그리고 제방이 무너지고 논두렁이 무너지고 이러면서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특히 장마가 많이 진 지역을 보면 황해남도 재령벌이 굉장히 유명하거든요. 황해남도 연백벌, 평안북도 지역에서는 정주, 피현, 황해북도 개성 등 이 지역들이 사실 논을 굉장히 많이 움직이는 곳들인데 이 지역에 폭우가 내리며 굉장히 많이 수해 피해를 봤습니다. 이런 피해 현상들을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가지고 있는 수리 시설의 문제점을 놓고 보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중국에서 곡물 수입 받기 위해 코로나 제한 풀어
[기자]그렇군요. 이런 수해 상황에 코로나까지 겹치니 곡물 문제가 심각할 듯합니다.
[김 혁]코로나 (방역)를 빨리 푸는 이유가 있습니다. 곡물 문제가 심각해요.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은 결국에는 장마당을 어느 정도 허용해주고 그 다음에 외부로부터 곡물을 수입해야 합니다. 곡물 수입이 결국 중국 쪽에서 수입하는 방법이거든요. 중국으로선 (북한의)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 곡물을 준다는 건 굉장히 불편한 내용이잖아요. 그래서 북한은 적극적으로 (곡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코로나비루스가 없다고 얘기하며 (제한을) 풀고 있는 거죠. 물론 지켜봐야 되겠지만, 올해 곡물 생산량은 굉장히 악화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기자]그렇다면, 최근 몇 년간 수확량이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김 혁]그렇죠. 북한이 최근에 (수확량이) 제일 잘 나왔다고 얘기를 한 게 2019년 560만 톤 인데요. 내막을 잘 보면 북한이 2019년 전후로 농장원들에게 수매를 많이 해갔습니다. 식량 생산량에서 원래 6:4 제를 7:3 제로 바꿨어요. 6:4제는 '6'을 국가가 가져가고 '4'를 농민이 가져가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 국가가 '7'을 수매해가고 '3'을 농민들이 가져가는 거죠. 그러면 그만큼 농민들이 먹는 양이 줄어들겠죠.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높은 생산량으로 (선전했지만) 실제로 농가들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기자]식량이 줄었는데 북한 당국은 농가들의 식량을 더 가져가는군요. 올해 수확량이 확 줄면 식량도 줄어드는 건데, 북한 당국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요?
[김 혁]북한이 기본적으로 공급을 해야 하는 공급 대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대, 돌격대 등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주요 사업에 공급해야 돼요. 근데 곡물 생산량이 줄었다고 해서 그 양을 다 못 채우게 되면 국가 건설에 필요한 주요 인력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쥐어짤 수 있는 건 농가구가 되는 거죠. 농민들에게 식량을 더 많이 반강제적으로 수매를 해가는 거니까요.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식량 수입이 원활해져 지원받게 된다면 그건 또 얘기가 좀 달라지겠죠.
[기자]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여론이 꾸준히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 핵실험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을 덮친 가뭄, 홍수, 장마 등 기상 상황 때문이라는 주장과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 주민들의 민심도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 혁] 7차 핵실험이라고 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굉장히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상이잖아요. 북한은 7차 핵실험을 할 만큼 지금 대외적인 상황 혹은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봅니다. 기상 상황, 코로나19로 인한 민심 문제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 이유라고 보는 거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사회주의권 신냉전 형태로 문제가 터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북한은) 작은 카드만 가지고도 충분히 원하는 모양새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상황에서 핵실험을 한다는 건 중국하고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불편합니다. 핵 개발은 이 양 국가들이 불편해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신냉전 형성이 구체화되는 거에 대해 북한은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북 제재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북 제재 때문에 교류를 못 하고 교역 문제에서도 상당히 제약받고 있잖아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진영에 포함이 되면 그런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북한 당국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주민들의 동요는 크지 않을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김 혁]사실 주민들의 민심이 핵 개발에 그렇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먹고 살기도 힘든데 북한은 당국은 계속 핵실험이나 한다'고 이렇게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 '핵 개발은 북한을 지키고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북한은 끊임없이 선전을 해왔고, 또 그것을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연결시키거든요. 반대 입장에서 보면 이건 엄청난 문제잖아요. 대북 제재가 있고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핵실험을 하고 있고, 이것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해치는 중대한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 내에서는 다릅니다. 핵실험이 북한 민심에 그렇게 큰 악영향을 미치거나 민심이 안 좋아지는 개념과는 좀 별개로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김혁 박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