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밀 수확량 증산에 애쓰고 있습니다. 밀 재배 면적을 늘리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관영매체가 강조하고 나선 건데요, 문 박사님,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해 말 인민들의 주식을 옥수수에서 쌀과 밀가루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뒤 북한 당국이 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하군요.

문성희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도 밀과 보리 생산에 힘을 놓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쌀과 옥수수 생산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려고 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북한 매체들도 평안남도 덕천시·숙천군, 함경남도 함주군·홍원군 등지에서 밀 농사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다만 평안남도 덕천이나 숙천, 함경남도 함주나 홍원 같은 곳은 원래 농사가 잘 되는 곳입니다. 밀 생산 등에 적합한 입지일지도 모르겠지요. 한편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문화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무조건 밥에 국이 있으면 그것으로 됐는데 최근에 특히 젊은 사람들 중에서 외국의 식사 문화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를 들어 빵이지요. 아침은 빵에 커피로 끝낸다는 북한 사람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방에서는 샌드위치를 보이니까 난생 처음 보는 음식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평양에서는 빵을 즐기는 식생활문화가 침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빵 뿐만이 아니라 파스타와 같은 이탈리아 요리도 그렇지요. 그런 서양음식이 침투하게 되니 밀 수요도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으로서는 그것은 거꾸로 본다면 쌀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쌀 대용으로 밀을 공급하자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거기서 빵이나 파스타 등 밀을 사용한 여러 서양 음식들을 고안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을 자주 오가실 때 밀농사에 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문성희 잘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농촌에 취재를 가면 대부분 쌀 농사에 관한 취재가 많았기 때문에 밀농사를 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당연히 밀농사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농촌이라고 하면 대개 논과 옥수수 밭을 기본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자동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혹시나 밀 농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장소도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는 하여튼 북한 주민들의 주식은 밥에 국이 기본이었습니다. 다만 호텔에서는 빵이 여러 번 나왔고 2010년에는 빵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직접 빵을 제조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일정하게 밀은 확보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북한에서 생산된 것인지 아니면 외국에서 수입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도 등을 보면 쌀과 옥수수의 수입 의존도는 2% 이하인데 밀가루 수입 의존도는 40 %-60%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밀은 많은 양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에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밀가루 가격이 세계적으로 폭등하고 있기에 북한이 수입을 하는 것도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밀가루 가격은 올라가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감자와 옥수수로 배를 채울 수 밖에 없던 북한 주민의 주식을 쌀과 밀가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는데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아직도 쌀로 주민들의 배를 만족하게 채우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북한이 밀농사에 힘을 놓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쌀만 기본주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식을 생각하면 좋겠지요.

<기자> 북한 주민들도 감자나 옥수수 외에도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더 선호할 듯한데요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밀가루 요리라고 하면 저는 곧 이탈리아 요리 생각이 납니다. 파스타나 피자지요.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는 북한 사람들이 별로 이탈리아 요리를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안내원과 운전기사를 이탈리아 식당에 데려가서 마음껏 먹으라고 해도 파스타는 먹었지만 피자는 절대 입에 대지 않았어요. 이탈리아 식당에서 굳이 냉면 같은 북한 음식을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피자를 호텔에 가져가서 여성 봉사원한테 주었는데 별로 안 좋아했어요. 다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먹기 시작하면 북한 사람들도 좋아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빵은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라면 같은 것도 좋아해요. 제가 평양특파원 시절 컵라면 같은 것을 일본에서 많이 사가서 안내원이나 운전기사한테 주었는데 정말 기뻐했습니다. 북한 시장에 가면 한국의 신라면도 팔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밀가루로 만드는 음식이지요. 그리고 감자나 옥수수도 요리 방법에 따라서 정말 맛있게 만들 수 있지요. 누군가 요리 방법을 북한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면 당장 그것을 본 따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옥수수라고 하면 고난의 행군시기에 죽을 끓였는데 하도 맛이 없었기 때문에 저항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옥수수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요리 경연대회 같은 것을 하고 여러가지 다양한 음식을 조리하는 경쟁을 벌이는 그런 경우도 있는데 옥수수나 감자 등으로 다양한 요리를 구상해서 그것을 널리 보급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이런 밀 증산 독려가 그 동안 북한이 수입에 주로 의존해온 밀가루 확보가 제재와 국경봉쇄로 어렵게 되자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희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밀가루의 수입 의존도가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을 듣고 약간 놀랐습니다. 그렇게까지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몰랐지요. 다만 2010년 정도에는 빵 공장에서도 빵을 많이 생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빵 공장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거기서 일하는 종업원들한테 월급 대신 빵을 주고 그것을 팔고 생활하라는 그런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은 제가 길을 가다가 어떤 젊은 여성과 스쳐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뭔가 말을 걸어온 것이에요. 옆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빵을 사지 않겠는가?"라고 묻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러니까 노임을 현금으로 못 주기 때문에 현물로 주었다는 것입니다. 빵을 받은 종업원은 빵을 비싸게 팔면 이득이겠지요. 시장에서 도넛도 팔고 있었는데 북한 사람들 생활수준으로 보면 비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과연 북한이 밀 생산 증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그건 목표가 얼마만큼 일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제까지 수입에 많이 기대고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갑자기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지 좀 의문스럽고, 그리고 여러가지 조건, 그러니까 땅의 지력이라든가 그런 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그런 문제도 있지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