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발열자에 생필품 택배…공급 부활 신호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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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발열자에 생필품 택배…공급 부활 신호탄?”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0일 평양시위생방역소의 일꾼들이 최대비상방역상황에 대처하여 주민들에 대한 검역,검진사업을 보다 엄격히 하고 악성전염병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하며 최단기간내에 그 근원을 철저히 소멸하기 위한 집체적협의를 심화시키고있다고 보도했다.
/연합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이 코로나 봉쇄 속에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직접 배달하는 이동봉사대를 꾸려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보도인데요, 집 문앞까지 택배를 통해 생필품을 배달한다는 거군요.

 

문성희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 조선신보 보도이기때문에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일단 그렇게 택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감염자가 격리를 당하고 있을 때, 혹은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격리를 당하고 있을 때 택배로 생필품이나 식료품 등을 배달해주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그것을 본 딴 것이 아닌가 싶어요. 북한에서는 공급제도가 오랫동안 유지돼왔는데 공급제도 아래서는 주문한 물품을 상점에 받으러 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저도 평양제1백화점에서 주문한 운동화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렸던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한 일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상점에 받으러 갑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기 집 앞까지 물품을 배달해준다니 주민들 입장으로서는 고마운 감이 있겠지요. 다만 코로나를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발열자를 격리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입장에서 보더라도 택배 수단을 쓸 수 밖에 없지요. 발열자가 매일 수십만 명을 기록할 때는 택배를 담당하는 돌격대가 조직될 정도였습니다. 엄격한 봉쇄 밑에서 물품을 구할 수 없는 주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까 그런 측면을 고려했다고 봅니다.

 

<기자결국 엄격한 봉쇄 탓에 생필품은 물론 의약품조차 제대로 구할수 없게 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섰다는 말씀이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선 이유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격리기간이 길어지면 생필품 같은 것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주민들 사이에서 당연히 불만이 나올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이런 주민들의 불만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곤 합니다.

그리고 일본이나 한국처럼 택배 문화가 발달한 것도 아닙니다. 일본 같으면 수퍼 같은 곳은 인터넷 주문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아직 그런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지요. 그러니까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하려면 일부러 시장이나 상점에 가야 합니다. 그런데 격리당해서 상점에도 못 간다면 어떻게 물품을 구하란 말입니까? 아마도 주민들 속에서 그런 불만이 속출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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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7일 국가방역체계가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되면서 북한 평양에 지역별 봉쇄와 단위별 격폐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사진 속 평양시의 도로들이 텅비어 있다. /연합

<기자보도는 평양만 언급하고 있는데 지방 상황은 어떨까요? 지방에서도 생필품 택배가 이뤄지고 있는 걸로 보시는지요?

 

문성희 저의 경험으로 보아 지방에까지 이런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평양은 그래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지방에서 택배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평양에서 한번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오래 전에 지방에서 돌아오면서 평양역에서 안내원과 승용차를 기다리는데 저한테 말을 걸어오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거든요. 그 아주머니는 삼륜차를 몰고 있었어요. 저한테 집이 어디냐? 짐을 집까지 배달해주겠다는 것이에요. 제가 무거운 배낭을 지고 있었고 옷차림도 세련되지 않아서 지방에서 올라온 북한 사람으로 착각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괜찮습니다라고 하니까 그 아주머니는 다시 다른 손님을 구하기 위해 사라졌어요. 그 당시 평양에는 그런 장사를 하는 여성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짐을 배달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지요. 이건 완전히 택배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이런 사람들은 못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평양이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에서 택배는 그 동안 얼마나 널리 보급되고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성희 택배는 적어도 2010년 초반부터 존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북한에서는 아침식사부터 택배를 시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장사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의 친척이 한번 호텔에 초밥을 가져와주었습니다. “이런 것을 어디서 팔고 있는가하면서 물었더니 집에서 만들고 그것을 주문하는 사람한테 배달하는 그런 장사가 있다는 것이에요. 초밥뿐 아니라 냉면도 그렇게 해서 집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평양에서는 당시에 이미 택배가 널리 보급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것도 제가 확인한 것이 2010년 초반이기때문에 좀 더 이전부터 택배가 보급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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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북한 주민들에게 식품을 배달하는 의료 봉사원들. /연합

 

<기자한편으론 사회주의 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도 있는 공급체계가 무너진 북한에서 최근까지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국가의 생필품 직접 공급이 부분적으로나마 이뤄졌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문성희 네, 저도 그 측면은 흥미롭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공급 체계가 무너지고 생필품 공급이라는 것이 제대로 안 되고 있죠. 북한 당국은 식량과 생필품 공급은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을 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이라는 비상 사태 아래서기는 하나 부분적으로 생필품 직접 공급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에서 공급 시스템 자체의 변화가 일어날 지 모릅니다.

 

<기자북한 당국은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려던 방침을 바꿔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국가의 공급 부활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성희 북한 당국은 공급을 부활시키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공급을 부활시키지 못했다가는 사람들이 시장이나 장마당에 기대를 걸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시장화가 촉진되니까요. 북한 당국은 시장화가 촉진되는 것을 되도록 막으려고 하겠지요. 시장경제 정책을 도입해서 경제개혁을 하려던 김정은 정권 첫 시기와는 달리 최근에 많이 후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핵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북한과 지금 미국이 대화를 할 가능성은 작고, 그렇게 된다면 제재가 걸리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외경제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장경제에로 넘어갈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공급을 부활하려 하겠지요. 생필품 택배 움직임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한 일시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 사람들은 그 맛을 한 번 보면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시장도 그렇게 해서 지금 고정화된 것이고 결국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시장화의 움직임은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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