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둘째 딸 공개는 ‘출산 장려’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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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이례적으로 미성년의 딸을 공개해 화제가 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 총비서가 딸과 함께 ICBM 발사장을 방문한 모습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이어 김 총비서는 공식 석상에 또 딸을 데리고 나타났는데요. 김 총비서의 딸 공개에 관해 보건의료적인 해석이 있으시다고요?

[안경수]제가 생각해본 해석은 보건의료 및 사회적 해석인데요.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미사일 시험장과 사진 찍는 자리에 딸을 잇따라 공개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방문한 곳을 생각해 봤을 때 10월 12일, 16일에 망경대혁명학원, 강반석혁명학원에 창립기념행사를 위해 방문했는데요. 김정은 총비서가 아주 많은 학생과 만나는 영상을 인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이때 '청소년과 아이들이 북한의 미래와 희망'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계속 강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만 간 게 아니라 다시 방문한 거예요, 리설주 여사와 함께.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공식 석상에 딸을 데리고 나온 점과 이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북한의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다는 게 내부적으로 확실시되고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정보에 따르면, 북한도 아이를 1명 이상 잘 안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존립이 걸린 출산율과 고령화에 북한도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확한 통계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알려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수치의 통계가 있어서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부가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매체에 아이들이 북한의 미래와 희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아이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있는 최고지도자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겁니다. (김 총비서도) 딸이 있으니 ‘인민들아 나도 딸이 있다’고 딸을 데리고 나온 거예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잖아요. 미사일 발사하는 상황이잖아요. 음악회, 기념회, 만찬장 등이 아닌 전혀 생뚱맞은 미사일 발사장에 딸을 데리고 나온 게 ‘나는 국방을 챙기는 지도자지만, 한 가정의 아버지다’라는 점을 보여주는 거죠.

[기자]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딸을 공개한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안경수] '우리는 가족과 화목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저출산에 진입한 북한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한 걸로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은 가부장제가 뿌리깊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딸을 공개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딸을 공개하고 리설주 여사와 화목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부성애를 강조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저출산, 고령화라는 국가 존립이 담긴 문제의식을 연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매체에서는 최고지도자가 대놓고 '지금 저출산이 시작됐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은연중에 암시하는 거죠. 최근 김 총비서의 행보를 보면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가서 따뜻한 아버지상을 강조했습니다. 분명한 건 (김 총비서가) 저출산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령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북한이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의료 물품을 1천200만 달러 어치 이상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약품과 컴퓨터단층촬영기(CT), 초음파진단기 등 의료 물품도 포함됐는데요. 평양종합병원 개원을 위한 수입일지 혹은 의료 현대화를 위한 과정일지 궁금합니다.

[안경수] 10월에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 중, 의료 물품이 1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항생제,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CT, 초음파진단기, 인공호흡기, 마스크 등의 의료기기를 수입했다고 공식적인 물품 명세서에 나오는데요. 이 부분을 보면 평양종합병원 내부 의료기기 확충과 개원 준비 일환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또, 다른 도에 있는 종합병원 및 시, 군 병원이 현대화 과정에 있습니다. 거기에 필요한 의료기기 확충의 일환도 있습니다. 다양한 측면이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점은 사실상 대북제재가 의미가 없다는 점을 방증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신냉전이라는 정치적 국면에서 앞으로 대북제재는 더욱더 의미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명세서를 대놓고 공개했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부분을 보여주니까요.

[기자]북한이 방역, 보건 부문 과학기술 발표회와 전시회를 열어 코로나비루스 위기 극복 성과와 경험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 과정에서 도출된 과학기술 성과자료와 의약품, 의료기구, 건강식품, 위생용품 등을 전시해 위기 극복 경험을 공유한다는 건데요. 이 발표회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왜 중요한가요?

[안경수] 11월29일 폐막한 이 평양과학기술 전당에서 '전국 방역 보건부문 과학기술 발표회 및 전시회 2022'가 진행됐습니다. 전시회 제목을 유의 깊게 봐야 하는데요. 기존에는 '전국 보건부문 과학기술 성과 전시회 2019'로 진행됐습니다. 근데 이 앞에 '방역'이 붙은 거예요. 그만큼 코로나 3년 차 시대를 반영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시회 주제는 방역토대구축과 의료 물품 질 개선으로 보건에 방역을 덧붙인 거죠. 최경철 보건상이 개막사에서 "2년 3개월 동안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는 최장의 신기록을 세계방역사에 새겼다"고 말합니다. 기적을 창조했다고 강조하는데요. 2년 3개월 동안 (확진자가) 없다가 5월부터 생긴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방역'을 보건과학기술 전시회에 붙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회 상황을 살펴보니 북한 전국 단위에서 많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생산해서 가지고 왔는데, 자사 제품 홍보를 많이 하더라고요. 주문 계약도 많이 받고요. 계약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출품한 걸 상업적으로 유통, 홍보, 판매하는 측면이 강해 보였습니다. 발표, 토론, 진단 치료 방법, 의약품, 의료기구, 방역 물자에 대한 전시뿐 아니라 상업적 성향이 더 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이 전시회에서 북한 당국이 자체 개발한 '지능방역로보트'를 공개했습니다. 로봇은 두 팔과 가슴 부분에 커다란 화면을 장착했는데요. 이 로봇이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혹은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봇과 외형상 비슷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 '지능방역로보트'가 코로나19 방역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안경수]우리는 큰 역 혹은 큰 건물에 가면 인공지능로봇처럼 생긴 것들을 종종 보잖아요. 북한에서 공개한 이 로봇은 짧게만 보여주고 작동 방법은 설명을 안 했어요. 저가 보기엔 코로나를 포함한 감염병 관련 각종 자료, 전시회 각종 정보가 탑재돼 있어 사람이 화면을 누르면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안내 로봇 형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내 로봇은 보편적으로 많이 있습니다. 그 로봇이 이동해서 안내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데요. 만약 관련 정보를 관람객이 누르면 음성으로 안내해주며 움직이면 조금 더 진보된 로봇이죠. 우리나라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요. 로봇이 이동해서 안내하는 건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태고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안내로봇 성격이 크다고 봅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