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미성년 딸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이례적으로 공개한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해외 언론을 의식해 '가짜 딸'에 대한 의혹을 이전과 달리 후계구도가 정해지기 전에 최고지도자의 자녀가 공개된 데 주목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 총비서도 한국 TV 시청해”
[ 한국 YTN]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녀, 딸 김주애 양이 화면에 공개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아니지만….
지난 9월, 영국의 한 매체는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 정권 수립 74주년 공개 행사에서(9월 9일) 김정은의 딸로 추정되는 9살 소녀가 공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소녀의 등을 토닥거리며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었고, 머리를 묶은 다른 어린이들과 달리 단발머리를 하고 있고 하얀 양말을 신고 있어 딸이 아니냐는 보도였습니다.
보도가 나온 지 약 한 달 반이 지난 11월, 북한 당국은 예상치 못한 시기와 장소에서 이례적으로 김 총비서의 미성년 딸을 공개했습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지 지도에 딸을 동행한 겁니다.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딸이 공개된 이후 김 총비서의 딸로 추정됐던 소녀의 공연 영상에서 해당 소녀의 출연 부분은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9일, 74주년 경축 행사 무대가 담긴 영상을 방송했는데 오전에는 해당 영상에서 이 소녀의 모습이 보였지만, 오후에 내보낸 재방송분에서는 편집돼 사라진 겁니다.
이 소녀가 등장했던 장면만 편집된 건데, 공교롭게도 이 날 김 총비서가 진짜 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이신욱 연구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국 TV 시청자”라며 국제사회와 해외 언론을 의식해 딸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신욱]김 총비서는 선대보다 훨씬 국제적이고 해외 뉴스를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기 자식들을 전부 외국으로 보냈습니다. 아들 셋을 다 내보내고, 김여정까지 내보내며 외국 문물을 받아오게 만들었습니다. 김 총비서는 한국 언론도 많이 본다고 알고 있습니다. 남측에서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면 반응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김주애라고 말 할 수도 있죠. 9월에 퍼진 가짜 김정은 딸 관련해서도….
절묘한 시점에 김 총비서가 자신의 ‘진짜 딸’을 내세우며 ‘가짜 딸’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잘못된 정보를 수정했다는 분석입니다.
[이신욱] (해외 언론을) 의식했죠. 데니스 로드맨에게 딸을 낳아 아주 기쁘다고 소개할 정도로 김주애에 대한 애정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백두혈통의 여성 전사로 김주애를 공개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주애의 모습을 보면 여성 수령 같은 느낌이 계속 듭니다. 옷차림도 수령 형태의 옷을 입고 나왔기 때문에 굉장히 의아하죠. 김 총비서도 아버지의 모습을 본받았습니다. 딸도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을 본받은 형태가 아닌가 추정합니다.
이 교수는 이어 코로나 이전까지 북한 내부에 머물던 최고위층에 접근 가능한 북한 소식통을 인용하며 김정은 총비서가 두 명의 딸이 있다고 전합니다.
[이신욱]정통한 북한 소식통이 (김 총비서가) 딸 둘이 있다는 걸 확인해줬습니다. 북측 고위층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인데요. 완벽하게 딸이 둘인지, 아들 한 명 딸 둘인지는 모르지만, 딸 2명이라고 확인해줬습니다.
현재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1남 2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0년, 2013년, 그리고 2017년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례적으로 미성년의 자녀를 공개한 북한에 일본 혹은 영국 왕실의 모습을 따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신욱]김 총비서가 딸을 내보이는 건 왕족을 공개함으로써 더욱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서) 딸을 같이 공개하며 집중도를 굉장히 높인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북 주민도 최고지도자 자녀에 대한 관심 높아
세습이라는 왕조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북한 체제. 최고지도자 자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관심은 어떨까.

미성년 자녀를 최초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도 놀랐을 거라는 평가입니다.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김솔미(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도 김 총비서의 딸 공개에 놀란 순간을 기억합니다.
[김솔미(가명)]미성년자를 공개한다는 건 이례적이긴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최고지도자의 자녀들을 성인이 돼서 대학교 다녀오고, 군대도 다녀오고 할 거 다 했을 때 자녀를 우리는 처음 알게 되곤 했습니다. 주변, 내부에서는 알고 있었겠지만, 극비여서 웬만하면 30살에 다다랐을 때 일반 주민들이 알곤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충격적이고 깜짝 놀랐어요.
이전 지도자들과 달리 후계 구도가 정해지기 전 공개했다는 점이 새롭다는 겁니다.
[김솔미(가명)]제가 북한에 있을 때 어린 자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 공개를 안 하기도 하는데요. 후계자가 정해져 있는데, 후계자를 공부시키고 성장하는 동안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보안이 조금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비밀로 하고 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그 부분을 생각 안 하고 노골적으로 공개하는 게 새로운 것 같아요.
김 씨는 이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최고지도자 자녀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증언합니다.
[김솔미(가명)]아무래도 일반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김씨 일가가) 계속 대를 이어 지도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가 어떤 사람인지 많이 궁금해하고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어릴 때부터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주민들이) 관심을 가졌다 해도, 우리가 바라는 정치를 하지 않겠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많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를 통해 들여다보는 최고지도자 자녀의 모습은 철저하게 정제돼 나오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김솔미(가명)]아무리 비싼 옷을 입는다고 해도 너무 돈을 많이 쓴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TV에 나오는 모습은 항상 수수한 모습이에요. 공부하는 것도 그렇고, 일반 사람들처럼. 최고지도자 자녀라고 해서 특별하게 하는 건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소소하게 (보여주려 하고 그 모습을) 일반사람들에게 내세우려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사생활을 다 궁금해하긴 하는데, '가상화'해서 매체에 내보내고 하다 보니 사람들이 믿는 것 같지는 않아요.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