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이 최근 (12일) 방역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철저한 비상 방역을 주문했습니다. 세계적인 공공보건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방역 분위기를 유지하고 악성 비루스가 유입될 수 있는 모든 통로와 공간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열병식을 앞두고 5일 동안 평양 봉쇄령을 내리는 등 아직도 초긴장 상태인 걸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코로나19에 막혔던 북·중 육상 교역로 중 나선-훈춘 사이 트럭 통행이 재개됐습니다. 철저한 방역을 주문한 지 며칠 만에 트럭 운행이 재개된 게 조금 모순적인데요. 북한 내 현재 방역 상황,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게 당연하고, 이 자체가 북한 체제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기존처럼 철저한 방역 상태를 유지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기에 분위기는 결국 이완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지금 전 세계적으로 3년에 걸친 (코로나) 대유행이 끝났고, 특히 바로 옆 중국에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도 안 쓰는 상황까지 갔다고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열병식 때 코로나 시대가 맞물리니까 평양에 코로나가 갑자기 확산되는 비상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참가하는 국가 최고 행사에 대규모 행사 참가 성원들이 집중적으로 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이런 열병식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 며칠간 해당 지역, 평양 쪽을 봉쇄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북·중, 북·러 간 통로가 재개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입니다. 즉, 국내 주민들에게는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주문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북한 당국도 하는 거죠. 북한 주민들도 코로나 대유행이 공식적으로 끝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기존의 강력한 방역을 주장만 하고 실질적으로 변하는 것이 없으면 북한 주민들도 계속해서 피로함을 느끼게 되죠. 봉쇄령 내린다고 했을 때도 코로나 위기설이 있었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열병식을 하지 않았겠죠.
[기자]그렇군요. 북·중 간 트럭 운행이 일부 재개됐고,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 간 관광사업 재개를 언급했습니다. 서서히 국경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국경을 연다면 코로나 확산에 대한 위협에 노출될 텐데, 코로나 확산 위험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결국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코로나 이전처럼 관광을 오긴 할 겁니다. 러시아 대사가 언급한 걸 보면 그런 논의를 한 건 맞는 거 같고요. 코로나 직전만 해도 중국에서 관광객이 많이 왔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도 아마 관광에 관한 논의도 했을 겁니다. 트럭도 (부분적) 육로 개방이 된 걸 보면 러시아 쪽 국경도 곧 개방이 될 겁니다. 북한에서 주목하고 있는 건 결국 변이 문제인데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보면 더 이상 심각한 변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옆 나라 중국에서도 고비를 넘기면서 심각한 변이가 새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도 이런 모습을 보며 심각한 변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계속 국경을 폐쇄하고 있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코로나 백신 접종을 전국적으로 하지 않고 3년간 잘 버티다가 국경 및 무역 개방을 하게 되는 아주 특이한 경험을 남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그렇다면 잠재적인 북한 국경 개방 시기는 언제로 보시는지요?
[안경수]북한은 이제 3월까지 겨울이니까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방)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고요. 사실 중국 상황이 너무나 호전됐기 때문에…. 억압된 중국, 미국, 한국 등을 보면 (엄격한 봉쇄) 정책을 풀면 한시적으로 확진자가 확 늘다가 다시 안정세가 찾아오는 양상이 있는 것 같은데요. 4월쯤이라고 예상합니다. 식량 문제도 있습니다. 3월, 4월 되면 보릿고개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무역을 정상화해서 중국으로부터 쌀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기자]국경 개방은 시간 문제 같은데요. 북한 당국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방역 정책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나요?
[안경수]네, 시간문제입니다. 국경이 개방돼도 기존 방역 체계는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경지대 위생방역소 등 방역을 담당했던 기관들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운영될 겁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빠르게 물품이 도입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최근에 북한 모습을 보니 실내, 실외에서도 마스크는 계속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점차 안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좌석을 두 개 띄어놓고 앉는 모습이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냥 옆에 앉는 경우도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마스크는 계속 쓰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하게 안 하는 단계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딸 김주애를 여러 행사에 동반하며 다음 후계자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보건의료, 사회문화적인 측면의 해석은 어떤가요?
[안경수]최근 김 총비서의 딸이 처음으로 군 모임이 아닌 체육 경기에 등장했습니다. 작년 11월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11월 말부터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불립니다. '사랑하는'과 '존귀한'은 철저하게 최고지도자 입장이었는데요. 그런데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2월부터 불리기 시작합니다. 이 '존경하는 자제분'은 김 총비서 입장은 아닙니다. 타인의 입장으로 확장이 된 거예요. 일반 주민이나 간부들 입장에서는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거예요. 타인의 입장과 김정은 가족의 입장이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존귀한’, ‘존경하는’ 단어보다 ‘자제’라는 표현에 집중해 봤습니다. 이 ‘자제분’은 사실 후계자에게 잘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일성 수령 당시 자제가 많았잖아요. 그 사람들을 지칭할 때 사용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자제분’이라는 말과 후계자는 등치시키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자제’라고 붙이면 가족을 일컫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딸 바보’라는 모습을 표출하는 것 같아요. 가족의 소중함, 귀중함을 강조하며 (김주애가) 등장했는데요. 과거 후계자들의 등장 양상 모습과 다릅니다. 과거에는 최고지도자 밑에서 뒤에서 배우는 모습, 참관하는 모습, 다른 간부들 참모들과 함께 서 있는 모습 등 이었는데요. 물론 제일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김주애는 엄마 아빠와 같이 등장한다는 거죠. 그래서 가운데 딸을 두고 부부가 양옆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 구성원으로서 모습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예전부터 보여왔던 최고지도자와 후계자 관계의 모습과 다르게 표현되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가족과 자녀를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효과로 분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재 처한 현실이 저출산, 핵가족화, 전통적 가족 약화에 따른 최고지도자의 대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후계자의 모습보다는 가족애를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이시군요.
[안경수]후계자는 보통 전문성 있고 후계자로 낙점될 만한 자질을 강조하거든요. 가족으로 묶지 않는다는 거예요. 북한은 세습이잖아요. 이 세습을 하는 논리 중 하나가 '혈통'보다는 내 혈통이 '뛰어나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자식 중 이 자녀가 뛰어나기 때문에 최고지도자, 장군님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자제분'이라고 강조하기보다 '능력'으로 강조합니다. 진짜 후계자라면 능력이나 리더십, 영재성으로 강조하지 가족으로 묶지 않아요.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