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품격 떨어지는 김여정 부부장 모습 공개는 남북미 회담 실패 여파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월 24일) 다시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는데요.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번 담화에서 특히 "국민과 윤석열 정부 간에 이간질하는 모습이 드러났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원색적인 비난에 또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한국을 공격할 때 늘 남남 갈등을 일으키려고 해왔습니다. 이간질 정책은 김여정 부부장만의 전술은 아니고 북한의 전통적인 대남 정책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문재인 정권 시대에 적어도 서울은 북한의 표적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0년 6월 탈북자들이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를 비난하는 전단을 보내는 행위에 반발해서 "집 안에 있는 오물부터 청소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권을 협박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가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통하지 말고, 우리끼리만 대화하자"는 친서를 보낸 바도 있습니다. 북한은 속으로 '보수도 진보도 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것보다 저는 김여정 부부장이 이렇게 품격이 없는 행동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은 북한 입장으로서 미국, 한국, 서방 국가들과 외교가 잘 안 되던 시기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품격 없는 행동은 북한의 초조함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격렬히 환호하며 오열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죠. 이처럼 고위급 간부이자 백두혈통인 김 부부장이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을 매체에 공개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여정 부부장이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을 취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8월 10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18분에 걸쳐서 방송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연설 모습을 육성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저도 그 연설을 들었지만, 김여정 부부장은 조금 빠른 속도와 일정한 톤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신종 코로나비루스 방역을 위해 분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육성을 들은 일본 정부 관계자(여성) 말로는 "너무 무리하게 연설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여성들이 무리하게 말을 하려고 하며 이러한 톤이 된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2018년 2월 김여정 부부장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상석에 앉으라고 권유도 하고 수행했던 사람들한테도 친절한 태도를 취했다고 합니다. 최근 행동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원래 모습과 다르다고 보고 있고요. 문재인 정권 당시 남북 협의에 참여한 한국 정부 고위 간부는 김여정 부부장이 북미 협상이나 남북 협상을 실패한 것에 책임을 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나 리용호 외무상 그리고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는 모두 외교 최전선에서 물러났습니다. 한국 정부 전 고위 관리는 "김여정 부부장은 로열패밀리니까 당 정치국 후보에서는 견출됐지만, 정치적으로는 숙청되지 않고 그 대신에 남북 협상과 북미 협상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강경파의 대변인으로서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 같다"고 제게 설명했습니다.

김주애 공개에도 김여정 지위 변치 않아 …김여정의 '애민정치' 유지 중
<기자>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사상을 관철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우상화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는데요. 과거에는 이러한 우상화 작업을 직계가족인 후계자가 해왔던 터라 김여정 부부장의 이러한 행보는 이례적이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둘째 딸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이러한 김여정 부부장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제가 아는 한 김정은, 김여정 그리고 김정철 세 사람 사이는 굉장히 좋다고 합니다. 세 사람 다 고영희 씨의 자녀인데요.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영희 씨와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사람은 결국 김일성 주석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자 문제도 복잡해서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최근 일반 주민들에게 가까워지는 애민 정치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김여정 부부장의 생각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주도했던 북미 협상이나 남북 협상은 실패했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이러한 정치 방식도 다 바꿔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애민 정치를 유지하는 것과 김여정 부부장이 변함없이 김정은 총비서 가까이에 있다는 것 자체가 김여정 부부장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강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여동생인 김경희 씨 사이도 이처럼 강한 신뢰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지만, 김경희 씨는 김여정 부부장처럼 공개 석상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여정 부부장의 행동이 신선하게 비춰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요.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을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딸을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김여정 부부장의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이전과 달리 백두혈통 가문의 사생활을 대중에게 자주 드러내는 듯합니다. 이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정당성의 근거가 백두산 혈통 가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백두산 혈통의 근거는 김일성 주석이 조국을 해방했다는 역사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사도 이미 77년 전의 일입니다. 이런 사실을 직접 경험한 사람은 현재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볼 수 있고요. 북한 당국으로서는 늘 북한 주민들에게 영광스러운 과거를 되새기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RFA도 보도했지만, 북한은 백두산 답사를 독려하고 애국 영화나 피바다가극단의 연극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 중 일부로 '열린 로열패밀리'를 연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권력의 근거로 백두산 혈통 가문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연출은 필요 없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근래에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핸드폰이 유통되고 있고, 제한되긴 하지만 정보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서 김정은 총비서도 가문을 공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주민들의 반발이 강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백두산 혈통 가문의 생활을 자세하게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곁가지나 권력 투쟁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김여정 부부장의 남편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씨 일가, 의무는 지지 않는 ‘가짜 로열 패밀리’”
<기자> 북한 로열패밀리에 대한 대중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건 정치, 사회적으로 주목할만한 것 같은데요. 이에 국제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영국, 일본, 태국과 같은 세계 왕실이 존경받고 있는 이유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 의무)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위 높은 사람들은 존경받는 대신에 일반 주민들보다 크고 무거운 의무를 부담한다는 뜻이죠. 9월에 돌아가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세계 2차대전 당시 여군으로 구성된 육군 부대의 일원으로서 수송 임무도 맡았다고 합니다. 일본 천황은 오키나와 전투가 끝난 날이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의 날에 반드시 위문하고 일본이나 세계 각지 여러 장소에서 전쟁 희생자들이 기리는 여행을 계속해왔습니다. 이 결과 시민들의 존경을 받게 됐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한 로열패밀리들은 이러한 의무를 일절 부담하지 않으므로 이른바 가짜 로열패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나 김여정 부부장이 북한 주민들과 같이 모내기 작업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고요. 김주애 씨가 일반 아이들과 같이 학교에 다닌다는 정보도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북한 로열패밀리의 진짜 모습에 대한 정보를 일반 북한 주민들한테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