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 두려운 탈북민들 중국 탈출 간절”
2024.05.23
앵커: 지난 14년 간 탈북 난민 구출 활동을 이어온 미국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의 박석길 한국지부 대표는 삼엄한 중국의 감시 속에서도 중국 내 탈북민들이 한국이나 미국 등으로 탈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닫혔던 북중 국경이 개방된 후, 강제 북송에 대한 탈북민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중국을 탈출하려는 것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박석길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탈북민들, 강제 북송 두려워 목숨 걸고 탈출”
[기자] 박석길 대표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링크가 ‘탈북 난민 구출 사업’을 통해 여러 탈북민을 도왔는데, 코로나 대유행 전과 후의 차이가 있다면 어떤 점들이 있습니까?
[박석길] 우선 코로나 이전에는 구출 사업을 훨씬 더 활발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에 좀 오랫동안 계셨던 분들 또는 북한에서 금방 나오신 분들 모두 동남아시아를 통해서 한국이나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저희가 많이 도왔는데 코로나 이후부터는 그 숫자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드리는 분들 중) 북한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분은 이제 없고,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에 계셨던 분들 위주로 돕고 있습니다.
[기자] 코로나 이후로 탈북민 구출 사업에 장애물이 많아진 것 같은데, 이를 체감하시나요?
[박석길] 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체감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감시가 심해졌다는 소식을 중국에 있는 탈북 난민들로부터, 그리고 브로커들한테 듣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탈출 과정에 초소 등이 많아지고 감시 기술 부분도 좀 더 강화가 되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확실히 감시가 심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브로커들도 활동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특히 코로나 때는 일이 많이 없어서 ‘이런 일을 더 이상 안 하겠다’면서 브로커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위험도가 높아지고 또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줄면서 (브로커) 비용도 좀 올라갈 수밖에 없고요. 다행히 작년과 올해 들어서 조금씩 그런 부분이 안정화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하고요. 비용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많이 오른 건 사실이죠.
[기자]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는 선교 단체들도 최근 브로커 비용이 한국 돈 약 300만원에서 약 1천 700만원으로 올랐다고 전했는데요. 중국으로부터 탈출하는 일이 더욱 위험하고 어려워지다보니 이를 시도하는 탈북민의 수도 줄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박석길] 나오려고 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있습니다. 나오는 게 어렵고 위험한데, 중국에 있는 것도 감시 때문에 위험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계시는 분들은 ‘그래도 여기 있다가 잡혀서 북송 당하는 것보다 한국에 가보려고 하는 게 더 낫겠다’라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저희한테 도움 요청을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계속해서 그런 도움 요청이 있기는 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저희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통해 나오는 경로 운영이 어려워졌을 때도 중국에서 계속 연락하고 있었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 위주로 먼저 구출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13년 동안에 1천 258명의 탈북 난민의 탈출을 도왔는데요. 코로나 바로 직전인 2018년과 2019년, 이렇게 2년 동안 500명 넘게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는 주로 한국에 입국하신 분들이 제일 많고 미국에 가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근데 2020년도부터 시작해서 코로나 때문에 이동에 대한 통제가 좀 많아지다 보니까 15명이었는데 2021년과 2022년에는 1~2명, 그리고 중국이 ‘제로 코비드’라며 심한 이동 통제를 좀 풀면서 2022년도 말에는 3명을 탈출시킬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29명이었고요.
[기자] 앞으로 탈북민 구출 상황을 어떻게 예상하시는지요?
[박석길] 특히 코로나 때에 비해서 조금씩 상황이 완화되고 안정화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보기는 하는데 올해는 그래도 200명이 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과 북한에서의 상황과 북중 국경에서도 계속해서 감시가 강화되고 있어서 (구출하는) 일 자체는 어려워지지만 그럼에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의 탈출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간절한 사람들이 저희에게 연락해 도움 요청을 하고 안전과 자유를 성취하려고 하는 거죠. 물론 어떤 사람들은 저희하고 연락하면서도 망설이기도 하는데 결국에 큰 마음먹고 오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확실히 중국에서의 감시와 탈북 난민에 대한 통제가 좀 심해지다보니 삶이 어려워져서 이제는 더 이상 중국에서 사는 것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 가야 되겠다 라는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탈북민, 안전 등 ‘탈북민’ 꼬리표 없이 살기 위해 미국행 희망하기도”
[기자] 중국을 탈출해서 미국에 오기를 희망하는 탈북민들의 정착 과정을 돕기도 하셨는데요. 요즘 탈북민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과정은 어떻습니까?
[박석길] 미국에 오는 거는 여러 가지로 (한국과) 좀 많이 다릅니다. 일단 미국에 들어오기가 더 어렵습니다. 특히 미국에 가려면 보통은 동남아시아까지 가서 더 오랫동안 기다려야 되고, 조사를 받아야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에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가서 절차를 밟으면 된다면, 미국은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 그 절차를 다 완료해야 돼서 시간도 시간이고, 입국이 더 어려운 부분이 있죠. 난민 신청을 통해 미국에 오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도주의적 입국 허가’ 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장단점이 있고 탈북민 본인의 선택에 따라서 미국이나 한국이나 선택을 하게 되는데 한국은 정부라든지 또는 시민단체라든지 이런 데에서 지원이 좀 더 있지만, 어떤 분들은 그래도 ‘미국에 가면 좀 더 안전할 것 같고 북에서 온 사람으로서 꼬리표(label) 없이 살기가 좀 더 편할 것 같다’ 이렇게 판단해서 미국행을 택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링크가 학생 동아리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데, 앞으로 젊은 세대에게 북한 인권을 더욱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신지요?
[박석길] 우선 청년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 되는 부분이 좀 커서 특히 대학생들 대상으로 저희가 인식 개선 활동을 많이 해오고 있습니다. 미국도, 한국도 북한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온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때 그 관심과 호기심이 상당해요. 이번에도 저희 ‘애드보커시 펠로우(Advocacy Fellow)’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오신 세 분의 탈북 여성분들이 미국을 방문해 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북한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국제 정세가 현재 복잡한 부분도 있어서 미국에 있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경쟁이 되는 이슈들이 좀 많기는 한데, 그래도 많은 미국 대학생들 그리고 특히 재미교포 대학생들로부터 받는 관심이 높고 그런 분들이 응원과 지원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분들하고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대면으로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으로도 소통해서 특히 북한 사람들의 얘기를 더 들을 수 있는 그런 영상이나 다큐 등 이런 것들을 더 많이 제작해서 인식 개선에 계속해서 힘 쓸 계획입니다.
[기자] 네, 박석길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