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구출단체들 “배로 10분이면 건넜던 메콩강 지금은 1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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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메콩강이 가뭄으로 인해 강바닥이 드러나고 주변 국가와 환경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메콩강은 탈북민들이 자유의 땅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기도 한데요. 오늘날 메콩강의 상황이 앞으로 탈북민 구출 활동과 탈북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세한 소식을 한덕인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한덕인 기자 . 요즘 동남아시아의 태국, 라오스, 베트남(윁남) 사이를 흐르는 메콩강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우선 메콩강이 얼마나 마르고 있는 겁니까?

<기자>네. 말씀하신 대로 메콩강이 메마른 현상은 최근 발생한 것은 아니고, 지난 수년간 지속해 일어나고 있는 문제입니다. 지난 5월 24일,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스팀슨센터에서도 관련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메콩강 상류에 건설된 중국 댐들이 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한 국가에만 제한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브라이언 아일러(Brian Eyler)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의 연구내용을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브라이언 아일러] 최근 캄보디아의 세산강이 마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문제를 저희가 조사해 본 결과, 베트남 상류의 6개 댐 중 하나가 대량의 유량 감소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전반적으로 물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었는데, 사전에 이 문제에 관해서 하류 지역에 충분히 알리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메콩강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중한 물과 생명의 근원입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메콩강의 물을 이용한 농업과 어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메콩강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이 지역의 생태계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오늘날 메콩강은 이른바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수위가 크게 낮아졌고,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수위가 수십 년 만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강물이 줄어들면서 밀물 때 짠 바닷물이 내륙까지 들어와 농사를 망치는 곳도 많아지고요. 메콩강 하류에 해수가 밀려와 물고기의 이동이 끊기자, 메콩강 유역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인 수산 자원도 크게 줄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게 되는 겁니다.

  • 위성사진에서도 메콩강의 변화를 뚜렷이 볼 수 있다면서요 ?

<기자>네, 우선 라오스와 태국 국경을 흐르는 메콩강의 2019년 1월 18일과 2021년 3월 7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2년 사이에 메콩강 물이 줄어들면서 점차 바닥을 드러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2018년 9월 26일과 2021년 12월 12일에 촬영한 같은 지역의 위성 사진을 비교해 봐도 2021년 사진에는 3년 전에는 없었던 회색 바닥이 강 전반에 걸쳐 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을 흐르는 메콩강 물 역시 줄어들어서 바닥을 드러내고 모래톱 지형을 형성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고요. 2021년 4월 1일, 중국 원난성 푸얼시 란창 라후족 자치현에 건설된 댐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이곳에 건설된 댐에 의해서 메콩강으로 흐르는 강폭이 좁아진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원래는 넓던 입구가 좁아져서 메콩강 하류로 흘러 들어가는 물의 양이 줄어들게 된 겁니다.

  • 참으로 심각한 문제인데요 . 그렇다면 이렇게 메콩강이 마르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중국 댐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건가요?

<기자>맞습니다. 전문가들은 메콩강의 수위가 점점 낮아지는 이유로 '지속적인 기후 변화'를 꼽기도 하지만, 중국을 큰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된 중국의 공세적인 메콩강 상류 댐 건설로 인해 강이 말라가면서 하류 지역 국가의 생태계와 식수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중국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수력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며 메콩강 상류에 10개가 넘는 댐을 건설했습니다. 중국이 댐으로 물을 가둬놓고, 아래로 흘려보내지 않다 보니 강물이 점점 말라버리는 겁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메콩강에 의존하는 다른 이웃 국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국가 이기주의'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불만도 제기됐는데요. 지금은 미국까지 합세해 중국과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국제적인 분쟁으로 확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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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과 2021년 12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라오스와 태국 사이에 흐르는 메콩강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것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 – 정성학
  • 그런데 메콩강은 탈북민들이 중국과 라오스 , 또는 베트남을 거쳐 자유의 땅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데요. 메콩강이 마르면 탈북민들이 강을 건너는 데 어떤 영향을 줄까요?

<기자> 지난 2019년에 자유아시아방송이 동남아시아 제3국에서 동행 취재한 13명의 탈북민이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이 메콩강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제3국으로 밀입국했는데요. 당시 자유아시아방송이 만났던 탈북 여성 이해연 씨는 메콩강이 말라가고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을 건널 당시 기억으로는 지금 메콩강의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이혜연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해연] (물이) 너무 많았죠. 물이 깊으면 파도가 없잖아요. 호수처럼 이렇게 잔잔한 물이 오히려 더 깊거든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 메콩강을 지날 때 받은 느낌상으론 물이 엄청 물이 깊은 것 같고, 진짜 물이 많았는데, 줄었다고 하니까 좀 믿기지 않네요. 제가 오기 전에 한 2년 전에 (메콩강을 미리) 건너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가끔 배가 뒤집어져서 물에 빠진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 사람들 말로는 물이 너무 깊어서 일단 발이 안 닿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깊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물이 다 없어지다니.

또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구출팀장은 구출 활동이 더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는데요. 지철호 구출팀장의 말도 들어보시죠.

[지철호] 저는 (탈북이) 어려워졌다고 봐요. 왜냐하면 이전에 배를 타고 다닐 때는 여러 가지로 그 강을 이용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았잖아요. 그런데 그 강이 말라가면 옛날에는 그 강이 정말 젖줄처럼 모든 교통의 통로가 됐었는데, 이제는 그만큼 이용이 한정되거나 바뀔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더 많은 물류 이동이 힘들어지거나, 과거에는 보트로 이동했는데 지금은 차량으로 이동하거나 사람이 걸어서 이동한다고 했을 때는 그만큼 수단이 바뀌는 거잖아요. 또 문제는 공산권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국경 감시 차원의 경계나 순찰 수위가 강화될 것 같거든요. 거기에 어떤 검문소를 만들 수도 있고 하니까 (메콩강이) 그냥 강이어서 편할 때랑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말해 메콩강 수위가 높을 때는 강 자체가 하나의 국경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강이 지금처럼 말라버리면 경계가 모호해져 각 국가마다 정부 차원의 경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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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메콩강의 모습 / RFA photo
  • 그렇다면 메콩강이 말라가는 현상이 탈북민들이나 구출 단체에는 큰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거군요 ?

<기자>그렇습니다. 탈북민과 구출단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메콩강이 마르면 더 이상 기존의 탈북 경로를 따라 이동하기가 어려워지고 탈북을 중개하는 브로커들이나 구출단체 입장에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겁니다. 배를 타고 10여 분이면 강을 건널 수 있었던 것을, 강이 마름으로써 오랜 시간 걸어가는 것은 그만큼 체력적으로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만큼 적발의 위험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탈북민 이해연 씨와 지철호 구출팀장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해연] 물이 오히려 있는 게 저는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배를 타면 빠르잖아요. 건너오는 시간이 빠른데 물이 적으면 배가 안 띄워지면 걸어서 오거나 어떻게든 강을 건너야 할 텐데, 걸어서 오면 거리도 더 멀어져서 더 힘들 것 같아요.

[지철호] 저는 그만큼 강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서로 국경을 접한 나라들이 그곳에 어떤 경계선을 치는 가에 따라서 오히려 더 양쪽 경비대의 눈을 피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더 복잡해지거나 아니면 더 많은 수단과 노력을 들여야 할 수도 있죠.

  •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 중국도 방역 완화 정책을 쓰면서 중국 내 탈북민의 이동과 구출 활동도 재개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물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올해 들어 구출 활동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건이 녹록지는 않다고 하는데요. 코로나 대유행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지철호 팀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지철호] 구출은 시작됐는데 지금 중국의 단속이 만만치 않아서 원만하지 않은 것도 있고요. 또 (비싸진) 금액 때문에 옛날처럼 많이 모셔 올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또 현재 중국에서 댐을 막아서 강 밑바닥이 드러나는 지경에 이르렀잖아요. 그렇게 강 밑바닥이 보이는 정도의 환경에서 탈북 과정을 저희가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물론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어떻게 보면 이전 구출 과정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참고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지난 2020년 초 북한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급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2022년에는 67명, 2021년에는 63명이 도착했다고 하는데요. 2019년에 1천47명, 2020년의 229명과 비교하면 큰 차이입니다. 또 올해에는 1분기 동안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총 34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 20년간 전례 없는 최저 수준이라고 합니다.

  • , 지금까지 한덕인 기자와 함께 탈북 여정의 마지막 관문인 동남아시아의 메콩강이 말라가는 현상과 이것이 탈북민들의 구출 활동에 어떤 영향일 미칠 것인지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한덕인 기자, 잘 들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