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마지막 관문 메콩강… 기상 이변으로 더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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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탈북 루트'의 마지막 관문인 메콩강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면서 탈북민 구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는데요. 당시 가장 큰 원인은 메콩강 상류에 건설된 중국 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임에도 강의 수위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데요. 엘니뇨와 같은 기상이변이 겹치면서 메콩강은 더 말라가고 있습니다.

추가로 건설될 예정인 중국 댐과 잦은 기상이변 등으로 메콩강이 이전 모습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메콩강을 건너야 하는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도 점점 더 보장하기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우기에도 말라가는 메콩강

지난 7월 27일,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가 주최한 토론회.

올 하반기 우기를 맞은 메콩강 수위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메콩강이 본격적인 우기에 접어들었지만, 실제 측정된 강의 수위는 기대치보다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중 브라이언 아일러(Brian Eyler) 스팀슨 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까지도 메콩강 전체에서 극심한 가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캄보디아의 톤레사프(Tonele Sap) 호수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아일러 선임연구원] 톤레사프 호수의 수위 변화는 메콩강의 어업 활동에 필요한 요소를 제공합니다. 이 호수에서만 50만 톤의 물고기가 잡힙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강물이 차오르는 양은 예전보다 적고, 수위 변화도 기존에 예상하던 시기보다 늦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댐 저수지의 수위도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메콩강 유역 개발과 홍수∙가뭄 관리를 위한 다자간 협력체 ‘메콩강 위원회’에 따르면 메콩강 유역에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는 일반적으로 5월부터 11월까지입니다.

하지만 메콩강 상류에 건설된 중국 댐들이 물을 막으면서 이미 강이 메마른 데다 최근에는 엘니뇨와 같은 기상 이변 탓에 메콩강의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해에는 일반적으로 강수량이 줄고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 때문에 메콩강 유역의 물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메콩강이 자리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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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3~29일까지의 메콩강 유역의 평균 표면 습도 지수가 1992~2021년까지의 동일 기간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어떤 상태였는지 보여주고 있다. 빨간색이 짙을수록 더 건조하다는 것을 의미. /Stimson Center, Eyes On Earth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간 기후연구기관 ‘ISET인터네셔널’의 응우옌 응옥 후이 박사는 올해 엘니뇨가 메콩강에 미친 영향을 예년과 비교해 보니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응우옌 박사] 올해는 바람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더 직접적으로 불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태풍이 형성될 때 내륙으로 직접 향하지 않고 북쪽으로 직접 회전하거나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이것이 바람을 통해 동남아 지역으로 물을 가져오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입니다.

엘니뇨는 주로 2~7년 주기로 발생하는 기후 현상으로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상승하면 태평양 동쪽에 높은 기압을 형성하고, 지구의 온도를 끌어올려 폭염 또는 폭우 등의 기상 이변을 불러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지난달 7일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올 하반기에 엘니뇨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90% 더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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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1일, 한 남성이 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에 있는 운하의 진흙 속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걷고 있다. / AP (Heng Sinith/AP)

“메콩강 바닥 드러내면 탈북민 도강 더 어려워”

이미 메콩강은 지난 2020년 기준, 평균 7미터였던 강 수위가 1/3 수준인 2미터로 낮아질 만큼 물 부족 현상을 겪었습니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곳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메콩강은 자유와 생존을 찾아 떠나는 탈북 여정의 최종 관문이기에 강의 수위는 탈북민이나 구출 단체에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메콩강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면서 강을 건너야 하는 탈북민의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 관련 기사)

[이해연:탈북민] 배 타면 빠르잖아요. 건너오는 시간이 빠른데, 물이 적어 배가 안 띄워질 수 있으면 걸어서 와야 하는데, 그러면 더 힘들 것 같은데요. (건너는 시간이) 길면 아무래도 발각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까.

[지철호:나우(NAUH) 구출팀장] 이전에 배를 타고 다닐 때는 여러 목적으로 그 강을 이용하는 다른 나라 사람도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 강이 말라가면 공산권 국가 같은 경우에는 뭍이 드러나면 국경 경계에 대한 부분이 강화될 수 있거든요. 거기에 어떤 검문소를 만들 수도 있고 하니까…

서재평 한국 탈북자동지회 회장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RFA) 실제 탈북민들이 말라버린 메콩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국경 경비대에 적발되는 사례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서재평] 이건 제가 확인한 건 아닌데, 지난 3월인가 4월에 탈출 과정에서 곤명이라는 중국 국경도시까지 잘 갔고, 강을 건너는 과정에서 국경 경비대에 붙잡혀 감옥에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만큼 최근 메콩강을 건너는 사람에게는 메콩강 수위가 말라버린 게 굉장히 위험성이 높아진 경우죠.

앞으로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8개의 댐을 더 건설할 예정인 데다 기상 이변도 잦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메콩강의 모습이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따라서 자유세계를 향한 여정의 마지막 관문으로 메콩강을 건너야 하는 탈북민에 미칠 영향도 더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에서도 엘니뇨에 관한 언급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달 7일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3개 관영매체에서 ‘엘니뇨’ 단어가 언급된 횟수는 총 96회였는데, 작년과 그 전년도에는 모두 2차례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엘니뇨의 영향으로 곡물 생산량이 감소해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