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 들어 미사일로 900만 달러 허공에...식량난 해결 ‘감감’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2.01.22
북, 올 들어 미사일로 900만 달러 허공에...식량난 해결 ‘감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황주군에 건설 중인 광촌 양계장을 방문했다고 2020년 7월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이 보도했다.
/AFP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농업 생산량 확대를 통한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식량난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한 듯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제재에 따른 외화고갈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북한 당국이 핵문제 해결을 통한 제재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한 관영매체] 농촌 진흥의 웅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발전 전략과 중심 과업, 구체적인 실행 방도들을 제시하셨으며,….

 

농촌 생활환경 개선, 농업의 생산량 확대 등 농업·농촌 분야와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북한. 그 만큼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방증입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전년도(2020)에 비해 7% 증가했습니다. 얼핏 보기엔 식량사정이 나아진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지적합니다.

 

[권태진] 생산량이 늘었다는 건 긍정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안고있는 근본적인 식량부족의 문제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습니다. 여전히 근본적인 식량문제에 노출되어 있고, 또 식량 뿐만이 아닌 식품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재해로 2020년 곡물 생산량이 매우 낮아 발생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식량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하려는 걸까?

 

최지영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식량 부족을 간접 인정하면서 자체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다면서도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합니다.  

 

[최지영]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도 ‘국내 경작을 좀 확대해야 한다’, ‘콩기름 같은 것들도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걸로 보면 식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부족을 자체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모습들이 최근에 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성공적일 지는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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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 협동농장의 농부들이 북한 남포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AP

농업문제 해결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방안 언급 없어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중국 의존도가 심한 북한 농업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꼬집습니다.

 

[조한범] 김정은 체재의 기본 노선은 자력갱생 입니다. 농촌의 노력 동원 등을 통해 농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농업 문제가 사실 자력갱생이 어려운 게 일단 비료, 농약, 종자 이런 기초적인 것들이 상당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기본 노선은 자력갱생이지만 국경봉쇄가 장기화 되고 대북제재가 장기화 되면 농업문제 해결도 동시에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권태진 원장은 농업·농촌 문제해결만 강조됐지 정작 실질적인 방안은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합니다.

 

[권태진] 농업 생산량 증대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농업분야에 지원을 많이 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있습니다만 농촌 주민에 대한 인센티브 이야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어떻게 지원을 많이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진 않지만, 아무래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농자재 쪽에 국가 지원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죠.

 

북한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도 재탕 대책이라고 꼬집습니다.

 

[문성희] 제가 분석하기에는 그렇게 새로운 문제제기는 없었던 것 같고 과거에 해 온 대책들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북한 당국의 농업발전 전략에 실망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비료와 영농자재 확보는 물론 농민 사기진작 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알맹이 없는 대안이라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밝힌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를 받고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하겠다는 조치 역시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권 원장은 지적합니다.

 

[권태진] 형식상으론 인센티브 (보상)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센티브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부에 빛이 있는 것을 풀어버리겠다는 뜻이지 실질적인 인센티브라고 볼 수 없습니다. 대출금 상환, 즉 빚은 계속해서 남아 있는 상태지 이걸 조만간 빨리 갚아야 한다는 것도 없고. 사실 협동농장이 갚을 능력도 없는 겁니다.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탕감하겠다고 하는 것이지, 능력이 있으면 탕감하겠다는 이야기도 안했을 겁니다.

 

문성희 편집장도 임기응변식 대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합니다.

 

[문성희] 올 해는 넘겼다 해도 내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반면 여군 장교 출신 탈북민 김단금(비단금TV) 씨는 농업 대부 상환 면제 조치가 어느정도 충성심을 유발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단금] 상환하지 않고 면제해주겠다는 특혜 조치는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이전 김정일, 김일성 시대와 차별화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제해줌으로 인해 농업부분 종사자들이 북한 체재를 위해 충성하게 만들고, ‘이를 잘해서 김정은에게 충성하겠다이런 의미에서 충성심 유발 하는데도 목적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다만 김 씨는 ‘인센티브라는 단어 자체가 여전히 북한 주민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단금] 인센티브라는 말 자체가 북한 주민들은 생각 치도 않는 문제고, 알려고도 하지도 않고. 주어진, 국가에서 하라고 하는 대로 하는 게 북한주민들에게 세습, 세뇌되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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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평양시 중구역의 이동식 판매대에 금성식품공장이 생산한 고기로 속을 채운 밀떡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다. /AFP

 

쌀과 밀가루 위주의 식생활 개선은 변화 반영 정책

 

북한 당국이 내놓은 농업∙식량 대책 중 또 눈에 띄는 건 쌀과 밀가루 위주로 식생활을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권태진 원장은 변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식습관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평가합니다.

 

[권태진] 북한 식량문제에서 앞으로 식량, 식품 소비 방법에 대한 구조조정이랄까요지금까지 쌀과 옥수수가 기본적인 주식이었지만, 앞으로 변화를 예상해 보면 쌀과 밀가루가 기본적인 식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보리와 밀 재배 면적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하나의 새로운 식품 소비 방법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이라고 보고있습니다.

 

김단금 씨는 북한 당국이 제시한 쌀과 밀가루 위주의 식생활 개선은 주민 들 중 최상급만 누려온 생활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김단금] 이전에 김일성 시대 때도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이 나의 소원입니다라고 했었습니다. 그 소원이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 시대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까…. 현재도 흰 쌀밥에 밀가루 위주는 북한 주민 최상급의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에요. 북한 주민들은 흰 쌀밥이나 밀가루 위주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간부급이나 귀한 사람의 생활 수준인데.

 

결국 주민들로선 귀가 솔깃한 내용일 수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식량문제 근본적 해결 위해선 제재완화 필수

 

그렇다면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권태진 원장은 먼저 북중국경 전면 개방이 시급하다고 진단합니다.

 

[권태진] (국경개방을 한다면) 어느정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순 있습니다. 생산 측면에서 농자재 수입이 아무래도 국경봉쇄로 인해 제약을 받으니 이런 봉쇄를 풀면 농자재 수입이 늘거라 기대를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농자재 공급이 늘고, 그럼 농업 생산량이 늘 가능성이 있는 거죠.

 

다만 최근 양국 간 철도 운송이 시작되면서 북·중무역 재개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걸림돌은 여럿이라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조한범] 철도 교역 재개가 북·중교역의 전면적인 정상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거든요. 아직 방역을 강화하고 있고 대북제재도 지속되고 있고. 또 북한에서 밖으로 실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없어요. 빈 객차로 나갔다가 물건을 싣고 들어오는 형태입니다. 외화 고갈 상황에서 이런 수익만 강화하는 일들이 계속될 순 없거든요. 국경이 개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북제재가 지속된다면 농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어렵다고 봐야죠.

 

외화 고갈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는 겁니다.

 

[권태진] 국경봉쇄를 해제하더라도, 충분한 농자재 그리고 생활 필수품을 사올 수 있는 형편이 못됩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외화 사정때문에 국경봉쇄가 어느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안고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핵문제 해결을 통한 제재완화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조한범] 북미, 그리고 대북제재 라는 걸림돌이 해결 안되면 북한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농업문제 뿐만이 아니라. 때문에 대북제재 해결은 경제회생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거고요.

 

[권태진] 근본적인 부족문제, 곡물이나 식품류의 부족문제는 앞으로도 해결되기 어렵다. 이것은 북한이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대화를 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민간단체(핵무기폐기국제운동, ICAN)에 따르면 북한은 한 해 약 66700만 달러(2019년 기준)를 미사일을 포함한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2020년 기준 약 291억 달러)의 약 2.3%로 국제시장에서 쌀 160만 톤 이상(세계은행 2021 12월 국제곡물가격 기준)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드는 비용을 100-150만 달러선으로 추정합니다. 새해 들어서 벌써 4차례, 6발의 미사일을 쏜 북한은 이미 600-900만 달러, 15-22천 톤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을 날린 셈입니다.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재개까지 위협하고 나선 북한.

 

현재로선 제재 완화는 커녕 추가 제재가 불가피해 보여 북한 당국이 강조한 식량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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