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여름철 장사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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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혜영 씨. 요즘은 북∙중 국경지역에서 시장 활동이 조금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서요?

[김혜영 씨] 네. 제가 최근 중간 브로커를 통해 전해 들은 소식에 따르면 요즘은 시장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물건도 좀 있고요. 아직 세관을 통해서는 물건이 들어가지 못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조금씩 보따리 밀수를 한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조금이나마 물건이 들어오니까 시장에도 활력이 도는 것 같습니다. 시장이 조금 활기를 띠고 있지만, 여전히 북∙중 국경지역 주민들의 생활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식량 가격은 8월 초부터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양강도와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7월까지만 해도 6천 원대 초반이던 쌀값이 8월 초부터 5천 원 대로 떨어지더니, 지난주에는 5천200원 정도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옥수수값은 3천 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입니다.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은 여전히 낮거나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 그런데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압록강 변에 담을 쌓고 있다고요?

[김혜영 씨] 양강도 혜산시에는 전 인민반 주민들에게 범위와 할당량을 주고, 압록강 변에 돌로 담을 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담을 쌓아서 강에 접근하거나 중국으로 도주하는 것을 못 하게 하려는 것 같은데, 또 하나 이유는 요즘 인터넷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튜브'에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요. 북한의 안 좋은 모습, 잘 못 사는 생활까지 공개되니까 그런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현지 브로커가 전해줬습니다.

- 요즘 북한도 더운 여름철을 보내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여름철에는 어떤 장사가 잘 되나요?

[김혜영 씨] 기본적으로 생필품과 식량, 과일 등이 팔리지만, 여름철에 제일 잘 팔리는 것 중 하나가 얼음과자입니다. 북한에서는 '카카오'라고도 하는데요. 물론 평양의 북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얼음과자의 종류도 많아졌고, 품질도 개선됐습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얼음과자는 외화상점에서 팔거나 전국으로 유통되고요. 지방에서 팔리는 얼음과자는 좀 다릅니다. 개인이 만들어 파는 것은 일반적으로 얼음에 맛과 색을 넣고, 막대기를 끼운 겁니다. 북한 주민들이 자가 발전기나 태양열전기를 이용해 밤새 만든 것을 다음날 내다 파는 건데요. 북한에는 여름철에도 야외에서 일을 많이 하니까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얼음과자만 한 것이 없습니다. 또 '얼음 시럽물'이라는 것이 있는데, 큰 동이에 얼음을 띄우고, 시럽을 첨가한 뒤에 사탕 가루나 사카린을 섞어서 색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시럽물을 팔기도 합니다.

- 북한 관련 동영상을 보면 얼음과자,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모습도 보이는데요. 일반 개인이 얼음과자 장사를 어떻게 하나요?

[김혜영 씨] 이것은 옛날 방식으로 얼음과자를 만드는 통이 있습니다. 여러 개로 되어 있는데, 거기에 물을 채우고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넣고, 여러 맛과 색을 넣은 뒤 얼리는 겁니다. 흔히 한국 일반 가정에서 냉장고에 얼음을 얼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에서는 개인들이 집에서 얼음과자를 만들어 시장이나 학교 앞, 거리, 건설 현장 등에서 내다 파는데, 사실 얼음과자의 품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더우니까 이 얼음과자로 갈증을 달래고 시원함을 느끼려고 사 먹는 겁니다.

- 그럼 여름철에는 일반 개인들이 얼음과자 장사로 특수를 노리는 건가요?

[김혜영 씨] 그렇죠. 여름에 제일 잘 나가는 것이 얼음과자입니다. 보통 집에서 만들어 파는데, 한 번 만들어나가면 금방 팔리니까 녹을 새가 없습니다. 또 공장에서 얼음과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아침 일찍 얼음과자를 파는 상인들에게 팔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얼음과자나 얼음보숭이의 가짓수가 많고 색과 맛도 정말 다양한데, 북한 개인이 만든 얼음과자는 가짓수가 많지 않죠. 게다가 포장도 안 되어 있으니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지만, 여름철에 잘 팔리는 것 중 하나가 얼음과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북∙중 국경이 열렸을 때는 중국에서 얼음과자를 많이 수입해 팔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가격은 북한 돈으로 개당 약 750원 정도 한다고 들었는데, 개인이 만든 것은 조금 더 쌀 수도 있겠죠. 원가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 팔면 적지 않은 이득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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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자를 파는 북한 여성. / 은하별 TV 캡쳐

- 혜영 씨, 그럼 여름철 냉방 용품 판매는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선풍기 같은 가전제품도 잘 팔리나요?

[김혜영 씨] 이전에도 북한에서 선풍기를 만들었는데, 소음이 심하고, 품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도 여름에는 집에 선풍기가 있어야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전기부족으로 모든 집이 선풍기를 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집은 자동차 배터리를 사용하기도 하고, 여유가 있는 집은 태양열을 이용하면서 선풍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요즘 웬만한 가정에 선풍기 한 대씩은 있을 겁니다. 이전에는 북한 부유층이 결혼할 때 기본 혼수 안에 선풍기가 포함될 만큼 선풍기가 비싸고 호화스러운 가전제품이었는데, 북∙중 국경지역은 중국과 교역도 활발하고, 신흥부유층들이 많아서 선풍기를 가진 집도 많고, 여름철에 선풍기 판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 여름철에 먹는 장사는 어떻습니까? 잘 팔리는 음식 종류가 있나요?

[김혜영 씨] 길거리의 매대에서 과일 주스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풋강냉이 삶은 것도 인기가 있습니다. 풋강냉이는 개인이 뙈기밭에서 지은 풋강냉이를 삶는데, 여기에 사카린을 넣으면 달짝지근합니다.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기도 좋고요.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도 높고, 비쌉니다. 또 강냉이나 감자 전분으로 만든 여름 냉국수도 인기입니다. 국수에 빨간 양념장을 넣어 먹는 것이 별미인데, 더운 여름철에 잠깐 앉아 한 그릇 먹고 가는 겁니다.

이 밖에도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여름용 신발이나 여름 원피스, 북한에서는 달린 옷이라고도 부르는데요. 패션 용품도 잘 팔리고요. 여름철에 농촌, 건설 동원이 많기 때문에 마대(포대)도 잘 팔립니다. 북한에서 마대는 노동기구로 최고입니다.

- 8월이 지나면 곧 가을입니다. 가을이 되면 미리 준비하는 장사 품목이 있을까요?

[김혜영 씨] 네. 금세 가을이 다가오겠죠. 북한의 가을은 모두가 분주합니다. 월동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북한에서는 추석 전에 김치를 담급니다. 김치는 월동준비의 기본이고, 반 년 치 식량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데, 농사꾼들에게는 배추와 무, 고추, 마늘 등 기본 재료와 수산물 등을 판매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또 가을은 추석을 맞이하는 계절인데요. 북한에서는 수산물과 과일, 고기, 그리고 떡 만들 쌀 등을 여름 내내 준비합니다. 그렇게 준비한 음식으로 추석날 온 가족이 모여 그날 하루 배부르게 먹는 거죠. 가을은 수확철이기 때문에 장사품목과 양도 늘어나고, 물건의 유통과 거래도 활발해지기 때문에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중 국경 봉쇄가 2년이 다 되어가고, 경제제재에 최근에는 수해까지 입었다고 하니 제대로 추석이나 쇨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네. 오늘은 '여름철 장사 품목'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