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협조, 코로나19 대북지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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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한 미국 등의 대북지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분배감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과거 북한에 상주하면서 활동했던 한 전직 미국 언론인이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이번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제안을 끝내 거절할 경우 향후 다른 대북 지원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AP통신의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 공공정책 센터장과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AP 통신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Jean H. Lee) 미 우드로윌슨센터 코리아센터장.
AP 통신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Jean H. Lee) 미 우드로윌슨센터 코리아센터장. (사진제공-우드로윌슨센터)

기자: 안녕하세요 진 리 센터장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코로나19 방역협력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에 북한 측이 답했는데요. 미국과 북한의 방역협력, 실현 가능한가요?

진 리 센터장: 이번에 미국에 보낸 답변에서 김여정이 사용한 언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북지원을 받겠다거나 미국과의 방역협력에 응하겠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코로나19가 북한 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의 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지도 않았죠.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냈고, 방역협력을 제안했다 정도의 내용만 다뤘을 뿐입니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접촉을 외교적인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는 듯 하며, 이렇게 몇 마디 오간 것을 두고 섣불리 북한 측의 의도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최근 진행중인 국제 인도주의 기구의 대북 코로나19 지원 움직임과 관련해 신경써야 할 부분은 어디에 있을까요?

진 리 센터장 : 한 가지 우려되는 사안은 진단 장비 및 기타 의료 물자가 북중 국경에서 전달되어 인계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 지원 단체들의 분배감시가 더 여렵게 될 거라는 점이 분명하다고 생각되며, 또 지원된 의료 물자가 북한 지도부와 특권층에게 우선적으로 할당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가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쏟는 북한 내부의 의료 종사자들에게 먼저 공급되기를 희망합니다. 또 국제 기구 관계자들이 국경부터 북한 측 관계자들을 동반해 의료품의 수송을 감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매우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기자: 국제적십자연맹이나 세계보건기구 등은 북한에 지역 사무소를 두고 있는데요, 북한에 상주하는 국제 기구 인원들이 분배감시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진 리 센터장: 물론 국제적십자연맹과 같이 북한에 지역 사무소를 둔 국제 기구들이 이러한 지원을 추진한다는 점은 분배감시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 안심되지만,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이 취한 외국인 격리 조치로 인해 북한 내 충분한 인원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해 국제 기구의 의료 지원품에 관한 최대한의 지휘권을 확보하려 들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과거에도 분배감시에 관해 북한 측과 합의를 이루는 데 큰 어려움이 따랐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코로나19에 관한 대북지원에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진 리 센터장: 분배감시와 관련한 문제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며, 과거부터 국제 기구는 물론 미국의 지원 단체들은 대북 지원을 조건부로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북한 측은 분배감시에 관한 세부적인 조율 과정에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그러한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만약 북한 측이 조금 더 협조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방역 지원이 훨씬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국제 기구나 민간 단체들 역시 어떠한 국제적 지원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부자가 요구하는 투명성에 부합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북한 측이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국제 기구에 분배감시와 관련해 비협조적이 태도를 보일 수록 향후 북한을 지원하려는 기부자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진 리 센터장: 네 그렇습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간에 자신이 좋은 의도로 기부한 돈이나 물자가 매번 어디에서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면 누구라도 추가 지원을 꺼려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기자: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 나타난, 한국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앞서 한국 정부도 북한 측이 동의한다는 조건하에 방역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종종 밝혀왔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는데요.

진 리 센터장: 한국과 여러 국제 기구들이 밝힌 대북 지원 의사와 관련해 제가 지난 몇 달 간 강조해온 점은 북한이 이러한 지원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되, 분배감시에 있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북한이 한국 측의 지원 의사에 수락 의사를 밝힌다 해도 그저 국경에서 의료물자를 북한 측으로 넘기고 끝내는 그런 상황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향후 지원을 고려해서라도, 투명성이 요구되며 더욱 분명한 분배 감시 절차가 설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