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트럼프 너무 몰아붙일 경우 역풍”
2019.10.07
앵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향후 미북 간 비핵화 협상 일정에 다시 한 번 물음표가 생겼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 둘 다 여전히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탄핵조사가 진행중인 미국 내 정치상황을 고려해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정치적 어려움에 내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위해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할 가능성에 북한이 주목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강하게 몰아붙일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지난 5일 재개된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미북 양측 간 입장차가 여전하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습니다.
특히 협상 결렬 뒤 북한 대표단이 보인 태도는 북한이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입니다.
북한측 실무협상단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 국무부가 2 주 내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 할 것이라 밝힌 데 대한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반문하며 미국이 먼저 태도를 바꿀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아니 미국이 판문점 수뇌상봉 이후에 99일 지나도록 아무런 안도 준비해오지 못했는데 2주일 동안에 어떻게 그렇게 안을 준비해올 수 있겠습니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양측이 재개된 실무협상에서마저도 서로의 입장조율에 갈등을 빚은 데 대해 양측의 입장이 과거와 딱히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조슈아 폴락 선임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 강경파였던 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바라는 바에 부합하는 협상안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슈아 폴락: 김명길 대사는 미국이 북한측이 앞서 요구한 부분에 대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지 못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대북제재나 체재 보장과 관련해 미국이 어떠한 양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하노이 회담을 뛰너넘는 새로운 협상안을 미국이 마련하지 않아 딱히 새로운 것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언급해 온 부분과 관련해 그곳이 “중국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슈아 폴락: 북한은 연말까지 미국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여러번 밝혔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밝힌 적은 없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북한이 중국과 따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현 시점에 연말까지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할 수 있느 것으로 남아있는 것들은 핵실험의 재개, 장거리미사일 도발 또는 위성발사 시험정도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이미 과거에 시행됐고 현 시점에 가시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최근 시작된 미국 의회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자신들에 유리한 상황으로 믿고 있는 점 역시 이번 협상이 결렬된 배경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 몰아세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최근(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탄핵조사로 과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연일 이어지는 공세로부터 자신의 입지를 방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북한에 양보함으로써 북핵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취하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다만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너무 세게 몰아부칠 경우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칫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게 비쳐질 수 있는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협상이 깨지는 건 물론 ‘분노와 화염’의 시기로 되돌아가갈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그는 협상 종료 직후인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직은 북미 관계가 ‘분노와 화염’로 돌아갔다고 할 순 없지만, 어떠한 ‘변곡점(infection point)’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가 협상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걸로 믿고 있는 걸로 평가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하지만 사실상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그리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데니스 핼핀 전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도 북한이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 하더라도 자칫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라도 하면 합의가 번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번복한 배경엔 합의안의 내용 그 자체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합의안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작용했다며 이같이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