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나 가요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도 연기자와 가수 등 연예인들이 있을 텐데요, 오늘은 북한의 연예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에도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있지요?

문성희 :네, 당연히 있습니다. 다만 한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세계 나라들처럼 '팬 클럽'이 있거나 하기는 않습니다. 북한에서 '아이돌'이라고 하면 김정은 총비서이니까요.
<기자>북한에서는 인기 배우나 가수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문성희 :그렇지도 않습니다. 2010년께 북한에서 '우리 집사람'이라는 노래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어요.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지요. 저도 무슨 공연이었던가 보러 갔을 때 '우리 집사람'을 부르는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옆에 앉아있던 아이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거에요. 그 만큼 인기가 있었습니다.
<기자>북한에도 인기 가수가 있다는 말씀이네요?
문성희 :네, 그렇지요. 물론 다른 나라처럼 팬 클럽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집사람'을 부른 가수가 무대에 나왔을 땐 박수가 컸다고 할까요. 이제 이름도 잊어버렸는데 그 가수가 평양호텔 당비서의 딸과 결혼을 했다는 가십이 사람들 속에서 소문이 날 만큼 흥미를 끌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북한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뭐 사생활이 언제나 집중을 받거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 연예인과는 달리 사생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할까, 별로 사생활에 대해서 신경을 안 써도 된다고 할까요. 다른 나라처럼 그런 것이 노출되는 주간지도, TV쇼도 없어요.
<기자>그렇다면 인기 배우도 있나요?
문성희 :네, 있습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역시 얼굴은 알려지고 있지요. 저도 평양호텔 등에서 배우들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김정화'라고 많은 영화에 나가는 배우가 있었던데 그 분이 평양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역시 배우이니까 눈에 띈다고 할까요.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어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 지 모르지만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역시 북한이라도 연예인은 과연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그렇다면 그런 배우들은 돈도 많이 벌고 있나요?
문성희 :그렇지도 않다고 봅니다. 제가 1996년에 평양특파원을 할 때 어떤 개그맨, 즉 희극인을 취재했어요. 그런데 다른 날에 우연히 그 사람을 목격했는데 길거리에서 차를 얻어 타려고 하고 있는 것이에요. "아, 연예인인데도 별로 보통 사람들과 다름이 없구나," 뭐 그렇게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03년에 취재한 한 여배우는 취재 장소에 자가용을 타고 왔어요. 북한에서 자가용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물론 간부들은 국가에서 차가 공급되지만, 배우나 연예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차가 공급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많이 놀랐는데 더군다나 그 여배우가 그 자가용을 자신이 운전해서 온 것이에요.
<기자>그러니까 자가용을 몰고 다닐 정도로 돈이 많았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자가용을 국가에서 주었을 지도 모르지요. 북한에서는 체육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하면 아파트와 승용차를 주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배우는 별로 그런 공로가 없기 때문에 어째서 자가용 차를 가지고 있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민배우, 공훈배우같은 칭호가 있기 때문에 그런 배우의 경우는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그건 또 뭔가요?
문성희:그러니까 많은 영화에 출연하거나 해서 '인민들을 위한 교양사업에 공로가 있었다'고 판단이 되면 그 배우들에게 칭호를 주는 것이지요. 인민배우가 가장 높은 칭호입니다. 북한 영화를 보면 맨 마지막에 출연자가 나오는데 거기에 반드시 '인민배우', '공훈배우'라고 적혀있어요. 북한 배우들은 그런 칭호를 받는 것이 영광이지요.
<기자>그런 칭호를 받으면 특별 대우를 받는가요?
문성희:조사를 한 바는 없지만 아마 공급이나 그런 것에서 특별 대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체육 선수들에게도 그런 것이 있어요. 인민체육인, 공훈체육인이라고 할까. 다만 인민체육인 같은 칭호를 한 번 받기만 하면 실패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올림픽 같은 경기에는 안 나가게 되지요.

<기자>무슨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과거에 유명한 여성 마라톤 선수가 있었습니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인가 우승을 해서 영웅 칭호를 받았어요. 그 뒤에 그 선수는 세계에서 열리는 경기에 일체 안 나가게 되었어요. 영웅 칭호를 받은 사람이 혹시나 나쁜 성적이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체육선수도 인간이기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있지 않습니까? 언제나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 측면에서 자유가 없다고 할까요. 북한만큼 체육경기에서 국가의 위신을 떨치는 것을 중요시하는 나라도 지금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체육선수들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네요?
문성희 :그렇지요. 제가 1996년에 특파원으로 있을 때 마침 미국 애틀란타에서 올림픽대회가 개최되었어요. 일본에서 '야와라찬'이라고 불린 타니 료코 선수를 여자 유도 결승에서 이기고 금메달을 딴 계순희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복싱선수도 한 명 금메달을 땄다고 기억을 하는데, 이 두 사람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비행장에서부터 퍼레이드가 있었어요. 평양 시민들이 연두에 나와서 선수들을 환영하고 있었어요.
<기자>그러니까 이 선수들의 생활도 달라진다는 것이네요?
문성희 :당연히 그렇지요. 아파트나 승용차를 나라에서 선물로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일생 먹고 살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질 것입니다. 선수를 은퇴한 뒤에도 지도자를 하거나 해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겠지요. 배우와 같은 연예인들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배우들은 은퇴하면 어떤 일자리가 있는가요?
문성희:하나는 배우들에게는 은퇴라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노인 연기를 해야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지요. 그러니까 배우에게는 은퇴라는 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영화연극대학이라는 전문대학이 있어요. 여기서는 배우만이 아니라 영화감독, 촬영, 각본을 쓰는 사람 등등 영화나 드라마에 관련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양성해요. 거기 강사로도 갈 수가 있어요.
<기자>다른 나라들처럼 유명한 감독은 있나요?
문성희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영화를 만들면 반드시 비준을 받아야 합니다. 감독이 자기 생각으로 자유로이 연출을 한다거나 그런 것은 생각할 수 없어요.
<기자>영화도 검열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어디서 비준을 내리는가요?
문성희 :어디서 내리는가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북한에서는 비준을 받고 합격한 영화만을 인민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2003년에 모란봉에 산책을 갔는데 마침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재미있겠다 싶어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까 관계자에게서 심한 야단을 맞았어요. "아직 이 영화는 비준을 받지 않았기때문에 사진을 찍지 마라"는 것이에요. 그런 측면에서는 정말 자유가 없다고 할까, 놀란 기억이 있어요.
<기자>그런데 북한에서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은가요?
문성희 : 북한에서는 예술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고 봅니다. 가수나 배우가 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도자들이 예술을 좋아하지요. 그러니까 눈에 띄기 싶다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현송월 씨를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런 지위에 오를 수도 있기에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당연히 많다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