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어제와 오늘] 소비재 확충
2019.06.27
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을 역임한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늘은 소비재 생산 문제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먹거리와 함께 소비재를 확충하는 문제가 중요한 건 북한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문 박사님, 군사력 증강에 애써온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요?
문성희: : 네, 그렇다고 봅니다. 역시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첫째가 식량, 그리고 둘째가 일상시에 사용하는 일용품이니까요. 제가 연구조사로 북한을 다녔던 2008년부터 2012년사이에도 북한 당국은 빵이나 과자류, 햄이나 소시지 등을 제조하는 식료공장, 양말이나 가구, 식기 등을 생산하는 일용품공장 개건, 신설에 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기자>북한이 소비재 확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던가요?
문성희: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식료공장이나 일용품공장의 개건, 신설입니다. 경제제재 하에서 먹거리와 소비재를 해결하자면 국산품 생산을 늘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둘째는 그것을 얼마나 싼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공급하겠는가, 하는 것인데 그 측면에서 국영상점이나 슈퍼 등을 늘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영상점에 물건이 없으면 결국 주민들은 시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고 시장가격은 비싸니까요.
<기자> 주로 어떤 소비재 생산이 많이 요구되는가요?
문성희: 칫솔, 치약, 비누, 화장지, 휴지, 식기, 남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노트북이나 볼펜 같은 것도 많이 요구되지요. 운동화, 신발, 양말 등도 되도록 공급을 하는 방향이고 소비품이기때문에 많이 요구됩니다.
<기자> 그런데 알려진 바로는 북한 소비재 상품의 질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하는데 실제 북한에서 겪어보시니까 어떻던가요?
문성희: 솔직히 말해서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데 제가 예전에 봤을 때 보다도 많이 좋아진 듯하다는 얘기는 듣고 있 습니다. 2011년에 제가 평양제1백화점을 참관했을 때 노트나 운동화는 국산품과 외국에서 수입한 상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제품의 질 차이가 한 눈으로 알 수 있는 정도였지요. 대신 가격은 국산품이 훨씬 쌌지만. 그런데 요즘은 국산품도 많이 질이 좋아진 것 같애요. 최근에 방북한 사람한테서 선물로 받은 초코파이 같은 것도 봉투 질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정말 놀랄 만한 수준이었거든요.
<기자> 네 초코파이를 언급하셨는데 예전에는 어떤 포장 상태였고 지금은 어떤 상태로 바뀌었다는 건가요?
문성희: 예전에는 포장 자체가 종이에 그냥 싸서 파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국에서 파는 초코파이와 전혀 차이가 없거든요. 그런 정도로 비닐 봉투에 넣어서 파는 거예요.
<기자> 맛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맛은 괜찮습니다.
<기자>그러면 경공업 부문이 발전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상품을 잘 생산하려면 공장이, 북한식 표현으로, 많이 일떠서야겠군요?
문성희: 그럼요. 되풀이 되는 말인데 경공업부문 공장이 많이 일떠서야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재료도 자금도 모자라니까 지금은 새로 짓는 것보다 개건하는 측면이 많지요. 한번 여기 뉴스인뎁스의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코너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데 평양양말공장처럼 원래 있던 공장 안에 새로 외국에서 기계을 수입해서 생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그렇게 하면 굳이 공장을 새로 건설하지않더라도 생산은 보장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주민들에게 소비재가 제대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공장이 잘 가동돼야 할 듯한데, 어떻던가요, 공장 가동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던데요?
문성희: 아무래도 전력이 모자라니까. 그렇지만 제가 방문할 수 있었던 공장은 북한에서도 잘 가동하는 공장이었을 것이니까, 뭐 기계가 멈추고 있다든지 그런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원래 가동이 어려운 공장은 2000년대 초의 경제개혁시기에 많이 정리된 걸로 압니다. 그러니까 원래 공장의 수가 적어졌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 속에서 그나마 가동시킬 수 있는 혹은 가동시켜야 하는 공장을 돌리고 있기에 가동율이 낮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가동이 어려운 공장은 이미 정리했고 남은 공장들은 개건 등을 통해 가동율을 높이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주민들이 시장이나 국영상점에서 파는 소비재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소비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문성희: 네 북한에서는 ‘8.3소비품’이라 해서 원래 공장에 국가가 하달한 제품을 생산해서 국가에 올리기만 하면 남은 재료로 자체의 소비품을 만드는 그런 제도가 있는데 그건 옛날부터 해온 방식이지요. 그런 방식으로 소비재 부족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지방에서는 이런 모습도 보았어요. 수타국수를 짓는데 밀대 방망이로 가루 반죽을 밀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지방의 농촌집에 밀대 방망이같은 것 없어요. 그래서 뭘로 미느냐 하면 평양소주의 병이에요. 저도 한 번 해봤지만 그렇게 잘 못했어요. 그런데 지방에 사는 여성들은 간단히 소주병으로 가루를 넓게 미는거에요. 이거야말로 자력갱생이지요. 제가 굉장하다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지방에서는 밀대 방망이 같은 것을 팔지 않고 있거나, 혹은 제품이 모자라거나 비싸서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국가에 기대는 것보다 자기들 나름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소비재를 조달하려는 그런 측면이 크다는 말씀이시지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봅니다. 하여튼 북한 사람들은 예로부터 나라에 기대지 않고 필요한 소비재를 자체로 해결하는 능력이 비상합니다. 저도 자주 왔다갔다하면서 그런 측면에서 북한 사람들한테 배울 점이 많이 있었어요. 사람은 반드시 그 제품이 없어도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얼마든지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