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에디터입니다.
북 한미훈련 중단 주장은 대미대화 복귀 명분찾기용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주장했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뒤 나온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역시 미국과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한국의 지원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국가정보원도 설명했듯이 북한은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북한은 경제성장을 하지 못 하는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제재 완화가 필수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북한 안에서도 외무성와 군부의 의견이 다른 듯합니다. 외무성처럼 대화를 중시하는 곳은 바이든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무조건적 대화재개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군부같은 강경파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도 안 해왔는 데 전혀 대가를 받아내지 못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아래서는 미국과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합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미국과 대화에 응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같은) 눈에 띄는 성과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인 듯합니다. 한국 청와대도 지난 4월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사이에 친서 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는 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결정한 이후에 시작된 움직임입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외교에 집중하려 하고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는 동결하려는 생각이라는 점을 잘 알고 (대북 외교에) 여유가 없는 미국 상황을 잘 분석하면서 조금이라도 양보를 얻어내고 대화 분위기를 마련하고 싶다는 그런 노림수가 있다고 봅니다.
북 , 훈련 한미훈련 재개에도 핵실험∙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은 삼갈 것
<기자> 연합훈련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축소나 연기 등이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인데요, 만약 훈련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의 대응은 어떻게 예상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일단 북한의 목적은 미북대화 재개라고 생각합니다.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외교전략은 북한뿐 아니라 바이든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감행하면 미국은 더 엄격한 경제제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청할 것이고 이는 북한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큰 도발을 감행한다면 남북통신선 복구를 결정한 북한의 전략과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물론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남과 북의 수뇌들이 의지를 훼손시키고 남북관계의 앞길을 흐리게 할 거라고 경고했고 이렇게 경고한 이상 미국과 한국이 훈련을 강행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듯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 영해에 도달하지 않는 정도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정도를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 군부내 한미연합훈련 재개 관련 불만
<기자> 그런데 북한이 이렇게 한미연합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뭔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데요, 첫 번째로 북한군 내부에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도 삼가해왔는 데 왜 한미연합훈련은 계속 하고 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한미연합훈련 기간 동안에는 북한군도 긴장상태에 돌입해야 하는 점입니다. 훈련의 강도에 따라 북한군도 부대 인원의 반 또는 전체가 군사용 터널에 들어가 24시간 대기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북한군 병사들은 군화도 벗지 못 하고 자야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북한군 입장으로선 너무 큰 부담이고 이 기간 중에는 병사들을 동원해 경제건설이나 농업지원작업도 할 수 없습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는 북한 입장으로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동식 ICBM 발사 영상은 군부 달래기위한 내부용
<기자> 한편 북한은 최근 군 지휘관 강습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서 이동발사 차량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직접 발사하는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합성영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저도 흥미있게 봤습니다. 이 영상은 국내용으로 제작된 듯한데요, 북한이 현 시점에서 이런 영상을 만든 의도가 관심거리입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군은 요즘 불만이 좀 많이 쌓인 듯합니다. 6월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면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 그리고 김정관 국방상 등 군 간부들을 강등하거나 교체했습니다. 군량미 방출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나오고 있는데요, 군부 입장으로선 코로나로 고생하고 있는 건 다 마찬가지인데 왜 군만 그런 부담을 져야 하는지 불만이 많이 쌓여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병철, 박정천 모두 중대사건이라고 해놓고 별로 정치적 위상에 변화가 없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에 국무위원회 연주단 방송 내용을 리춘희 아나운서가 보도한 데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리춘희 아나운서는 인민방송원이라는 칭호도 받은 높은 지위의 아나운서입니다. 최근까지 리춘희 아나운서는 김정은 총비서 소식만 주로 보도해왔습니다. 국무위원회 연주회는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리춘희 아나운서가 보도했습니다. 아마 김 총비서가 북한군을 중시하고 있다는 호소를 하고 싶은 목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동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도한 것도 제가 보기엔 미국을 도발하고 싶다는 의도가 아니라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군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그런 국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제 대신 자유원해 꽃제비 되려는 북 청소년들
<기사> 북한 대도시에서 최근 꽃제비가 급증했다면서요?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전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제가 탈북자분들에게 듣기로는 평양이나 청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꽃제비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늘어난 꽃제비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꽃제비와 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예전 꽃제비들은 아사 가능성도 있을 만큰 고생도 하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요즘 꽃제비들은 외모가 다른 청소년들과 별로 다름이 없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최근에 북한은 아시다시피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한류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언어나 옷차림을 모방하는 청소년층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위한 사상통제나 강제노동도 시키고 해서 이런 통제를 너무 싫어해 가출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출 청소년들은 인민반의 쓰레기 처리를 돕는 대신 식사를 제공받거나 아니면 도로나 건물 공사때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대신에 식사도 제공받고 하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이상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