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미 , 협상교착 책임 북에 있다는 점 알리려 애써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은 북한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교착상태인 북미 협상 재개를 희망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친서를 북한에 전달했습니다. 마키노 위원님, 북한을 협상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미국의 최근 움직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미국의 움직임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언론 플레이'가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스톡홀름 협의 재개 의사를 언급한 게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와의 회견에서였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일부러 같은 내용을 정의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 측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난 연말에도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서울에서 '여기에 있다'며 북한을 향해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자신들이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미협상에 진전이 없는 건 북한 쪽에 책임이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특징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겁니다. 북한은 스톡홀름 협의에서 예전에 자신들이 양보했던 사안에 대한 대가, 예를 들어 억류했던 미국 시민을 석방한 것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발불명됐던 미군 유골을 반환한 것 등에 대한 대가를 미국이 제공하지 않는 한 앞으로 북미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요구에 대해서 절대 응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교착상태가 되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이니까 미국이 북미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그런 인상을 저는 받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미국도 협상재개를 진정으로 원하기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다, 이런 말씀이네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뭔가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것 보다는 미국이 협상재개를 원하고 있는데 교착상태가 되고 있는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걸 일부러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 , 미국의 대화 재개 제안에 응할 의사 없는듯
<기자> 미국 정부가 북한에 협상재개를 제안한 듯한데, 북한의 반응, 혹시 파악하신 게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제가 듣기로는 북한 쪽에서 대화에 응하려는 생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도 얘기했듯이, 자신들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북한이 북미대화에 응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다만 북한 쪽에서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이 있는 듯합니다. 김계관 고문의 담화도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얘기한 직후에 나왔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들이 가장 쉽게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상대여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올 해 6월 정도까지는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에 임할 물리적인 시간이 남아 있다고 북한도 계산하고 있는 듯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한다고 얘기하면 북한은 전제조건 없이 무조건 대화에 응할 수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6월이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5개월밖에 남지 않는 상황인데 정상회담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 시기가 되면 북한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아닌지 계산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시점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4년 동안 계속해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하자고 할 것 같고 반대로 그 때 당선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급속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북 , 내달 한미연합훈련 재개 여부 주시
<기자> 한편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도운 북한의 무역 업체와 숙박시설 등 두 곳을 제재했습니다. 대북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명확히 한 걸로도 보이는데 이번 조치가 북한을 더 자극하지는 않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RFA 보도를 봤는데요, 보도에 인용된 전문가들의 지적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두 업체는 별로 북한에 타격이 없는 곳이라고 저도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목표는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입니다.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지 여부는 두 가지 요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지 여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은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상황이라도 앞으로 그가 북한과 대결하려는 자세를 보일지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거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스넵백 방식, 즉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제안한 바는 있지만 그 것도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거나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별로 변함이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재개)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북한은 올 2월 말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연말 예정됐던 '비질런트 에이스'처럼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한다거나 아니면 지난해처럼 규모를 축소한다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훈련,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상륙훈련도 한다거나 하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총련 간부들 , 평양과 신뢰관계 구축 실패
<기자>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일본 조총련의 북한 내 영향력이 급감한 걸 보여주는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됐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작년 12월에 북한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었습니다. 그 직후에 조총련이 중앙과 지방의 간부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조총련은 과거에 노동당이 중요한 회의를 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대응회의를 열어왔지만 중앙군사위원회에 대응하는 회의는 이번에 처음 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본 공안 당국이 매우 긴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안 당국이 조사한 결과 조총련이 사전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당시 서둘러 회의를 연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조총련은 북한 당국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연 것으로 미뤄 북미 간 긴장관계가 너무 높아지지 않을까 매우 걱정하고 오해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북한은 지난해 연말 삼지연군에서 설맞이 공연을 열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평양으로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당시 공연단을 보낼 계획이었던) 조총련은 장소 변경에 대해 직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어서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일교포 사회에서는 이번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나 설맞이 공연 대응을 보면서 조총련 간부들이 평양과 신뢰관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런 불신감이나 걱정이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