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년 대대적 기념행사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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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내년 주요 행사 기회로 충성자금 모으기 나서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기자> 마키노 기자님, 북한 당국이 내년에 대대적인 행사를 열기 위해 벌써부터 준비에 들어간 정황이 있다면서요? 자세히 전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2022년에는 2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번째 생일, 4월에 김정은 총비서의 최고 지도자 추대 10주년과 김일성 주석 110번째 생일을 맞습니다. 제가 듣기로 북한에서는 내년을 가장 중요한 해라고 여기면서 코로나19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이번 기회에 충성자금을 북한 내외에서 모아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도 있다고 봅니다. 노동신문은 이 달 9일 평화통일 지지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 확대회의가 온라인에서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이나 인도, 필리핀 등에서 우호단체가 참가하면서 이런 행사를 대대적으로 축하해야 한다는 호소문을 채택했다고 합니다. 이건 물론 대외적인 의미이고 실제로는 충성자금을 갖다 바치라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호단체는 자금을 모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런 우호 단체가 있는 국가를 담당하고 있는 북한 기관들이 자금을 준비해야 합니다. 앞으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나 외화벌이 무역회사들에게 이런 지시가 내려갈 거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치에 대한 의욕 떨어지고 있을 가능성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2차 화대회의도 주재했는데요, 고도의 격동태세를 견지하라는 발언을 했네요.

마키노 요시히로: 고도의 격동태세를 견지하라는 말은 한미연합군이 자주 쓰는 '파잇 투나이트' 즉 즉각 전투태세 유지와 같은 말입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요즘 김정은 총비서가 참가하는 회의에서 북한이 전통적으로 중요시해온 '최고지도자의 말씀'이 적어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나 생활총화나 학습회에서 자주 인용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요즘 김 총비서는 구상을 밝혔다거나 생각을 제시했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설명만 많아지고 있고 중요한 전략이나 정책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말씀'이 적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올 해 김 총비서가 강연회나 회의가 아닌 현지지도에 나선 건 세 차례밖에 없습니다. 그 것도 다 평양시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최근 김 총비서의 몸무게가 10킬로그램 정도 빠졌다는 정보도 있는데 저는 김 총비서가 정치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대화 진전까지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

<기자> 한국 국정원이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남북 간 의미있는 소통이 이뤄졌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취재를 좀 해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아시다시피 국정원은 북한의 국가보위성과 채널을 계속 유지해왔습니다. 이 채널은 정책결정이 아니라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용도입니다. 과거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하면 준비를 위해 이 채널이 이용되는 그런 상황도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북한이 한국과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남북대화가 진전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정원이 북한에 전한 연락 내용은 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의미있는 소통이라고 한 건 서로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남북대화 진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 바이든 제시 실용적∙ 단계적 접근 매력 못 느끼는 듯

<기자> 한편 북한은 여전히 정상회담 결과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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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노 기자의 새책‘김정은과 김여정’ 표지

마키노 요시히로: 하나는 북한이 지금 국내문제로 너무 바쁜 상황 탓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바이든 정부가 제안한 실용적, 단계적인 접근에 북한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나 고위 엘리트층이 원하는 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보유중인 핵을 어느 정도 인정받으면서 폐쇄적 체제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현재의 정치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정치적인 타협이 필요하고 외교적인 접근에는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다만 6월25일은 한국전쟁 발발일이고 7월27일은 북한이 전승절, 즉 한국전쟁 휴전일입니다. 북한은 통상 6월25일부터 7월27일까지는 반미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기간이구요, 올 해 어느 정도나 반미캠페인을 전개하는가 그런 걸 지켜보면 북한의 속내를 판단할 수 있지 않나 예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직접 쓰신 새 책이 이번주 일본에서 출간된다면서요? 제목이 '김정은과 김여정'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감사합니다. 올 연말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승계 10주년을 맞아 북한 체제나 실상을 보도해 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책을 썼습니다. 책에서는 김정남 암살을 둘러싼 여러 내부 실상이나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좋은 관계였고 휴대전화 사업을 강력히 주장했던 사실, 최선희 부상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 전 김 총비서에게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던 이유 등을 다뤘습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