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오토 웜비어 사망 3주기] ④ “웜비어법, 북 경제 더 옥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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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토 웜비어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미국 의회가 제정한 '웜비어 법'은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제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에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체계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관련 사안을 전담하는 현직 변호사는 이 법안이 북한의 불법자금망을 옥죄는 효과를 가져올 걸로 전망했습니다. '웜비어 법'이 북한의 불법자금과 연루된 불법망을 노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웜비어 사망 3주기를 맞아 당시 상황을 살펴보고 그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되짚어 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미국 워싱턴의 제재 전문법률회사(GKG Law) 소속으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제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올리버 크리스칙(Oliver Krischik) 변호사로부터 현 대북제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3자 제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웜비어 관련 배상금 수집 과정서 북 제재회피망 드러날 수도

기자: 안녕하세요 크리스칙 변호사님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 6월19일은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후 미국에 귀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3번째 기일입니다.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 씨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북한에 실질적인 법적 책임을 물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북한 당국이 웜비어 가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공식 판결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북한 당국의 돈줄을 말려 북한을 계속 옥죄나가겠다는 웜비어 유족의 이같은 노력이 실제 북한 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또 미국 측 법원 판결에 대한 보상금을 웜비어 유족이 실제로 받아낼 가능성은 어떤가요?

크리스칙 변호사: 저는 여태까지 오토 웜비어 씨의 유족이 배상금 수령에 있어 어떤 세부 조치들을 취해왔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웜비어 유족이 해당 보상금을 수령하는 경로를 제공하는 법률과 조약은 존재합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러한 불법 자금이 압수되면 피해자에게 해당 자금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도록, 예를 들면 채무 불이행 판결에 따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절차가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상 금액의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하나씩 받아낼 길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또 웜비어 부부가 손해 배상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앞서 알려지지 않았던 제재 위반자들의 불법망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도 북한에 관한 불법자금 활동을 제한하는 동력을 제공하는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재 위반자들은 주로 미국의 금융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돈세탁을 할 의지를 가진 개인이나 기관을 위주로 하는 불법망에 의존하는데, 그러한 불법망을 노출함으로써 제재 위반자들의 자금 이동 역량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배상금을 수집 하는 것 자체가 북한 당국을 압박한다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차단되거나 동결된 자금의 행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에 연루된 개인 및 기관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은 기존에 구축되었던 북한의 불법 제재회피망을 옥죄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웜비어법 규정 3자 제재 북 경제 더 옥죌 것

기자: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는 "죽을 때까지,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앞으로도 북한을 옥죄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웜비어 부부는 앞서 미국의 연방의회를 상대로 북한을 더욱 옥죄기 위한 법안을 상정하기 위한 로비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미국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는 3자 제재로 대북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오토 웜비어 법안'이 포함돼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이 결국 미국 법으로 공식 제정됐습니다. 북한과 관련된 개인 및 기관에 대한 3자 제재를 의무화 화는 웜비어법,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크리스칙 변호사: 우선 재무부 등 미국 내 여러 정부기관은 경제 제재가 해당 국가의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수시로 언급해왔습니다. 따라서 제재의 목표가 북한 당국의 행동 변화를 보는 것이라는 이와 같은 전제 하에서는 제재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특히 3자 제재의 경우엔 어떤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감독국(OFAC)으로부터 제재 대상(SDN)으로 선정되고, 정부가 마음 먹고 추진하고자 한다면 관련 조치는 매우 신속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재무부의 이러한 권한에는 제재 대상으로 선정된 누군가를 세계 금융망에서 즉각 격리시키는 역량이 있다는 점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하는 사안이라 봅니다. 또 어떤 제재 대상을 선정하는 조치는 앞서 해외 은행들이 감지하지 못했던 불법 제재 회피망을 노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 측의 실제 행동 변화를 목격하기 위해서는 제제 뿐만 아닌 다른 복잡한 요소들도 고려되어야 하는게 사실이지만 분명 이번에 제정된 웜비어법이 규정하는 3자 제재는 북한의 불법자금망을 축소하고 북한 경제를 더욱 옥죄는 작용을 할 것이라 봅니다.

기자: 앞서 웜비어법안을 발의했던 의원들은 3자 제재를 통해 북한과 연루된 중국 은행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불법자금 활동과 연루된 개인 및 기관, 특히 중국 측 은행에 3자 제재가 미치는 영향은 어떨 거라고 보십니까?

크리스칙 변호사: 물론 중국 은행을 겨냥한 3자 제재가 해당 은행이 북한과의 관계를 끊도록 유도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분명 중국이 방대한 양의 금융기관을 지닌 매우 큰 나라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3자 제재로 한 두 개의 금융기관을 겨냥하는 조치는 어느 일정 시간 동안만 제재 회피를 방지하는 데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누군가가 새로운 제재 회피망을 구축하고 있을 가능성도 다분한 게 사실이고요. 분명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한 중국 은행을 미국의 금융망에서 배제하는 조치는 즉각 이뤄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북한과의 은밀한 거래를 염두에 둔 다른 중국 은행들의 대북 거래 의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며, 기존에 북한과 관계를 유지해온 은행에 대해서는 이러한 효과가 증폭될 수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이렇나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는 우선 미국 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북한 관련 위반 사항에 관해 중국 은행 측에서 어떠한 해명을 제공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고, 또 해당 은행이 미국 측에 제시하는 기관 고유의 위험관리 정책에 따라 제재 조치의 방향성이 결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래픽-김태이)

기자: 앞서 일부 전문가들은 제재로 대규모 중국 은행 전체를 겨냥하는 것은 국제금융체제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대립각이 심해지는 미중 관계로 인해 앞으로 미국이 중국 관련 기관에 대한 제재에 있어 강경하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듯 합니다. 미중 간 대립으로 인한 영향으로 미국이 앞으로 대북 3자 제재를 추진하는 데 있어 중국 은행에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중국 대형은행 제재는 역효과 불러올 수도

크리스칙 변호사: 네, 저도 향후 미국 정부가 미국 금융망을 통해서 이뤄지는 북한과 관련한 돈세탁을 촉진하는 중국 은행들에 대해서 좀 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미국 정부가 해당 은행들에게 먼저 기존 관행과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재대상 선정과 같은 중대한 제재는 일반적으로 미국과 많은 합법적인 사업을 이어온 대규모 금융기관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제재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해당 은행에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형 은행의 경우 미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미리 노력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제재가 중국 은행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분명 국가의 외교 정책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재의 파괴력이 심각할 경우 미중 두 국가 간의 외교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는 사안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지는 않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바는 만약 너무 많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제재를 받아 미국의 금융망으로부터 단절되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재의 수위가 갈수록 심해질 경우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금융망을 구축하고자하는 세력이 늘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해 미국의 금융망을 우회하는 자체적인 망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면 미국의 제재 위력이 약화될 가능성 역시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어떤 개인 및 기관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불법 자금 관련 행위에 가담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나 정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크리스칙 변호사: 미국 정부가 미국의 독자제재의 민사 또는 형사 위반을 입증하는 법적 기준은 기본 법률, 규정 및 관련 혐의의 유형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정부는 외국 은행 관계자가 외부에서 불법 거래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관련 정보를 숨기기나 위조했다는 증거를 입수 했을 때 해당 은행에 대한 제재를 시행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과거 한 외국은행의 경우 은행 내 특정 부서가 미국 금융망을 통해 자금을 움직이는 데 앞서 해당 거래에 연루된 제재대상국에 대한 정보를 삭제하거나 수정했다는 점이 포착돼 엄중한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해당 은행 내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위조하거나 숨기려는 팀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황이 미국 정부가 찾고 있는 하나의 핵심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해외자산통제국은 만약 외국 은행이 어떤 특정 거래에 북한이 연루됐다고 추정할 만한 단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진행했을 경우에도 역시 해당 은행에 대한 제재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개입됐다는 징후가 있었지만 이를 사전에 명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정황 역시 제재가 부과될 수 있는 법률적 여지을 미국 측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미국의 금융망 내에서 일어나는 북한의 불법자금 세탁이나 조달도 있겠지만 미국의 금융망 밖에서 일어나는 불법자금 활동도 있을 텐데요. 미국 금융망 밖에서 일어나는 불법자금 관련 행위는 어떻게 적발할 수 있나요?

크리스칙 변호사: 우선 미국 정부는 불법 자금을 식별하거나 의심스러운 거래를 포착하는 데 있어 미국 은행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모든 미국의 금융기관에 그들이 관여하고 있던 거래가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해당 기관이 인지했든 인지하지 않았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엄격한 책임 기준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제재 위반 가능성을 식별하는 데 세심한 절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게도 금융기관과 같은 책임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 은행들은 자신의 고객들의 계좌와 해당 고객들의 명의로 외국 은행에서 개통된 계좌 정보 등을 포함한 정보를 수집해 제재 위반 사례를 탐지합니다. 따라서 불법 돈세탁을 막기 위한 노력은 전 세계 곳곳에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에 기반해서 이뤄지고 있고, 이러한 관점에서는 제재 적발을 위한 많은 인력이 전 세계에 배치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점점 더 정교한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 추세임은 물론, 미국의 금융망과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 곳이라면 제재 회피에 대한 적발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수십년 동안 상당히 정교한 돈세탁과 제재 회피망을 유지해 왔다고 알고 있는데, 미국의 수사를 교란하는데도 데도 능숙할 가능성이 다분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로써 북한 당국이 돈세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가짜 회사 명의와 서류 등을 활용해 계속해서 새로운 불법망을 구축해 나가는 데 국한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기자: 크리스칙 변호사님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