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엘리트층, 미북회담 실익없다 여겨”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6.23
“북 엘리트층,  미북회담 실익없다 여겨” 미국과 대화 가능성에 대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재차 부정한 리선권 북한 외무상.
/AP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북 엘리트층서 ‘북미협상 이익없다’는 불만 많아

<기자>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습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담화를 통해 미국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밝힌 김정은 총비서의 ‘대화’ 언급을 “꿈보다 해몽”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잘못 가진 기대”라고도 했는데요, 마키노 위원님,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일단 제동을 건 모양세인데요, 아직 대화할 준비가 안 된 걸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사실 북한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협상을 통해서 북한이 얻어낸 이익이 전혀 없다는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성 김 미국 북한정책특별대표는 지난 21일 한미일 협의 자리에서 무조건 대화재개를 주장했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미국이 뭔가 양보해야 대화에 응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데 무조건 대화를 재개하자고 하니까 자신들이 제시한 대화재개의 조건을 만족시키지도 않아 이를 거부했다는 의미입니다.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도 이런 주장을 다시 강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RFA가 최근 인터뷰한 토마스 쉐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도 말씀하셨지만, 김정은 총비서도 김여정 부부장도 고위 엘리트층과 공생관계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고위 엘리트층은 북한이 북미협상을 위해서 풍계리 핵실험장도 폭파하고 억류했던 미국 시민들도 풀어주고 실종된 미군 병사들의 유골도 일부 반환했지만 전혀 얻어낸 게 없다고 너무 불만스럽다고 합니다.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김 총비서나 김 부부장은 현 상황 아래서는 미국과 대화에 응하기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동당 전원회의 분과 협의에서도 대외문제는 빠져

<기자> 그렇지만 김 총비서가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역시 당장 판을 깨지 않고 미국을 향해 좀 더 양보하라는 힘겨루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그런 전술적인 줄다리기를 위한 발언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한테 양보하라고 주장하고 있지 대화에 의욕을 보였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 달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9개 부문별 분과 협의회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 중 대미전략이나 남북관계 같은 외교과제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듣기엔 회의가 열리더라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초조감을 느끼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나 고위 엘리트층은 계획이나 전략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별로 분과회를 연 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분과회의에서 논의된 그런 항목이 바로 북한이 현재 가장 중시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말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분과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회복이나 농업생산,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 사상통제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외교까지 다룰 여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구요. 김 총비서의 건강이 악화했다거나 아니면 정치적인 의욕이 좀 떨어지고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 악화가 외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 자신의 공약 불이행 스스로 ‘이례적’ 인정

<기자> 최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식량사정 악화를 솔직히 시인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인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맞습니다. 김 총비서는 2012년 4월 더 이상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 메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자신이 했던 정치공약을 달성하지 못 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건데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같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독재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주석은 절대적인 권위도 갖고 있었고 신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실패하는 건 절대 없었습니다. 거기에 반해 김정은 총비서는 상당히 힘이 약한 독재자여서 실패도 인정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봅니다. 사실 김 총비서는 2017년 신년사에서도 자신의 힘이 모자란다고 얘기도 하고 지난 해 10월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눈물도 흘렸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식량문제에 관해 늘 정보를 교환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식량사정에 대해서 주민들을 속일 수 없다고 판단해 오히려 사죄하는 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몇 차례나 사죄한다고 하면 김 총비서의 정치적인 권위도 떨어지고 독재자 입장에선 힘도 계속 떨어지는 그런 위험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G7서 한일 정상회담 거부 일본에 미국 정부내 불만 목소리

<기자> 이번 주에는 한국 서울에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이 만나 북한 핵문제 공조에 나섰습니다. 한일 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 속에 열린 이번 3국 협의, 어떻게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성 김 대표는 한미일 협의뿐 아니라 한미 협의 모두 발언에서도 몇 차례나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논리적으로는 일본 정부가 하고 있는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그래도 한일관계가 계속해서 교착상태에 빠진 데 대해 점점 불만이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바이든 정권은 동맹관계 부활을 중시하고 있는 데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비해서 아시아의 한미일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초조감이 있습니다. 특히 이 달 영국에서 열린 G7,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는 데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일본이 한국과) 대화에 응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라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물론 미국 입장으로선 일본도 한국도 중요한 동맹국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한일관계에 대해서 직접 개입할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앞으로 한미일 협상을 기회있을 때마다 추진하겠다는 그런 입장인 듯하고 북한 문제는 가장 쉬운 한미일 협력의 모델이어서 이번 회의를 먼저 열었다는 겁니다. 앞으로 다른, 예를 들면 기후협력 같은 사안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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