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북 , 안보문제는 미국과 경제문제는 중국과 논의 입장
<기자> 미국과 북한이 미군유해 송환을 위한 장성급 회담과 실무회담을 15일과 16일 판문점에서 잇따라 개최했습니다. 미군 유해 송환과 공동발굴 재개 등에 양 측이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달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비핵화 이행을 위한 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마키노 지국장님, 미국과 북한 간 신뢰구축 측면에서 이번 미군유해 송환이 중요했는데요 일단 가닥은 잡은 듯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유해 송환은 미국과 북한의 관심사안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북한은 그런 화제거리를 이용하면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이번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애초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실무회담에 불참하고 유엔사 측에 장성급회담 개최를 제안했는데요, 북한은 이미 2013년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판문점 대표부 철수를 선언했지 않습니까? 북한이 사실상 미군인 유엔사 측과 협의 통로를 재개한 배경이 결국 종전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말씀이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북한은 안전보장은 미국과, 경제문제는 중국과 그렇게 서로 협상하려는 듯합니다. 경제문제는 일단 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까지 세 차례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미국이 검토했던 코피작전, 즉 대북 제한적 군사공격 등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공격한다거나 하는 위협을 느꼈기 때문인데요, 북한은 지금도 미국으로부터 이런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이런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가장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 ,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지 않는다는 확신 얻어내려 해
<기자> 그렇지만 현재 종전선언을 놓고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양 측이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어떻게 서로 연결할 걸로 예상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적인, 즉 공격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어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종전선언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면,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에 대해 공격하려는 근거가 없어지고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한다거나 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을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 하지만 미국 입장은 종전선언을 하기 전에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선제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7월 6, 7일 북한을 방문했을 때 그런 주장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쪽에서도 동시행동, 단계적인 조치를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계속 얘기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 측 주장이 아직은 엇갈리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그럼 양 측이 어떤 수준에서 서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쪽에서는 미국이 종전선언을 약속하면 안전보장 측면에서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도 진전을 보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는 미국 쪽에서도 11월 중간선가 있기 때문에 중간선거 이전에 종전선언과 관련해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고 하면 서로 이익이고 그러면 북한 쪽에서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비핵화에 대해 양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미국 측에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 , 폼페이오 방북 때 경제제재 관련 불만 제기
<기자> 방금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경제적인 부분에서 보장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지만 북한이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대북 경제제제가 해제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들은 바로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 쪽에서 (대북제제와 관련해) 강력히 불만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북한도 본격적인 경제발전은 어렵지만 일단 북한 쪽에서는 중국으로부터 당분간 경제적으로 견딜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 안전보장을 위한 협상도 하면서 앞으로는 먼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나 뭐 이런 조치를 계기로 한국 쪽에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라거나 그런 요구도 하면서 천천히 경제적인 이익도 얻어내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이제 관심은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제시된 합의사항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지속적이고 안정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 등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후속 실무협상을 어떻게 이어갈 지에 쏠려있는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6월19일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미북협상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자고 얘기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도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김 위원장도 알았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실무협상도 그리 서두르지 않고 원칙적인 합의만 하고 천천히 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앞으로 8월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나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그리고 유엔총회 등 외교일정이 끝날 때까지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실무협상은 그리 큰 진전은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북 대사면 정치범 포함땐 정상국가 지향 의도
<기자> 미북 간 실무협상이 그리 빨리 진행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하셨는데요, 마지막으로 16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대사면을 발표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첫번째 뭐니뭐니 해도 김여정이 주도하고 있는 애민정치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하면서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중국의 마오쩌뚱이 사망한 뒤 덩샤오핑이 했던 사면정치를 북한이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덩샤오핑은 1790년대 말에 수백만 명을 사면하면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정치적인 신뢰를 회복했습니다. 그런 신뢰를 근거로 여러 개혁개방을 진전시키고 그 후에 중국 공산당을 자신이 지도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했습니다. 혹시라도 김 위원장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만약에 북한이 형사범뿐만 아니라 정치범 등을 사면한다고 하면 북한도 이른바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큰 흐름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기자> 네, 북한의 정상국가화, 그리고 개혁개방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한다, 그런 말씀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