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관리∙전문가 “미북 실무회담 시급”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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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활동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는 미북 간 실무급 회담을 서둘러 개최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자체만으로 비핵화를 이룰 수 없고, 실무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은 나아가 비핵화 실무회담의 조속한 개최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잇따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활동 계속 진행

- 핵∙미사일 관련 중단 합의 없지만, 실무급 협상의 중요성 커져

- 탑다운 외교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비핵화 해결 부족

- 전문가들 "미 스티븐 비건∙북 최선희 빨리 만나야"


잇따른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핵∙미사일 관련 활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과 한국∙미국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핵 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에서 관련 활동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또 이 같은 동향은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파악됐다는 것이 14일, 한국 국가정보원의 설명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활동의 중단에 관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북한이 핵∙미사일 시설을 신고하거나 폐기할 의무는 없지만,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을 억지하기 위한 실무차원 회담(working level talks)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향식 외교방식(top down diplomacy)이 지금의 상황까지 이끌었지만, 근본적인 비핵화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이번에 보여줬다는 것이 워싱턴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13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현재 미북 협상의 교착상태를 미북 간 기싸움으로 진단하면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이 성사돼야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지금 미국과 북한은 서로 먼저 양보를 요구하면서 기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거죠. 실무급 인사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만나야 이 교착상태를 벗어날 겁니다.

미국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상대하면 만족할 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면서 실무회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미북 간 실무회담에서 일정 부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이 최선희 부상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핵심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만으로 합의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최선희 부상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김 위원장과도 합의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수도 있죠. 따라서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려면 김 위원장이 실무급 회담을 허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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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지난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최근 논란이 된 북한 미사일 기지의 즉각적인 폐쇄를 위해서라도 미국과 북한이 지체없이 실무차원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From the perspective of what was agreed to at Singapore, North Korea did not commit to ending its ballistic missile program or ending its nuclear program immediately. That is why it is important for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to start working level negotiations immediately.)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 소장도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합의 내용은 실무회담에서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미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지고 합의할 내용은 그 전에 실무급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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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취임 이후 아직 북측 못 만나

- 미 국무부 "아직 실무회담 일정, 발표할 것 없다"

- 미북 간 실무회담 열려도 성과에는 회의적

- 실무회담 개최에 따라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비핵화 진전에 영향


하지만 미국의 실무급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8월에 취임했지만, 아직 북한 측과 마주 앉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갖기로 한 실무회담도 성사되지 못했고,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북 간 고위급 회담도 북한 측의 연기로 무산됐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관리는 14일, 미북 간 실무회담이 오랫동안 교착국면에 접어들면서 실무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워싱턴의 분위기에 대한 견해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현재 발표할 실무회담의 일정은 없다"며 "대화는 계속되고 있고, 서로의 일정이 허락되면 다시 만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의무를 이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국무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비핵화 협상에 조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완전히 비핵화를 이행하기 전까지 대북제재의 완화∙종전선언등 북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북 간 실무회담이 가져올 성과에 대해서도 견해는 엇갈립니다.

그동안 실무회담이 여러 차례 연기된 배경으로 미북 간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과 함께 실무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미북 정상회담도 연기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서울 지국장도 이런 이유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은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시간이 걸려도 된다고 얘기하고 있고요. 일단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그 후에 시기와 장소를 정해도 된다는 뜻이거든요.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듯해서 다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는 것은 현재로서 아예 기대조차 못 하는 상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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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그동안 대북정책을 주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과 다름없이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북한의 핵시설 신고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개발 지원 등을 내세우며 북한에 더 빠른 비핵화를 촉구하고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간 실무회담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디트라니 전 대사는 관측했습니다.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대북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 정부가 상응 조치를 취하겠지만, 미국이 주도해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북 간 교착국면을 해소하고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 간 실무회담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결국, 얼마나 빠른 시기에 미북 간 실무회담이 열리느냐에 따라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와 비핵화의 진전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게 대다수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