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의료인력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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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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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제공

기자: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의 진행을 맡은 한덕인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의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 북한의 보건의료 체제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는 다섯 번째 시간이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 센터장님.

안경수 센터장: 네 안녕하세요.

기자: 현재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의료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에서는 누가 어떻게 의사가 되고 의료인력이 양성되는지 얘기 나눠봤으면 합니다.

안경수 센터장: 북한에선 의료인력을 '보건일군' 또는 '의료일군' 이라 부르곤 하는데요. 북한의 의료인력이 다른 나라와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다른 게 있습니다. 우선 북한 보건의료 인력에는 의사, 위생의사, 치과의사 그리고 고려의사가 있습니다. 의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의사, 위생의사는 위생방역소에 근무하면서 위생이나 방역과 관련해 특수하게 일하는 그런 의사. 치과의사는 우리가 아는 치과의사. 그다음에 고려의사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소위 알고 있는 한의사입니다. 일단 크게는 이 정도가 있다고 할 수 있고요. 또 북한에는 우리가 아는 약사, 약제사라고 있어요. 그리고 준의, 조산원, 보철사, 조제사, 안마사, 이런 식으로 인력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간호사라고 부르는 간호원이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 드리지 않은 의료인력도 분명히 있는데 일단은 대체적으로는 이렇게 의료인력이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의사시험을 보지 않습니까. 근데 북한은 제가 말씀드린 인력들이 따로 시험을 보진 않습니다, 물론 졸업시험을 보긴 합니다만 그 대학을 졸업하면 자격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간호원 같은 경우도 간호원 학교라는 데가 있습니다. 한 1-2년제인데, 간호원 학교를 다니면 간호원이 되고요. 준의나 조산원이나 보철사, 조제사 같은 인력은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자격이 생겨요. 근데 최근 들어서는 그런 의학전문학교는 없어지거나 폐지되고 의학대학으로 통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 시대의 의과대학은 어떻게 변했나요? 김 위원장은 의료 개혁을 줄곧 주장해오지 않았습니까? 실제로는 변화가 있었나요?

안경수 센터장: 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의학대학에 변경이 있었어요. 다만 의학대학만 변한 건 아니고요. 북한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교, 대학이라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고등교육이라 불리는 체제에 변동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가지 변동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건 의학대학 뿐만이 아닌 북한의 고등교육. 대학교 체계가 많이 변화 됐었어요. 첫번째는 대학의 종합화, 그리고 두번째는 대학의 일원화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조금 실제적인 예를 말씀 드리면, 평안북도에는 신의주시가 소위 도청소재지에요. 도인민위원회 소재지인데요. 신의주에 있는 대학들이 있어요. 의학대학이나 사범대학, 공업대학 등의 여러 대학들이 있는데 그런 대학들을 다 합쳐서 평북종합대학을 만든 다음에 그 안에다가 다 배속시켜 놨어요. 평안북도에서 이름을 따서 신의주의학대학이 평북종합대학 의학대학으로 바뀐 것이죠. 2013-2017년을 거치면서 이런 식으로 종합화 정책이 이뤄졌고요. 그리고 대학의 일원화, 그것은 대학의 체계를 소위 일원화를 시킨 겁니다. 의학대학이 평양의학대학 위주로 돌아가게 됩니다. 평양의학대학도 김일성종합대학 의학대학으로 2010년대 초반에 바꼈거든요. 그래서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이 소위 의학대학계열에서는 일원화의 가장 꼭지점에 서서 모든 교수 수단이나 방법의 모범을 보이고 거기서 파생된 것이 다른 의학대학에 전파되고 실현되는 그런 교육체계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대학의 일원화와 종합화, 이 두가지 정책 때문에 기존의 의학대학들도 변천을 한번 겪었어요. 그런데 최근 2019년에 기존에 종합대학화를 했던 의학대학들을 보니 다 다시 그냥 의학대학으로 환원을 시켜놨어요. 그러니까 신의주의학대학이라 치면 신의주의학대학이 평북종합대학 의학대학으로 바꼈다가 다시 신의주 의학대학으로 복귀가 됐더라고요. 그리고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이 됐던 평양의학대도 최근에 다시 평양의학대학으로 이름이 바꼈습니다. 그래서 정책을 한 번 썼다가 다시 환원을 한 것 같기도 하고요. 현재로썬 어떤 의도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다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 위원장이 고등교육의 정책 변화를 추진하다가 최근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과거의 정책으로 회귀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안경수 센터장: 다시 예전으로 돌린 건지, 아니면 형태만 다시 예전으로 복원 시키고 다시 정책을 짜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만약에 정책을 돌리는 경우에는 이런 경우가 있어요. 어떤 정책을 썼다가 뭔가 마음에 안들면 그걸 다시 돌려서 원상복귀를 시키는 그런 개념이 하나가 있는데요. 이것이 그런 개념일지, 아니면 형태만 예전 그대로 형태를 고치고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정책을 준비 중인 건지는 알 수가 없어요. 저도 사후적으로 연구를 하는 입장이라 속단을 하기 어려워요.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내년이 되고 내후년이 되면 변화를 추진한 배경이 무엇인지 단서가 하나씩 나올 겁니다.

기자: 얼마 전(11월27일)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 평양의대에 입시비리가 발생해 간부가 직위해제 됐다고 밝힌 보도가 있지 않았습니까. 이번 평양의대 입시비리 사건의 내막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십니까?

안경수 센터장: 중요한 것은 관련 보도에도 나왔듯이 입시비리란 말이 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당연 의대가 최고로 인기고 공부 제일 잘하는 사람부터 의대에 가잖아요,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반면 북한은 의대를 공부 잘하는 사람부터 끊어가고 그러진 않아요. 왜냐하면 일단 과학자들을 중시하고 국방무기같은 것도 개발하는 나라니까 물리학자, 화학자, 그런 응용과학자들이나 기초 과학자들가 되는 데 더 공부잘하는 수재들이 갈 수 있어요.

근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2010년대 들어서 소위 의사들도 좀 더 잘 나가게 됐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예전에 사회주의적인 보건의료에서는 의사라고 해도 한국처럼 모두가 선망하고 그렇진 않았단 말이에요. 근데 분명한 건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북한에서도) 자기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거나 하면 의사를 추천하거나 권하는 경우는 많아진 건 사실이에요. 즉 의사가 인기가 많아졌어요. 이것은 북한에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의사 같은 의료인력이 선망을 많이 받는 직종이 되었다는 거죠. 특히 평양 의학대학같은 경우에는 소위 북한에 있는 다른 의학대학을 이끄는 선두주자에 서 있는 의학대학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평양의학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굉장히 치열해요. 이건 제가 직접 들은건데 평양 의학대학은 가려고 재수, 삼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합니다. 즉, 평양의학대학은 북한에서도 위치가 특별합니다. 특히 평양의학대학 같은 최상급대학은 오히려 입시비리가 생길 여지가 굉장히 작아요. 왜냐하면 다들 공부잘하는 애들만 모여서 거기서 겨루잖아요. 거기서 입시비리가 나기 어려워요. 즉각 상소될 여지가 다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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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손소독하는 북한의 위생의사 (AFP)

기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1월 15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20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교육기관들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 행위들에 대하여 분석한 자료가 통보되고, 이를 결정적으로 뿌리뽑기 위한 문제가 심각히 논의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이 '비사회주의적 행위,' 특히 이번 평양의대 입시비리 사건과는 무슨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안경수 센터장: 일단 최고지도부 김정은 위원장 정도가 언급했으면 그건 단순한 입시비리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대학도 다 당위원회가 있어요. 대학교의 학장, 교장, 학장이 제일 높은 것이 아닙니다. 대학 당위원회에 있는 위원장이 제일 높거든요. 그런 당 개선에서 비사회주의적인 것이 적발됐을 순 있어요. 비사회주의적인 요소는 항상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평양의학대학은 굉장히 위상이 높거든요. 그런 대학에서 (입시비리는) 쉽게 발생할 수 없는 일인데 혹여 그런 일이 발생했다 그러니 김정은 위원장이나 최고지도부가 언급하는 것일 테고요. 단순히 입시비리가 아니라, 무언가 대학의 운영구조상에, 당위원회 쪽에, 소위 어떤 하자 또는 과오가 발생했다, 이렇게 해석하고 싶어요. 저는 단순한 입시비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통 그정도 입시비리에 최고지도부가 뉴스 사설까지 내고 그러진 않거든요. 뭔가 일이 터졌는데, 당 위원회 개선에서 과오가 발생했다. 평양 의학대학이기 때문에 더 걸리 수가 있는 것이죠. 다른 의학대학에 비해서 평양의학대학은 굉장히 선두주자적인 대학이니까 북한 체제상 그런 데서 하나의 시범으로 철퇴를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앞서 북한 의사의 평균 월급은 2천 400원 가량으로 판단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보통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의사들이 억대에 달하는 고액연봉을 받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최소 지금보다는 북한 당국이 의사들에게 조금 더 나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안경수 센터장: 의사뿐만이 아니고요. 북한에서는 소위 일에 대한 대가. 일하는 근로자들, 직장에 소속된 일반 주민들이나 의사들의 봉급체계가 실제 물가와 괴리되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품의 물가와, 직장에서 받는 월 급여는 괴리가 된 지는 오래에요. 보건의료 쪽은 특히 의사라고 특별히 많이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의사들도 일반주민들과 같은 생활을 영유해야 하니까 부업같은 것을 많이 하고요. 나오는 급여로는 제대로 살 수가 없다. 그건 북한의 정치경제적인 상황이고 보건의료에도 적용이 되는 거에요. 의사라고 무조건 월급으로만 살아야 하고 그 월급이 다른 노동자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고 이런 건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 굉장히 괴리가 있죠.

기자: 북한에서 의사란 직종에 대한 인기가 커지는 추세라고 하셨는데, 월급이 같은 상황에서 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혹시 부업할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인가요?

안경수 센터장: 네 그런 것도 있고요. 그리고 의사 정도 되면 과외도 할 수 있어요. 학생들 과외도 하거든요. 북한에서 과외를 한다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지식들이 좋은분들이고, 그걸 활용해서 소위 말하는 사적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을 할 수 없고요. 그리고 의사들이 일반 사적활동보다는 생계를 유지할 때 더 유리해요. 생로병사라고, 우리가 아프고 이런 것은 인간의 특성이고 그것을 치료하고 처방하고 하는 경우는 굉장히 실생활에서 많이 대우를 받죠. 그래서 평양의학대학이나 의학대학을 나온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을 가진 주민들에 비해서는 사적활동과 융통성의 범위가 굉장히 넓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하기 때문에 사실 많이 선호를 하죠.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