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고도화 속 기술 완전 검증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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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4년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는 등 올 들어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로 무력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필수 요소인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한계와 정상 궤도가 아닌 고각 궤도로 시험 발사를 진행하는 점으로 미뤄 아직 완전히 검증된 기술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한이 특정 기술을 보여줄 때까지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이 일단 기본적인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신뢰성 향상을 위해서는 계속 대륙간탄도미사일, 즉 ICBM 발사와 실험이 필요한 상황.”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상당히 고도화됐지만 중장거리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은 아직 신뢰성을 확보한 검증된 상태는 아니다.” (장영근, 한국 국방대학교 교수)

한반도 전문가들의 현재 북한 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입니다.

북한이 올 들어 잇달아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인 ‘기술’만 갖췄을 걸로 추정될뿐, 아직 ‘검증’이 안된 상태라는 겁니다.

이런 관측을 반영하듯 북한이 24일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달 27일과 이달5일에 발사한 화성-17형이 아닌 다른 기종의 ICBM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6일 쏜 화성-17형 ICBM 추정 발사체는 고도 20Km에서 공중폭발하면서 기술결함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북한이 2017년 11월 마지막으로 발사된 ‘화성-15형’을 발사했다면 당시보다 기술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당시 북한이 쏜 화성-15형의 정점 고도는 4천475km, 사거리는 950km로 약 53분간 비행한 반면 이번 ICBM의 최고 고도는 6천200km, 사거리는 1천80km로 약 71 동안 비행한 걸로 분석되고 있기 땜입니다.

사거리 1천km가 넘으면 북한이 2018년 4월에 발표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 선언이 완전히 깨지는 상황.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김정은 당 총비서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사일 시험 발사의 기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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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watches the test-fire of two short-range ballistic missiles 2019년 7월 26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 북한 조선중앙통신 via Reuters (KCNA/REUTERS)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24일의 ICBM발사는 북한이 로켓 단분리 시험과 탄도 재진입 기술에도 어느정도 진전을 이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조 선임연구위원은 평가합니다.

[ 조한범 ] 6천200km 까지 올라갔다면 단분리 시험은 다 한거고, 탄도재진입 시험도 어느정도 했다고 봐야하거든요.

앞서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로 보이는 모델을 선보였지만, 이것이 북한이 핵무기를 성공적으로 조립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의 한계 (1) ' 고각 발사 '

한마디로 아직 북한이 넘어야 할 기술적 장애물이 첩첩산중이라는 겁니다.

먼저 ‘고각 발사’ 문제. 북한은 영토가 좁아 정상 각도로 시험 발사할 경우, 다른 나라 영토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장거리 미사일 시험 때 정상 각도(30-45도)보다 더 90도에 가깝게 쏘는 고각으로 발사해왔습니다.

실제 북한이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발사체가 정상 각도보다 높게 고각으로 발사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장영근 한국 국방대학교 교수는 고각 발사가 북한이 행할 수 있는 유일한 시험 발사 수단이라 말했습니다.

[ 장영근 ]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태평양 서쪽까지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미국이 바로 요격에 들어가거나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주 큰 고각 궤적으로 발사하는 것이 (북한이) 유일하게 그나마 시험 발사 할 수 있는 방법이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고각 발사가 북한의 수위 조절에 따른 결정이지만 성능 검증에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분석합니다.

[ 조한범 ] 정상 발사를 해버리면 ICBM이 명확하고, 훗카이도를 넘어가면 일본 영토를 넘어가니 파장이 너무 크거든요. (하지만) 실제 정상 각도에 가까운 발사를 하지 않고서는 ICBM의 실제 성능을 검증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의 한계 (2) '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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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observes the firing of suspected missiles 2020년 3월 22일,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발사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via Reuters (KCNA KCNA/via REUTERS)

두 번째는 탄두 재진입 문제. ICBM의 과정 마지막 단계에서 탄두는 다시 대기권에 재진입합니다. 고도 100km에서 지구에 재진입할 때 생기는 마찰열과 충격을 견뎌야 하는 기술은 북한이 현재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직면한 매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고 장영근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 장영근 ] 고각 발사도 재진입을 하지만 다른 결의 재진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탄도 궤적으로 궤도 재진입을 한 적은 없습니다. 재진입 기술은 실질적으로 획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여전히 기술적으로 한계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 조한범 ] 정상적인 각도로 들어올 때 탄도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고열에서 골고루 깎이는 실험을 해야만 무게중심을 유지하면서 궤도에 재진입하고 목표물을 향해 유도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고각 발사의 경우는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험이 제대로 되기가 어렵습니다.

정상 각도에 가까운 발사를 하지 않고서는 ICBM의 실제 성능을 검증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 조한범 ] 실제 ICBM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거리 3천~4천km 로 줄여서 발사라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목표물이 유도됐는지 까지 봐야하거든요. 최종적으로는 북한이 의도하는ICBM (기술은) 중장거리 미사일의 훗카이도를 넘어가는 정상 각도에 가까운 발사를 해봐야합니다.

결국,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은 아직 신뢰성을 확보한 상태는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 도발 , 다음 단계는 ? (1) 동창리 정찰위성 발사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단계 도발은 뭘까.

조 선임연구위원은 동창리에서 군사용정찰위성을 발사할 걸로 예측합니다.

[ 조한범 ] 4월 15일 전후로 정찰위성을 쏜다고 했으니 그 때 동창리 로켓발사대에서 정찰위성용 우주 로켓을 쏠 가능성이 거의 기정사실화 됐습니다. 그 다음에 점차 중장거리 미사일의 실거리 사격, 그리고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한 단거리 1천km 내외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까요).

장영근 교수도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할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 장영근 ] 작년 국방발전5개년 계획을 해서 중점사업을 보면 군정찰위성을 개발해서 작전이나 전략에 사용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군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백두산 엔진 기반으로 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도 다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한국과 미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북한 도발 , 다음 단계는 ? (2) 중장거리미사일

또 북한이 미사일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중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의 ‘유사한 행동’을 이어갈 걸로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전망합니다.

[조한범] (중장거리 로켓의 실사거리) 훗카이도를 넘어가는 사거리 3천~4천km 대를 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실험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도발 , 다음 단계는 ? (3) 풍계리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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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4일,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북한의 핵실험장 건물이 폭파되면서 연기와 잔해가 공중에 치솟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via Reuters (AP)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미국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지만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다음 도발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문제 때문에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을 걸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김 총비서가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내부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지금 당장 핵실험이 필요하진 않다고 내다봅니다.

[ 조한범 ] 이미 핵실험을 여섯 차례나 했기 때문에 당장 지금 필요하지는 않고요. 물론 향후에 핵실험은 필요합니다만, 지금 당장 시급하지는 않습니다. 풍계리 복구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러니까 핵실험은 지금 당장 가능한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지프 버뮤데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11일)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에 최소 3개월이면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 조지퍼 버뮤데즈 ] 기자들은 터널 입구가 폭파되는 건 봤지만 그 안으로 얼마나 훼손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입구 정도만 파괴되고 내부 손상이 크지 않았다면 3~6개월이면 복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풍계리 복원 활동을 눈에 띄게 진행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에 압박을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주요 목적은 “지하에서 전술 핵무기를 이용한 새로운 핵실험을 수행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ICBM 기술이 여전히 결함을 안고 있다는 지적 속에 북한이 미북 간 핵과 ICBM 모라토리엄을 완전히 파기하는 고강도 도발을 계속 이어 나갈지 주목됩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