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인수중공격정 기술력 과장해 성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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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최고지도자에게 성과 보이려 무리한 연출”

<기자>북한은 최근 (27일) 또다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지 4일째인데도 도발을 계속한 건데요. 연합훈련 이후에도 계속되는 군사도발의 노림수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 특징 중 하나는 실전 배치 훈련을 강조한 점입니다. 지난 27일에도 지대지 전술유도탄 두 발로 핵 공중폭발 타격방식의 시범사격훈련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쓸 수 있는 핵'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도 매해 가을 대규모 군사훈련을 합니다. 작년 10월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순항미사일을 사용한 핵 공격 훈련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사전 예고도 없이 핵 훈련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는 겁니다. 핵 훈련은 (주변국에) 위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해를 피하고자 미리 예고하거나 횟수를 한정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북한은 이러한 사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계속 새로운 위협을 개발하는 것을 강조한 점입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핵무인수중공격정을 도입한 수중전략무기체계를 시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저도 최근 수중무인기를 취재한 바 있는데,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 상당히 고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무인기가 복잡한 작전 행동 중에 적의 공격을 피하려면 외부에서 세세히 컨트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컨트롤하기 위해 음파를 쏘면 바로 적에게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음파 대신 빛을 이용하는 광통신을 검토한 바 있다고 합니다. 빛을 이용하면 보낼 수 있는 데이터는 많아지는 듯하지만, 멀리 가면 갈수록 빛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컨트롤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보낼 수 있는 양은 많지만, 빛의 양이 줄어드니까 음파보다 멀리 가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북한에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군사적으로, 기술적으로 모순이 많은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무리하게 군사 훈련을 했다고 강조하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 위협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 능력 이상으로 과장하고 있다는 말이죠. 아니면 국방 5개년 개혁의 3년째가 되기 때문에 성과를 최고지도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무리하게 연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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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water strategic weapons system test at an undisclosed location 장소 미상의 위치에서 수중전략무기체계를 시험하는 장면 캡쳐. /Reuters (KRT/via REUTERS)

김정은 정권 도발 횟수 , 김정일 집권 18년보다 더 많아

<기자>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총비서는 과격한 언사보다 실제 군사행동으로 대응하는 듯합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일 시대와 비교하면 군사도발 횟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일본 방위성의 자료에 따르면, 김정일 시대인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다 합쳐서 16발이고 핵실험은 두 번 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는 올해 2월까지 약 11년 동안 탄도미사일은 154발을 발사했고 핵실험도 4번 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무기 개발이 진행되면서 변측기동을 취하는 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 SLBM 미사일 종류가 많아진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한편, 과학적인 검증과 상충하는 무리한 미사일 발사도 눈에 많이 띕니다. 예를 들어 한미일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에도 '화성-17형'을 7발 발사했습니다. 2016년에도 무수단 미사일을 1년에 7발 발사한 바 있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화성-17형’이나 무수단이 성공한 적은 각각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군사∙기술적으로 개발 시험에서 한 번 실패하면 그 원인을 파악하면서 문제점을 정리하고 수정해서 다시 기체를 준비할 때까지 석 달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행동은 군사 기술의 방식을 무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이나 한국과의 외교도 신경쓰면서 필요 이상으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의 저서 중에 "군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보고를 들은 김정일 씨가 '이미 발사했냐'며 많이 놀랐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군사 개발뿐 아니라 외교도 무시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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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KCNA)이 28일 공개했다. /AFP (STR/AFP)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사정책과 다르게 실제 행동을 중요시하는 배경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가 이렇게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하는 이유는 그 정도로 북한 체제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하나는 한국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북한과 대립하는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할 때마다 대규모 공동 훈련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미국도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경계하면서 전략폭격기나 원자력 잠수함, 원자력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에 많이 파견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북한 고위층, 특히 김정은 총비서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강경한 수단을 통해 체제의 결속을 강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다음 올해가 국방 5개년 계획의 3년째이기 때문에 군수산업 분야나 과학기술 분야의 사람들은 최고 지도자가 지시한 목표를 달성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8일에도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기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때 8개 정도 종류의 전술핵무기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이는 물론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핵무기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노림수일 수 있겠죠. 그러나 동시에 군수 부문이 국방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최고지도자에게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국방 5개년계획에서 제시한 군사정찰위성, ICBM, 원자력 잠수함 등의 목표를 다 달성하기는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스스로 세웠던 5개년 계획을 100% 달성한 바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도 우리는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애 '공주'처럼 받들어 일반 주민과 거리감"

<기자>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가 한미동맹의 위협을 심각하게 보는 한편, 북한 사회는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 김정은 총비서는 세습을 4대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 때문에 김주애 씨를 미리 등장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4대까지 세습한다는 걸 빨리 선언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 결과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김여정 일가와 차별화하고 싶은 리설주 여사의 생각도 포함됐을 수 있겠죠. 그러나 김주애가 주로 군사 활동에 등장한 것도 '김정은 총비서가 군의 힘밖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만약 여유가 있다면 김주애를 좀 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공개해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렸을 때 남산고급중학교나 김일성종합대학교에 다닐 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먼저 내부적으로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김주애를 군사 열병식에 공주처럼 등장시킨 것은 일반 주민과 쉽게 만나지 못할 정도로 거리감을 만들면서 '김씨 일가를 지켜주는 건 군밖에 없다'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북한은 다시 선군정치로 되돌아갔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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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딸 주애와 '핵반격 가상 훈련 참관' 지난 18~19일 김정은 총비서가 딸 '김주애'와 함께 참관한 가운데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0일 보도했다. /연합 (나기성/YNA)

<기자>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 하는 데 최소 3백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 이상까지도 소요된다는 추정치가 있는데요. 이대로 시험발사를 계속할 경우 북한 체제 유지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이미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국민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포기했습니다. 국가는 국민들이 그 나라에 세금을 납부하는 대신 여러 가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다른 행정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대신 그만큼 많은 돈을 군사 분야에 지출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역으로 보면 이미 실패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북한이 실패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서서히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북한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만들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단 말입니다. 이러한 움직임 자체는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실패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 정권이 머지않아 붕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