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MZ세대’ 맞춤 정책 꺼내 들어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2.05.10
Share on WhatsApp
Share on WhatsApp
북한도 ‘MZ세대’ 맞춤 정책 꺼내 들어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열린 청년절 행사 모습.
/AP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열병식에 참여한 청년들과 ‘1호 사진’을 찍는 등 청년들을 부쩍 챙기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북한도 MZ세대(1980-2004년 생)를 겨냥해 정책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건 없는 충성을 보였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층인 MZ세대는 충성에 대해 즉각적인 보상을 기대하는 ‘교환 관계’로 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조선중앙TV] 우리 청년들의 기세가 정말 대단하다고 하시면서 우리식 사회주의의 밝은 미래는 청년들의 것이고, 청년들 자신의 손으로 당겨와야 하는 성스러운 애국 위업이라고….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이후 김정은 총비서는 (51) 열병식에 동원된 청년들을 만나 기세가 대단하다며 포상했습니다.

 

 

사진1.JPG
2022년 5월 1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평양에서 열린 사진촬영식에서 학생과 청년 노동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Reuters

 

이 포상 중 하나는 김 총비서가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1호 사진촬영.  

 

노동신문은 지난 2, 김 총비서가 열병식에 동원된 평양의 대학생과 근로청년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총 8면의 신문 지면 중 6면을 이들의 사진으로 채웠습니다.

 

군인 외 집단을 불러 포상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4) RFA에 말합니다.

 

[서재평] 보통 열병식에 참여한 군인들과 (1) 사진을 찍지, 일반 민간인들은 잘 안 찍었죠.

 

MZ세대 사고방식 맞게 정책 변화 보여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걸까.

 

사상이 변하고 있는 청년층에 맞게 정책적 변화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인 ‘MZ세대’.

 

‘MZ세대는 정보통신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유행에 민감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도 기성세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에 속합니다.

 

북한의 MZ세대도 외부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탈북민 김단금 씨는 (4) 설명합니다.

 

[김단금] 최근에는 청년들의 사상 변화가 많이 있잖아요.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접하며 제일 먼저 바뀌는 게 청년들의 사상이기 때문에 청년들을 잡지 않으면 체제 자체가 무너지죠. 지금은 예전과 달라서 핸드폰도 사용하고 탈북민처럼 해외에 나와 있는 가족들이 많기 때문에 그 가족들을 통해 북한에 알게 모르게 연락이 닿아지고, 그러다 보니 북한 체제 안에 사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다 깨어 있거든요. 김정은(총비서)도 젊은 나이에 유학 했잖아요. 그래서 세계정세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북한 체제 안에서 이전과는 달라서 지금의 MZ 세대는 우리가 자랄 때 20대 때와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북한도 여느 나라와 다름없이, MZ세대의 사고방식에 맞게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고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4) 분석합니다.

 

[정은미] 사상만 강조해서는 이제 안 되는 거죠. MZ세대는 이미 (북한 당국과) 서로 교환관계가 된 거죠. 충성을 보였으면 그거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 교환관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옛날 세대는 사상이 먼저기 때문에 충성에 대한 대가를 바로바로 확인 안 해줘도 결속력이 높았다면, 지금은 세대가 많이 바뀐 거죠. 우리도 마찬가지잖아요. MZ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르잖아요).

 

이전 세대와 달리, 자신이 투자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바로 얻기를 바라는 MZ세대. 때문에 즉각적인 포상을 줌으로써 미래의 청년 동원을 생각했다는 진단입니다.

 

[정은미] 북한 청년들은 우리 같은 MZ 세대라는 게 뭐냐면, 우리가 한만큼 대가를 바로바로 얻기를 바라잖아요. 그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잘 해줘서 내가 이렇게 포상을 해준다를 즉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이번에 사진도 찍었고, 이런 차원에서 즉각적으로 포상을 해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2025년까지 계속 청년들을 동원해야 하잖아요. 그들에게 우리가 계속해서 무상으로 착취당하는 게 아닌 이렇게 다 보상을 해주는구나라는 선례를 남겨줘야 그 이후에 청년들도 계속 자원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차원에서 아마 이렇게 영리하게 한 것 같습니다.

 

서재평 국장은 이러한 ‘1호 사진 정치는 그만큼 현재 북한 내부의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을 방증한다며 애국심이 부족한 청년층을 겨냥해 내부 결속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서재평] 지금 20~30대 청년들은 그 전 세대에 비해서 사회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애국심이 낮은 세대인 게 맞아요. 환경상 그럴 수밖에 없고. 김정은(총비서가) 소년단, 청년동맹에 대한 조직적 통제, 학습, 충성 등을 엄청 많이 시켰어요. 사상적 이탈을 막아야 하거든요.

 

지금의 MZ세대가 국가의 중추가 되면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 청년들의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통제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서재평] 지금 젊은 세대를 잡지 않으면 이제 그 친구들이 40~50대가 되면, 국가의 허리를 이루는 나이가 되면 체제 자체가 흔들리니 상당히 세대에 대해 김정은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통제라던가 강화했어요. 아마 이번에도 특별히 참가자들에 대해서 배려 차원에서 일반 군인들 외에도 청년들 대상으로 굉장히 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높다, 믿음이 높다라는 신뢰를 준거죠.

열병식, 물질적 보상 없어 ‘1호 사진으로 정치적 보상

 

 

사진2.jpg
2018년 9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AFP

 

보통 열병식에 참여하면 물질적 보상을 주지만 올해는 물질적 보상을 줄 수 없어 정치적 보상을 줌으로써 청년들에게 ‘영예자긍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라고 서 국장은 내다봅니다.

 

[서재평] 제가 파악한 바로는 열병식에 참가하면 다른 때는 선물을 줬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물이 하나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선물은 없고, 고생을 시켰는데 사진이라도 찍어 놔야 그 사람들에게 명예심을 주고, 어느 정도의 정치적 보상(을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물질적 보상은 하나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라도 달래 줘야 청년들이 영예와 자긍심을 가지고 김정은(총비서)에 대한 충성심도 더 (생기고) 불만 없이 가지고 가기 때문에.

 

정은미 연구위원은 김 총비서의 청년 챙기기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 번째로 경제적 계획. 경제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 동원의 수단으로 청년들에게 물질적인 보상 대신, 미래를 주는 수단이라는 겁니다.

 

[정은미] 5개년 경제계획을 자력갱생 방식으로 완성을 해야하는데요. 자력갱생 방식이라는 게 내부 자원을 동원하는 거잖아요. 그 내부 자원을 동원하려면 아무래도 노력 동원을 했을 때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요. 노동자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물질적 보상을 해줘야 동원이 가능하잖아요. 근데 청년들은 이 탄원 진출이라는 형식, 즉 자원적인 방식으로 노력동원을 대거 하는데요. 그 청년들에게는 노동 대가를 주는 게 아닌, 그들에게 미래를 주는 겁니다. 입당 기회를 주거나, 대학을 보내준다든지, 혹은 이것이 하나의 경력이 돼서 직장 배치를 받을 때 우대조건이 된다든지.

 

두 번째로 세대교체 차원의 문제. 세대교체와 맞물려 사상적으로 다시 재무장시키기 위해 청년 사업을 강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은미] 지금 청년들이  시장화의 물결 속에서 외부 세계 문화 혹은 사상에 많이 노출이 돼서 자라난 세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체제결속력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노동을 통해 (청년들을) 단련시키면서 동시에 사상을 다시 바꾸는 거죠. 그들 말로는 잘못된 외부사상 문화에 찌들어 있는 젊은 세대들을 노동과 단련을 통해서 사상 교양을 강화하면서 그것들을 바꿔 나가게 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결속력 있는 세대를 계승할 수 있는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주역으로 만들기 위해 청년 사업이 8차 당대회 이후에 강조되고 있습니다.

 

체제결속력이 약해진 청년들에게 이러한 '1호 사진'을 찍어주고, 충성심을 유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입니다.

 

1호 사진 가치 떨어지더라도 민심 잡기 위해 남발

 

사진3.jpg
2022년 4월, 김정은 총비서의 최고 당 및 국가 지도자 추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 개선문 광장에서 학생과 청년들이 춤을 추고 있다. /AFP

 

 

북한에서 1호 사진이 집 안에 걸려 있으면 정치적 생명은 물론, 규정 위반도 넘어가는 등 아주 큰 이익이 있다고 김단금 씨는 증언합니다.

 

[김단금] 1호 행사에 참가해서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1호 사진이 집에 걸려있는 집은 간부 행렬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엄청 힘을 받아요. 1호 사진 한번 찍는 게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큰 힘을 받는 일이고, 가정에 자식들까지 대대로 (영향을 받죠). 1호 사진 찍었던 사람이 국가적 범죄를 지어서 감옥에 들어갔다고 해도, 1호사진을 찍었다고 하면 풀려날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요. 토대도 바뀔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념사진 남발로 ‘1호 사진의 희소성이 많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현시점, MZ세대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정 연구위원은 설명합니다.

 

[정은미] 아무래도 희소성 부분에서는 예전만큼 희소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1호 사진을 찍으며) 더 정치적 효과를 더 확실하게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값을 매길 순) 없지만 지금 중요한 부분은 정치적 효능감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잖아요. 요즘 우리 MZ세대도 자신이 무언가를 (제시) 했을 때, 그것들이 정치 혹은 정책에 반영이 되고, 이것이 성취됐을 때 이것을 정치적 효능감이라고 표현을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북한의 청년들도 이런 게 필요한 상황이 된 거죠.

 

1호 사진의 희소성이 떨어지더라도 북한 청년 층의 민심을 잡기 위해 이례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