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지난 달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전승의 상징'인 흰색 원수복을 입고, 어깨엔 '대원수 계급장'까지 착용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김 총비서의 대원수 등극은 발표가 없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이 현상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내에서 대원수 명칭을 받은 사람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두 사람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원수가 됐을 때마다 즉시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이번에 대원수로 등극했다고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일반 주민들의 반응을 신경쓴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김일성 주석이 대원수 명칭을 받은 시기는 그가 사망하기 2년 전인 1992년이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에는 사망한 그다음 해인 2012년에 대원수 명칭을 받았습니다. 그런 두 사람과 비교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아직 30대이고 권력을 계승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원수가 된 시기를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이 아직 많을 것이며 그러한 주민들이 김정은 총비서가 오만하다고 반발할 것을 걱정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역으로 보면, 대원수 계급장 견장을 착용했다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측근들에게 그의 절대적인 힘을 보여주고 권력을 안정화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지난해 7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비서에서 해임됐던 리병철이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 옆에 나란히 등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소개에 따르면, 리병철은 핵심 조직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복직했는뎅요, 어떤 속사정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리병철 씨는 작년 6월 열린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의 결정과 국가적으로 제일 중요한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판받고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당했습니다. 그 당시 조선인민군이 신종 코로나 비루스의 방역 조치를 따르지 않고 북·중 국경무역을 한 이유로 문책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상무위원으로 복귀한 것은 한 10개월 만에 다시 정치적인 특권층이 됐다는 뜻입니다. 리병철 씨는 같은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정천 씨를 대신하는 역할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열병식 후에 김정은 총비서가 박정천 상무위원 등 열병식을 지휘한 19명의 지휘성원들과 같이 촬영한 기념사진이 노동신문 4월 30일 자 2면에 게재됐는데, 리병철 상무위원은 사진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박정천 상무위원의 경우 4월 15일에 진행된 평양 군중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요즘 그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천 상무위원이 정치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리병철 씨가 다시 상무위원이 된 게 아닌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이로써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5인에서 6인 체제로 변경된 건데요.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하나는 박정천 상무위원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리병철 씨를 대신 참가시키려는 가능성입니다. 다만 정말 그렇다고 하면, 박정천 씨를 해임시키고 리병철 씨를 상무위원으로 임명하면 될 텐데 6명으로 상무위원을 변경했다는 것은 의사진행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원래 북한을 '보통 국가'로 만들고 싶다면서 조직이나 체계를 중요시하는 정치를 고수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정치적 주장과는 모순된 움직임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노동신문 사진을 보면, 리병철 상무위원이 미사일 발사 시험 때 김정은 총비서의 손을 잡고 같이 기뻐하는 모습이 확인된 바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김정은 총비서와도 친한 관계에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총비서가 주장했던 "조직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은 인맥이 부족한 김정은 총비서의 개인적인 사정에 따른 주장이고, 결국 북한이라는 나라를 개혁한다거나 하려는 움직임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기자>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옆에서 그를 보조하는 새로운 여성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이달 들어 자주 포착됐는데요. 현송월 부부장이 하던 의전 업무일 뿐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초상 배지도 착용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띕니다. 이분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여러 가지 알아봤지만, 현시점에서는 이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숙 여사의 딸 김설송 씨가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김설송 씨의 나이는 40대 후반이고 영상에 나온 여성은 30대로 보이기 때문에 김설송 씨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의전을 담당하는 사람은 현송월 씨나 김여정 부부장처럼 최고 지도자와 극히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비록 현송월 씨는 백두 혈통이 아니지만, 미국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맨 씨가 과거 북한 원산 별장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만났을 때 현송월 씨가 김여정 부부장과 친형 김정철 씨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런 사적인 행사 자리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실세인 현송월 씨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 여성이 최고지도자와 가깝고 친한 사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이 여성을 영상에 등장시킨 이상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비밀로 하고 싶은 담당자, 예를 들면 북일 비밀 협상을 담당했던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같이 비밀공작을 하는 사람들은 공개 석상에 등장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역으로 이 여성은 비밀공작원은 아니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의 하나로 등장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한편 북한은 지난 4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고도 공식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대중에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어떤 이유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과거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성공한 경우에는 반드시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보도에는 두 가지 주요 목적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 국내적으로 강한 군사력과 이를 지도하는 최고지도자의 힘을 강조하면서 인민들에게 단결할 것을 주장하는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보도에 여러 가지 수사를 포함해 한미일을 압박하는 노림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이 실패한 경우에는 보도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보도를 보면 미사일 시험은 성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은 첫 번째, 북한 당국이 군사적인 뉴스가 주민들의 충성심에 별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군사 행진은 계속되고 있고 열병식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을 보면 이런 이유 때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보도를 통해 한미일을 압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고 핵실험으로 한미일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할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효과를 최대한 얻어내기 위해서 지금은 일부러 가만히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사일은 계속 발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발표 안 하더라도 충분히 압력이 된다는 말입니다. 또 정치적인 의도나 외교적인 전략을 밝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북한이 가만히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에 대해서는 국가 주권의 문제라며 외국이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