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올해 ARF에 북 초청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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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마키노 기자님. 올해 G7(주요 7개국 협의체) 의장국을 맡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상회의 개최 장소를 과거 피폭지였던 히로시마로 선택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특히 G7 정상들은 지난 19일, '핵 군축에 관한 G7 정상의 히로시마 비전'(G7 Leaders' Hiroshima Vision on Nuclear Disarmament) 문서를 발표했는데요. 이 '히로시마 비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짚어주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이번 주요 7개국 정상들이 발표한 핵군축에 관한 '히로시마 비전'은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에서 주최국인 일본이 주도하고 작성한 문서입니다. 이 문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작년 8월에 뉴욕에서 열린 NPT(핵확산금지조약) 재검토 회의 연설에서 발표한 '히로시마 액션 플랜' 내용을 기초로 만들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미사일) 발사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NPT 체제 아래서 핵무기 보유국이란 지위를 얻어내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또 대북제재에 대한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강조했고요.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면서 관계국을 협박하는 사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또 냉전이 끝난 뒤 합의된 전 세계 핵무기의 전체적인 감축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핵무기를 크게 증가하려는 중국을 견제했습니다. 핵무기 투명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는데요. 이 역시 핵무기를 둘러싼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중국을 많이 의식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히로시마 비전은 핵무기 불사용에 관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비판 대상으로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된 국가는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이란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야기하는 위협을 강조하는 내용인데요. 과거 오바마 정권 말기와 비교하면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자> 오늘날 북한의 핵 개발 상황을 다른 핵보유국들과 어떻게 비교∙평가할 수 있을까요? 또 '히로시마 비전'이 말하고 있는 핵무기 없는 세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전 세계 핵무기의 숫자는 1986년에 이미 7만 발이 넘었다고 하지만, 그 후에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전 세계 핵무기의 숫자는 약 1만2천700개 정도입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약 5천400발, 러시아가 6천 발, 중국이 350발, 북한은 20발 정도입니다. 작년 가을에 미 국방부는 중국이 2035년까지 핵탄두를 1천500발 정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도 이미 핵탄두 50발 정도를 생산할 만한 핵 관련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북한도 앞으로는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200발이나 3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히로시마 비전이 지적한 것처럼 전 세계가 전체적으로 핵무기를 감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점점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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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Biden, Fumio Kishida, Yoon Suk Yeol 2023년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행사에서 삼자 회의를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P (Susan Walsh/AP)

<기자> 한편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은 핵무기 생산과 보유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최근까지 핵무기 숫자를 줄여오지 않았습니까. 핵무기 감소가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이에 대응할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미국은 5천 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중 전술핵무기는 150발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냉전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전술핵무기는 필요 없고 전략핵무기만 갖고 있으면 된다는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러시아나 중국이 전술핵무기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나 중국은 미국이 전술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나 대만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가 없고, 전략핵무기의 경우 너무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갈수록 러시아나 중국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기 쉬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핵무기 감축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히로시마 선언은 분명히 매우 귀중한 선언이지만,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자>말씀하신대로 이번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G7 정상들은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아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수십 년 전에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했는데요. 올해 G7 정상회의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당장 북한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아직 북한은 G7에 대해서 공식적인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평양 인근에 있는 미림비행장에서 군사퍼레이드(열병식) 훈련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과거 미림비행장에서 훈련 기간이 대략 석 달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7.27 전승절 (6.25한국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주에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했기 때문에 위성 발사도 임박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19일에 보도한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씨의 논평입니다. 제목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최후멸망의 날을 재촉하고 있다'인데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흥미로운 표현은 "로씨야(러시아)가 일격하면 거대한 버섯구름을 떠올리며 그 땅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게 될 것이다"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지지한다는 표현입니다. 이것은 북한 정부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핵 군축 노력을 무시하는,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러시아, 중국 등과 여러 방면에서 군사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논평도 북한의 그런 기대감이 나타난 결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에 북한의 대외활동을 전망해보신다면요?

[마키노 요시히로] 요즘 북한은 러시아나 중국에 더욱 접근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된 일부 내용처럼 오는 6월에는 북중 국경이 전면적으로 개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미국, 한국, 일본 등과 대화에는 관심이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와 교류는 강화할 것 같습니다. 올해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의장국은 인도네시아입니다. 한 대북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올 여름에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최선희 외무상이 참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북한 측과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G20 멤버로서 북한과 미국, 일본 사이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표시하고 있고, 아마도 북한과 한미일 세 나라와 접촉을 중용하고 싶은 것 같은데요. 현재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서 한미일과 접촉하지 않고 중국과 회담을 하면서 한미일 세 나라를 비난하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