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코로나비루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식 봉쇄 정책을 모방한 지역·단위별 강력한 봉쇄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 조치는 코로나비루스 확산세를 잡기 힘들 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중국식 봉쇄 정책 따라잡기에 대한 실상과 한계점,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검사장비도 부족한 북한에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 무용지물
[조선중앙TV]중국 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감염자 발생을 공식 인정한 직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중국식 방역 정책을 따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식 방역 정책은 북한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은 비교적 질 높은 의료기반시설과 충분한 백신 공급 그리고 정부 주도하에 식량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북한은 다르다는 겁니다.
백신이 없는데다 열악한 의료체계에 식량까지 부족한 북한으로선 중국식 봉쇄 정책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문진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24일) RFA에 코로나 급성 질환자들에게 대중치료 및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북한이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했습니다.
[문진수] 2~3주 뒤에 중환자가 발생했을 때 치료나 대응 방침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됩니다. 또 하나는 기본적인 예방접종 전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짧게는 2주, 길게는 1~2달 뒤에 계속되는 발생을 억제하고 방역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전략이 안 보여 걱정이 됩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도 북한에선 코로나 감염자를 추적할만한 체계도 잡혀있지 않아 시기적절한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단 한 명의 코로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을 모방하기에는 북한의 감시 기술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중국은 북한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코로나 추적 장치를 이용해 코로나 확산세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중국의 기술은 더 매끄럽고 자동화되어 있으며 효율적입니다. 특히 중국에선 모든 인구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식 봉쇄 정책'을 통해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들 때까지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것이 가능했고 북한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이 없는 북한의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는 확실한 차이점이 될 겁니다.
실제 코로나 발생 지역에서 전수 검사를 실시중인 중국과 달리 북한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 물량이 부족해 확진자 수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25일) RFA에 북한 당국이 코로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정확히 추적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제가 보기로는 (발열자와 사망자 수를) 너무 적게 보고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망자가 생기면 지방 정부 관계자의 책임이 되니까 오히려 너무 적게 보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북한에서는 코로나 감염자가 많고 백신 접종자는 적은 상황인 데 비해 죽은 사람은 많지 않은 이상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20일) RFA에 북한 주민들은 PCR 검사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최소한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가 사는 세 도시에서는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방의 고위 당국자들은 할 수 있겠지만, 일반 주민들은 검사하고 있지 않고, 검사를 본 적도 없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고질적 식량난만 가중 …전시예비식량 개방해도 식량 공급 역부족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도 중국식 봉쇄 정책을 따르기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원장은 (25일) 중국의 경우 봉쇄한 지역 주민에 식량을 배급했지만, 북한은 전시예비식량인 2호창고를 풀어도 북한 주민들에게 충분히 배급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권태진]작년처럼 소위 군량미라도 풀어서 식량이 부족한 세대에 지원하려고 하고 있는데 사실은 여의치 않습니다. 일부 북한 보도에 의하면 영농철을 맞이해서 농촌 지원을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식량 지원으로 보름치 아니면 많게는 한 달 치를 최근에 정부에서 지원하기는 했다고 하는데, 이로는 부족합니다. 식량이 부족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농촌 주민뿐만 아니고 지원 인력인 도시 주민들도 일하기 쉽지 않은데요.
북한은 모내기 철인 5월과 6월에 전국적인 농촌 노동 동원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봉쇄령은 동원이 절실한 북한 상황에 모순된다고 권 원장은 덧붙였습니다.
[권태진]도 내에서 이동이 가능하기만 해도 괜찮은데 군까지 막아놓고 있으니까 인력 동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또 먹을 식량도 부족해서 안 그래도 일손을 돕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도시 주민의 농촌 지원이 어려울 뿐만 아니고 농촌 내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단위 봉쇄령 , 시장 경제도 흔들
이처럼 북한의 지역·단위별 봉쇄령은 식량난 가중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통제로 장마당이 비활성화되면서 배급에만 의존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시장 경제도 무너지리라는 겁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 당국의 결정에 따라 국경과 지역 봉쇄를 반복하면서 물가 변동이 심해져 시장 경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북한은 국경을 1월까지 걸어 잠갔다가 근 4개월 동안 서서히 개방하는가 싶더니 다시 굳게 닫아버렸어요. 이로써 경제 참여자들은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공급망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
권태진 원장도 지난 2년간의 북·중 국경 봉쇄로 북한 내 경제 활력이 떨어졌고 북한 당국의 통제까지 더해져 시장 활동이 위축되면서 북한 내 취약계층이 식량을 확보하기는 더 곤란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태진]시장이 열려야지 가서 장사해서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식량 문제가 공급의 문제보다는 식량을 획득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취약계층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더욱 문제죠.

신속한 대응 부족·평양 중심 정치로 봉쇄 장기화될 듯
문제는 북한의 지역·단위별 봉쇄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 원장은 북한 내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일반 의약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코로나비루스가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 전망했습니다.
[권태진]아마 북한은 중국보다도 더 길게 봉쇄를 이어갈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그랬던 것처럼 도, 시, 군의 경계를 이동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있고 또 직장 단위도 봉쇄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중국도 굉장히 철저하게 봉쇄하지만, 북한은 중국보다 더 세밀하게 봉쇄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고 또 이 봉쇄가 조기에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이 지방 사정보다 평양의 안위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평양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견되는 한, 전국적인 봉쇄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권태진]북한에 발열자라고 칭하는 (코로나 확진자가) 주로 평양에 집중이 돼 있거든요. 다른 지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평양에 집중이 돼 있고 일부 함경도 지역이 평양 다음으로 많은 상황입니다. 그다음에 평안북도도 발열자가 많은 상황이거든요. 이 지역은 북한에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에요. 그래서 봉쇄령을 쉽게 풀어줄 리가 만무합니다.
마키노 기자도 김정은 총비서가 지방보다 평양의 방역 현황에 관심을 두고있다며 이는 체제 존속을 좌우하는 평양 내 고위층을 중요시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김정은 정권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체재의 안전입니다. 봉쇄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체재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봉쇄정책을 유지해서 지방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고 하더라도 일단 핵심층과 중요한 평양 사람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봉쇄정책을 계속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봉쇄 정책으로 오히려 사회적으로 외래문화나 정보가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정책이라고 김정은 총비서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의 열악한 코로나 대응체계와 농촌·경제 상황과는 모순되는 전국적인 봉쇄 조치로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고단해지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