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인양은 예상밖의 일… 김정은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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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보는 '한반도 톹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발사체 분석으로 미사일 기술 수준과 지원 국가 밝힐 기회”

[기자] 마키노 기자님. 지난 15일 한국군이 북한이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로켓 ‘천리마 1형’의 2단부를 바다에서 인양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일본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정부 내에서도 한미 합동조사단이 어떤 분석 결과를 내놓을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6월 15일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그다음 날인 16일에 이소자키 요시히코 관방부 부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들이 이 두 발의 미사일을 인양할 수 있는지, 그럴 계획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도 했습니다. 이소자키 부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서 새로운 기술 동향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있다”며 “인양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깊은 바다에 떨어졌기 때문에 낙하 해역의 기상 상황과 기술적인 관점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본도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일본 해역에 떨어진 북한 미사일을 적극적으로 인양할 방침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자] 끌어올린 로켓 잔해를 한미가 함께 분석 중인데요. 위성 로켓 2단부에서 어떤 것이 나올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석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느냐가 아니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로켓 잔해가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진전됐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엔진의 경우 북한이 1980년대부터 구소련의 스커드 미사일 엔진을 강화하면서 노동미사일이나 대포동미사일도 개발한 바 있습니다. 그 후 2017년 3월에 새로운 백두산 엔진을 개발하고, 화성-12, 13, 14, 15형까지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요즘에는 더 새로운 엔진과 함께 화성-18형 등 새로운 ICBM도 개발했습니다. 그런 신형 엔진이 과거 스커드 계열의 엔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이 어디서 (미사일) 기술을 받아내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2012년 12월에 북한이 발사한 은하-3호의 경우에는 한국이 서해에서 1단계 기체를 인양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북한이 일본, 중국, 미국, 스위스 등 13개 나라에서 부품을 수입하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제가 최근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오랫동안 북한 군사 문제를 연구한 김진무 박사를 인터뷰했는데, 김 박사는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미사일 핵심 부품의 90% 이상은 해외에서 수입한 부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요즘 유럽 같은 나라가 아니라, IT(정보통신) 산업이 크게 발전한 중국에서 수많은 핵심 물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요. 미국이나 일본, 한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3자 대북제재)도 하고 있지만, 중국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수입하는 것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지도 관건입니다. 그런 수입품들을 단절시킬 수 있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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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쏜 군사 정찰위성 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 / 연합뉴스

[기자] 김정은 북한 총비서로서는 이번에 북한 미사일 기술의 실체가 드러날까 봐 안절부절, 좌불안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20일 당 중앙위원회 전체 확대회의에 대해 보도했을 때 “지난 5월 31일에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중대한 결함”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발사 실패의 원인과 결함을 철저히 분석하고 조기에 군사 정찰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 결함에는 한국이 천리마-1형의 기체를 인양한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12월에 한국이 인양한 은하-3호의 경우에는 1단계 기체였습니다. 그때는 발사가 성공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서해에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이 인양한 것은 1단계가 아닌 2단계입니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던 발사 예고에는 1단계가 서해에 떨어지고 2단계가 동중국해에 각각 떨어질 예정이었습니다. 동중국해는 서해보다 깊고,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에 김 총비서도 한국이 2단계를 인양하는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당 중앙위원회에서 김 총비서가 연설도 안 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여러 가지 경제 활동에서의 불신, 국가 통제 문제뿐 아니라 이번 위성 발사 실패에서 매우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위성 발사 실패 만회하고 싶은 북 , 열병식에 신무기 등장 가능성

[기자] 북한은 계속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군이 ‘천리마-1형’의 2단부를 인양한 것이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6월 20일 보도에서 위성 발사의 실패를 국내에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실패를 인정했다는 것은, 다시 발사해서 성공시키겠다는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에 위성 운반 로켓 발사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발사에 한 번 실패한 뒤 이를 다시 성공시키려면 수개 월 정도의 원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일본도 올해 3월 7일에 신형 H3 로켓 발사에 실패했습니다. 그 원인은 천리마-1형과 비슷한, 2단계 엔진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요. 아직 두 번째 발사 시기는 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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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6월 15일에 촬영한 평양 열병식 훈련장의 모습 / Planet Labs (해상도 0.5m), Analyzed by RFA, 이미지 제작 – 정성학

일본 , 한국과 달리 북한은 조사위원회와 같은 의사 결정 기구는 전혀 필요 없고요. 김 총비서만 결정하면 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북한도 위성 실패 사실을 조기에 만회하고 싶기 때문에 더 빠른 발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위성 발사 성공에 대한 국내 선전이 필요한 정치적 기념일, 예를 들면 7월 27일 전승절을 맞아 발사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6월 15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형을 갖추고, 행진 연습을 하면서 대규모 열병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7월의 전승절과 9월의 정권 수립 기념일에 열병식을 할 가능성이 큰데요. 위성 로켓 발사 실패 이후 북한이 열병식에서 과시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한국전쟁 승리 70주년과 조선 창건 75주년을 기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이 두 기념일을 맞아 북한이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전술 핵무기의 대량 생산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핵폭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었습니다. 또 군수 공업 부문에서 올해 달성해야 하는 장비 개발과 생산 목표도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총비서의 말을 입증하면서 북한 주민을 단결시키고, 미국, 한국, 일본에 대한 억지력이 될 만한 장비들을 등장시켜야 한다고 북한 당국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KN-23’이나 ‘KN-24’ 등 전술 핵무기는 물론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미국과 한국이 위협을 느낄 만한 여러 가지 새로운 무기를 전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한반도 톹아보기’, 지금까지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