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김여정 대남 막말에 걱정스런 반응 보여”

0:00 / 0:00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19일) 담화를 통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제안한 대북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켜 "인간 자체가 싫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을 향한 김여정 부부장의 '막말 비난'은 지난 2년간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는 2018년 남·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위태로워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과 김정은 총비서를 대신해 ‘협박의 확성기’ 역할을 수행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김여정 , 종전선언 "흥미로운 제안" VS 담대한 구상 "어리석음의 극치"

한때 한국에 가장 친숙한 인사였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수위 높은 대남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김 부부장은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담화는 “윤석열 대통령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막말에 가까운 인신공격을 늘어놨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육성 연설에서도 한국이 북한 내 코로나비루스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김여정]만약 적들이 공화국에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우리는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입니다.

김 부부장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2018년 평창올림픽 때 특사로 한국을 방문해 “서울은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다”거나, 2021년 9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을 두고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상반됩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 부부장의 이런 태도변화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일본 아시아프레스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사무소 대표가 (19일) 전했습니다.

절실한 한국의 지원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 이시마루 지로 ] 그리고 김여정이 강한 발언을 하고,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한국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각오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과 치고받고 하겠다는 의사가 북한 당국에 있는 것 같은데, 한국과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지원도 받아야 하는데, 왜 관계를 악화시키는가'란 반응도 있었습니다.

탈북민 손혜영 씨는 김여정 부부장이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손혜영]이번에 단상에 처음 올랐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주는 첫 시작이라고 보면 되죠. '나는 부부장으로서 이렇게 강력하게 대응한다.' 이런 거를 알려주려고 그런 거 하는 거죠.

1-김여정 발언 변화 그래픽.png
2018-2022 김여정의 대남 발언 변화. /박수영 제작

북한 지도부 연구 전문가인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18일) RFA에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틈 가르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켄 고스]김여정 부부장의 강경한 대남 태도는 한국 내에 분열을 일으키려는 전략입니다. 그들은 지금 당장 한국과 협상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북한은 새 정부를 시험해보고 북한이 그들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시험합니다.

한국 내 분열뿐 아니라 한미관계도 갈라서게 하려는 노림수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서울과 한국의 보수와 진보 사이에 갈라진 틈에 쐐기를 박으려 하고, 또 한국과 미국 사이 틈에도 쐐기를 박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는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를 전달하는 ‘메신저(전달자)’라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김여정 부부장은 기본적으로 남한에 관한 한 북한 정권의 확성기이거든요. 김정은 총비서는 남한에 대한 강경노선이든 온건노선이든, 좋든 나쁘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의 여동생을 선택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16일) RFA에 김여정 부부장이 북한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김정은 총비서는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한다고 하면 김여정은 거기에 맞게 구체적인 대남 대미 정책을 지시하고 관련된 담화를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겠죠.

김여정 , 배드캅(Bad Cop)으로 역할 변화는 하노이 회담 실패 책임 탓

조 선임연구원은 김여정 부부장이 회유의 역할 (굿 캅, Good Cop)이었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협박의 역할 (배드캅, Bad Cop)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2018년의 김여정의 역할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와 달라진 거고요. 그러나 동일한 건 김여정이 대남 대미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를 개선할 때는 유화적인 역할을 즉, '굿 캅' 역할을 하다가 지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교착 국면, 대치 국면에서는 '배드캅' 역할을 김여정이 하는 거거든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8일) RFA에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김여정 부부장이 한국 청와대에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친근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사진.jpg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김정은 총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연합

그러나 2020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김정은 총비서를 대신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과 실망을 폭발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성장]이때부터 김정은 총비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신뢰를 고려해 대남 비난에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면,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의 통상적인 군사훈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 북한 지도부의 불만을 직설적이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대남 비난의 선봉에 섰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18일) RFA에 말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2018년 당시에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은 실패했거든요. 북미 회담이나 남북 회담을 주도했다가 실패했잖아요. 실패했기 때문에 그때 불만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반성의 의사표시로 더 강경한 대남, 대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마키노 요시히로]대신에 김여정 부부장은 책임을 지고 자기가 한 행동을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강경한 입장으로 가는 거죠. 그렇게 안 하면 김여정 부부장도 권력을 유지할 수가 없어요.

켄 고스 선임국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김여정 부부장은 김씨 일가 가족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를 정권 내에서 권력 밖의 인물로 두었던 것과는 다릅니다. 김여정은 비록 부부장에 불과하지만, 공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권력은 김정은 총비서와의 친족 관계 때문에 더 강력합니다. 그녀는 김 총비서의 문지기이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 중 한 명일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북한에서 김씨 일가의 형평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입지는 더 강력해질 것이고 이는 그녀의 고모인 김경희가 가졌던 것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지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리선권과 최선희가 각각 통일전선부장과 외무상으로 선임되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권력은 더 확대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성장]리선권 신임 통일전선부장과 최선희 외무상 모두 좀 직설적인 타입입니다. 리선권 같은 경우에는 북한 지도부의 불만을 매우 직설적이고 그리고 원색적으로 표현하는 타입이어서 김여정과 호흡이 잘 맞으리라고 보고요.

마키노 기자는 김여정 부부장이 백두 혈통이라는 상징성으로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김여정 부부장과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입장으로서는 필요불가결한 상징물이에요. 그러한 상징성없이 그 사람들은 권력을 유지할 수가 없거든요.

3-사진.png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연합

대남 ·대미 비난공세는 한동안 지속…보복성 대응도 조심해야

이런 탓에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대미 비난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전망입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이를 통해 북한 군부에 대한 영향력을 더 확대해나가리라 내다봤습니다.

[정성장]앞으로도 북한의 대남 또는 대미 불만을 원색적이고 거칠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악역을 계속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원도 김여정 부부장이 특히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조한범] (김여정은)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서 직접 관여하고 있거나 비호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2020년에 김여정이 예고한 대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된 적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자신들이 계속 전단이 살포가 된다고 판단을 하면 보복성 대응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한국 정부의 강경한 원점 타격 대응 원칙으로 원점이 확인되는 도발은 자제하지만, 대응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조한범]윤 정부는 대북 정책을 강경하게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9월 초 이후에 만약에 대북 전단이 계속 살포가 된다면 그걸 명분으로 보복성 대응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켄 고스 선임국장은 다만 김여정 부부장이 향후 남·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김정은 총비서의 생각 날 것 그대로와 가장 가깝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중요하게 여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남·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김여정 부부장은 정보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김씨 일가는 전통적으로 관료주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우회적인 소통방식을 택하기 때문이죠.

김여정 부부장의 한국을 향한 거듭된 막말 비난이 앞으로 어떤 도발로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