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들어 북한 당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당사자들의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지면서 일부는 재판에서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으로부터 실제 배상금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북한을 대상으로 한 배상금 판결의 이행 과정과 전망을 천소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국 YTN]미국 법원이 1968년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했던 북한에 대해 23억 달러, 2조 5천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국 SBS]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한은 5억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천6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한국 KBS]북한에서 강제노역을 당하다 탈북한 국군포로들에게 북한 정권과 김정은 위원장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우리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첫 사례가 되겠습니다.
[한국 MBN] 법원이 한국전쟁 때 납북된 피해자 가족에게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내외에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지난해 2월 미국 연방법원은 1968년 미국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북한에 23억 달러(2조 5천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앞서 2018년 12월에는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오토 웜비어 유족에게 약 5억 달러(5천600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외에 북한에 2년여 동안 억류됐던 케네스 배 씨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 등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배상금 지급 판결이 나도 원고인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받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8월 29일) 북한이 법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이행하는 데 회의적입니다.
[정성장]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한 것 같습니다. 만약에 북미 관계가 좋고 개선의 조짐을 보인다고 하면 이것을 촉진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대해 배상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은 미국과 관계 개선 가능성도 전혀 없고 적대적인 상황에서 북한이 배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북한 당국이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강제집행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압류 가능한, 북한의 미국 내 자산이 그 대상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승소한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올해 1월, 미국 법원은 뉴욕주가 압류한 북한 조선광선은행 동결 자금 24만 달러(약 2억 8천560만 원)를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웜비어 부모는 유엔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압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소유권도 인정받았습니다.

[조한범]북한 관광을 갔다 불법 억류 후 사망한 고 오토 웜비어 씨 사건 같은 경우, 미국이 북한의 선박을 압류해 매각해서 일부 배상을 이행한 적이 있거든요. 물론 해외에 있는 북한 재산은 거의 없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제재를 하기는 어렵지만, 선박이나 이런 것들이 국제규범이 통하는 한국에 들어가면 바로 억류가 되거든요.
예외적이긴 하지만 북한도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 판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라고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월 29일) 분석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탈북한 국군포로들의 강제노역에 대한 위자료, 6.25 전쟁 때 납북된 피해자 가족, 그리고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유족과 참전용사들이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국군 포로의 경우 2명에게 각각 약 1만 5천 달러(2천1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며 납북피해자 가족은 약 3만 6천 달러(5천만 원)를, 그리고 제2연평해전 유족과 참전용사에게도 1인당 약 1만 5천 달러(2천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판결문을 북한 당국에 전달하거나, ‘공시송달’ 제도를 통해 게시판에 판결문을 일정 기간 게시하면 북한이 배상 판결문을 받아보는 것과 같은 법적 효과가 생깁니다.
하지만 배상금 지급 절차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북한에 있는 자산에 대해선 집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김태훈 변호사는 (8월 31일) 말합니다.
[김태훈]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있는데요. 북한 조선중앙TV를 남한의 방송사들이 방송을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북한에 방송료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북한에 (방송료를) 주기 위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서 적립해 두고 있는 돈이 있습니다. 원래는 북한에서 가져갈 돈인데, 그것을 압류해서 가지고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도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재산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까지 받았으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제한적인 배상금 지급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미국 내 북한의 동결된 자산만 한정적으로 압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에 일정부분 압박은 줄 수 있지만 큰 영향은 없다는 게 조 선임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조한범]북한은 이미 스스로 국가 전체가 범죄집단, 테러집단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국제 규범도 지키지 않아요. 현재 김정은 독재 체제나 북한의 당과 국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불법행위를) 다 감내해 왔고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국가, 불법적인 방향으로 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정한 압박은 되지만 그게 무서워서 사이버 범죄를 중단하거나 국제사법제도를 두려워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반면 대북 제재,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를 겪고 있는 북한이기에 한정된 자금에 대한 억류도 타격이 있다고 김태훈 변호사는 지적합니다.
[김태훈]북한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는 아니잖아요. 제재와 코로나, 농사도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외국에서 가지고 가면 아무래도 타격이 있죠. 제재 때문에 북한이 외화를 벌지 못하고 있잖아요. 물론 아주 큰 돈이 아니라 타격은 적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줄 수 있죠.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북한의 범죄행위가 전국,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미국 연방의회 및 정부 등을 상대로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웜비어’의 이름을 딴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조한범]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의 불법행위나 범죄행위, 이런 것들은 향후 언젠간 북한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증가할 배상금 지급 판결이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