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키, 장성택 처형 직전 공식 만남…북에 이용당해”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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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키, 장성택 처형 직전 공식 만남…북에 이용당해”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13년 11월 6일 북한을 방문 중인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의원 등 일본 체육기관 대표단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장 부위원장이 일본 체육평화교류협회 이사장인 이노키 의원과 그 일행, 마쓰나미 겐시로(松浪健四郞) 이사장을 비롯한 일본체대 대표단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대화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12일 장성택에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연합

앵커:한반도 톺아보기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일본 정부도 쉽게 만나지 못했던 북 고위급과 교류했던 이노키 선수

 

<기자> 일본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참의원까지 지냈던, 안토니오 이노키 씨가 최근 (1) 심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이노키 씨가 북한과 깊은 인연이 있었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 안토니오 이노키 씨는 일본에서 유명한 프로레슬러입니다. 이노키 씨는 스포츠 외교를 주장했고, 후세인 정권 당시 이라크에 가서 인질 석방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노키 씨는 1963년에 사망한 유명한 프로레슬러 역도산 씨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역도산의 본명은 김신락 씨이고 북한 함경남도 출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노키 선수는 역도산의 제자라는 명목으로 1994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북한 노동당 국제부 담당이었던 김용순 서기가 "역도산은 잘 아는데 프로레슬링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노키 선수는 1995년 평양 능라도 5·1(메이데이)인민대경기장에서 프로레슬링 경기를 개최했습니다. 그 당시 20만 명 가까운 관객들이 모였다고 하고요. 그 후에도 이노키 선수는 33번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이노키 선수가 만난 사람 중에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리수용 외무상처럼 일본 정부가 잘 만나지 못하는 고위 간부도 포함됐다고 합니다.

 

일본의 전 프로레슬링선수인 안토니오 이노키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금요일 평양에 도착했다. 이노키는 휠체어를 타고 공항 귀빈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북한 간부들과 간단한 만남을 갖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AP

 

, 이노키 선수와 ‘북-일 잇는 중간다리’와 ‘여론몰이’ 노려

 

<기자> 말씀하신 대로 이노키 씨는 북한 고위층과의 친분도 두터웠던 것 같은데, 북한은 왜 이노키 씨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겁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듣기로는 북한은 당초에는 이노키 선수를 이용해서 일본과 장사하려 했다고 합니다. 역도산 씨의 딸과 결혼한 박명철 씨가 이후 북한에서 1999년 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됐습니다. 박명철 씨는 그 후에 체육상도 지냈고요. 이노키 선수가 1995년에 평양에서 프로레슬링 경기를 했을 때도 공항이나 경기장에서 역도산 씨의 포스터가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노키 선수가 역도산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이노키 선수를 통해서 일본 조선총련으로부터 헌금이나 투자를 많이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했다고 합니다. 이노키 선수는 역으로 북한에 매장된 희소금속 무역을 타진하는 등 북한과 장사하려 했지만 잘 안됐다고 들었습니다.

북한도 이노키 선수를 이용한 장사가 잘 안되니까 애초 전략을 바꿔서 이노키 선수를 대외적인 여론공작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노키 선수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프로레슬러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노키 선수가 "북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리가 있다"고 하면 일본에서도 이에 납득하는 사람이 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노키 선수는 2013 11월에 장성택 씨와 만났습니다. 그 당시 미국, 일본 및 한국의 대북정보기관들이 '장성택이 9월 말쯤에 체포당했다'는 정보를 파악해서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정보를 수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노키 선수가 장성택 씨와 만났다는 뉴스가 나와서 '그러면 장성택은 아직 건재하구나'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성택 씨는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2월에 처형당했습니다. 그 후 여러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관계자들 말에 의하면, 북한은 "이노키 씨가 유명하니까 장성택 씨와 이노키 씨가 만나면 반드시 외신이 보도할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때 쿠바나 말레이시아에 장성택 씨의 친척들이 대사나 외교관으로 많이 부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혹시나 장성택 씨가 체포당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사람들이 도망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성택 씨가 이노키 선수와 만났다는 뉴스를 일부러 보도해 안심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실은 쿠바나 말레이시아에 있던 북한 대사들은 그 후 장성택 씨가 처형되기 전에 평양에 소환됐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이노키 선수를 장사 수단으로서의 이용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여론공작의 수단으로 썼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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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0일 평양에서 열린 평양국제프로레슬링대회에 참석한 안토니오 이노키 (오른쪽) 전직 일본 프로레슬링 선수가 개막사를 하는 모습. /AFP

 

 

, 유명인 초대 이유…순전히 “최고 지도자가 원해서” 이기도

 

<기자> 북한은 문화적으로 상당히 폐쇄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노키 씨를 비롯한 여러 유명 인사들이 북한에 다녀간 바 있습니다. 북한은 어떻게 또 어떤 이유로 특정 인물들과는 활발한 교류를 맺었던 건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유명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먼저 이노키 선수의 경우에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외적인 여론 공작의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한 재일교포는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위대함을 교육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영상 안에서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이 김일성 주석을 칭찬하는 장면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중 이노키 선수의 영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노키 선수는 2014년 김정은 총비서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추진했던 사업들을 대외적으로 홍보했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런 여론공작이 아니라도 최고 지도자가 강하게 (유명 인사 방문을) 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에는 예술이나 영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 그 당시 한국의 유명한 여배우 최은희 씨나 영화감독 신상옥 씨를 납치한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연예인인 데비 수카르노 여사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데비 여사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의 부인 중 한 사람입니다. 아시다시피, 수카르노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 식물원에서 재배한 새로운 꽃을 '김일성화'로 명명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데비 여사가 북한에서 유명한 인사인데 수카르노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했기 때문에 반드시 초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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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 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2013년 9월 7일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김정은 총비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Reuters

 

<기자> 그렇다면 NBA 프로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맨 씨는 2013년부터 다섯 차례나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중 3번은 직접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기도 했는데요. 북한이 이토록 자주 로드맨 씨를 초대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은희 씨를 납치한 것과 똑같이 최고 지도자의 강한 희망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스위스에서 유학할 때 스포츠를 너무 좋아했고 특히 스키나 수영, 농구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 NBA 시카고 불스 팀의 열광적인 팬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다녔던 국제학교에 친구가 많이 있었는데, 그 친구 중에 흐르바쯔까(크로아티아)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어느 날 김정은 총비서한테 크로아티아에서 화제의 인물은 그 당시 NBA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포츠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김정은 총비서는 크로아티아 친구한테 여러 사진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 사진에 시카고 불스 스타인 마이클 조던 선수나 코치 및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전부터 김정은 총비서는 농구를 너무 좋아했고 측근들한테 마이클 조던 선수를 북한에 초대하라고 요구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 대신에 같은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하던 데니스 로드맨 선수를 초대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이러한 유명 인사들 초대는 최고 지도자의 취미라는 의미 외에 별 의미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명인들과의 조우, 북 주민들은 꿈꿀 수 없는 일

 

<기자> 이노키 씨와 로드맨 씨처럼 해외 유명 인사가 북한을 방문하면 일반 주민들에게도 만날 기회가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에는 일반 주민들에게 해외의 유명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노키 선수의 프로레슬링 경기나 로드맨 선수가 농구 경기를 개최했을 때도 다 북한 당국이 지정한 사람들만 경기를 참관했다고 합니다. 역으로 북한 일반 주민들은 미국이나 유럽, 한국, 일본 같은 나라에 사는 유명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면 엄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RFA에서도 최근 보도한 바 있는데, 북한이 2020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한 후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더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최고 지도자는 자유롭게 아무거나 할 수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유명한 사람들을 볼 기회도 없는 것이 지상 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북한의 실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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