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성과에 전문가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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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평창 동계올림픽, 정상회담 그리고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까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대북관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미북 간 대화의 장을 열어 견인차 역할을 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반면 종결자 역할은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되돌아본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정부의 지난 5년 남짓 기간의 대북정책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뭘까.

[조한범]평화 우선, 남북관계중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요약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입니다.

대화를 이끌며 평화를 우선시하는 대북정책을 펼쳤고, 남북관계를 중시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을 견인했으며 ‘코리아 이니셔티브’, 즉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지나치게 열심인, 무조건적인, 순진한. (Overeager, unconditional, and naive.)”

보수 성향의 미국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평가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입니다.

북한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정책을 펼쳤으나 이는 ‘무조건적’이고 ‘순진한’ 정책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열정적이나, 제한이 따랐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Aspirational, constrained, and unconventional.)”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캔 고스 선임국장은 문 대통령이 ‘열정적’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대북정책을 펼쳤지만 미국과 북한의 비협조로 ‘제한’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전후로 평가 갈려

왜 이렇게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는 걸까.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을 그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조한범]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남북, 그리고 북미 관계가 교착됐습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만들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이 시점으로 보면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겠죠.

클링너 선임연구위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간 미북 정상회담은 실무회담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정상급 회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실험할 수 있는 자리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후 남북 그리고 미북 관계 교착이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원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한국 정부의 대북태도 역시 남북관계 악화에 한 몫 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북한의 태도와 정책이 변했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정확하게 인정, 인지하고 그리고 이에 준하는 정책으로 '정책 변환'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017년 때와 같은 원칙적 대응을 하지 못했고, 그 이후에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을 하고, 그리고 대남비방을 아주 심하게 하는 상황에서도 이에 전혀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포용을 해왔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남북관계는 상당히 악화 됐다고 생각됩니다.

문 대통령이 미북 대화의 장 열어

하지만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정책에 힘입어 미북 간 정상회담이 가능했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했습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속에서 상응 조치를 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 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박원곤]특히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해서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전개되고, 2019년 중반 8월정도 까지는 정책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2017년 경우에는 북한이 고도의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도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필요하면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 놨습니다. '결국 이것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서 대화로 이어졌다'고 판단을 합니다. 상당히 원칙 있는 대응을 했기에 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평가합니다.

[조한범]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4.27 판문점, 그리고 9월 평양정상회담까지 1년에 3번의 정상회담을 했고요. 6.12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견인을 했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한 것도 한국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가장 역동적으로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가능하고요.

고스 국장도 문 대통령의 대북 포용 정책이2017년 이후 한반도 긴장을 고조를 막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북한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북미 정상회담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특히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견인차’ 역할은 했지만 ‘종결자’ 역할 못했어…

하지만 조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미북 간 대화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그쳤을 뿐 이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조한범]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견인차 역할은 했지만, 종결자 역할은 못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을 만나게는 할 수 있었지만 한반도 비핵화 또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복합성을 고려했을 때 북미간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만남만 주선해서는 사실 성과 도출이 쉽지 않죠. 따라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대화의 장은 열었지만 성과를 도출해 내는 데 아무래도 힘이 부쳤다. 물론 한국정부가 다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실질적 성과 도출은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고스 국장도 문재인 정부가 “북미 간 대화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계속되도록 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특히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현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도 미국이 대북 압박 전략에서 벗어나도록 설득하는데 한국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미국이 대북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이상, 남북 간 대화는 불가능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분석실장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큰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과는 ‘실망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존 메릴]문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포로(prisoner)였습니다. 모든 한국의 대통령은 딜레마, 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미국과 동맹관계 때문에 (시행하지) 못하는 정책들이 있죠. 문 대통령은 나눠진 정책 사이의 '포로'였습니다. 5년동안 그의 성과가 무엇인가요? 그는 (임기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이게 모두 문 대통령의 잘못이란 건 아닙니다. 아무것도 시도하려 하지 않는 미국 탓이기도 하죠.

그는 한국이 미국에 더 단호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존 메릴]문 대통령은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미국을 거쳐야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가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주의적 문제 같은 경우 말이죠. 미국이 좋아하든 말든 실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4개월 앞두고 있는 한국.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차기 정권이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를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조한범]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여러가지 가능성은 문재인 정부에서 탐색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남은 기간 동안에 완전한 비핵화 혹은 한반도 프로세스 전반을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를 형성하는데 주력을 해야하고요.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이어 받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그리고 중장기 적으로 출구를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고스 국장도 차기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의 정책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조금 더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채택하도록 한국이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차기 정부가 북한의 태도에 따른 맞춤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원곤]어쩔 수 없이 한국이 하고 있는 대북정책은 반응 정책일 수 밖에 없거든요. 주도권을 갖고 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늘 북한이 어떤 '합의'를 맺고도 그 합의를 위반하거나 결렬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응을 해 나가는 것이 대북정책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남북, 미북 간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차기 정부가 현 문재인 정부와 어떤 차별화한 대북정책을 펼칠지 주목됩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