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김정은 집권 10년] ⑥ “김정은, MZ세대 의식 변화에 위기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12.19
[연말 특집:김정은 집권 10년] ⑥ “김정은, MZ세대 의식 변화에 위기감” 평양 김일성 광장으로 행진하는 북한 학생들
/ AFP

앵커: 김정은 정권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주력한 과업은 김씨 일가 통치 체계의 영속화 작업이 꼽힙니다.

 

북한 전문 매체인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모르는 북한 젊은 세대들의 의식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김정은 총비서가 이들을 통합할 새로운 통치 이념 마련을 서둘렀을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RFA 연말특집] 김정은 정권 10년, 오늘은 여섯 번째 순서로 이시마루 대표로부터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 사회의 변화와 평가를 들어봅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김씨 일가 통치 체제 영속화에 주력한 10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시작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김정은 정권이 지배한 북한 사회를 지켜보셨는데요. 김정은 정권을 평가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대표님께서 지난 10년을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대표] 저는 김 씨 통치를 영속화하기 위해 주력한 10년이라고 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에 급사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북한 정치체제가 불안정화될 가능성이 시작된 시기였다고 봅니다. 그걸 안정화하는, 다시 말해 김씨 일가의 일원이 권력을 완벽하게 행사할 수 있는 체제를 영속화하기 위해 모든 힘을 투입하고 주력한 10년, 그러니까 핵 개발을 비롯해 공포 통치와 여러 사람에 대한 숙청 등 모든 것이 집중됐다고 봅니다.

 

  • 김정은 총비서가 처음 집권했을 때 나이가 20대 후반이었는데, 당시 나이 어린 지도자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권력이 안정화됐다는 데에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맞습니다. 김 총비서가 집권했던 첫 시기는 저를 포함해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도 북한이 불안정할 가능성,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었습니다. 북한 안에서도 권력자들이 어떻게 하면 김씨 일가의 지배를 안정시킬 수 있을까에 집중해서 제도, 경제, 핵 개발, 주민 통치 등 모든 것을 행사했던 지난 10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 김정은 집권 10년의 핵심 키워드는 ‘권력의 안정화’, ‘김씨 일가 통치의 영속성’이라고 평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지난 10년 사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큰 사건은 역시 ‘장성택 처형이라고 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후에 김정은 총비서의 최대 후견인이고, 고모부이고, 최고 실력자였던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죽였다는 것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지만, 그 만큼 북한의 독재체제, 전체주의가 얼마나 무서운가란 본질을 알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봅니다. 저는 장성택과 그 주변 사람들이 최고 실력자의 지위에 올라가면서 김정은을 꼭두각시화할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는데요. 그걸 막기 위해 장성택까지 죽였다는 것은 북한의 독재체제, 그리고 유일 독재의 본질을 알 수가 있는 사건이었고 앞으로도 북한 체제의 움직임을 볼 때 이 사건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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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에 대한 민심 점점 멀어져 

  

  • 김정은 정권이 출범할 때 젊은 지도자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고요. 실제로 김정은 총비서가 정상국가의 모습을 갖추려고 뭔가 의욕적으로 해보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스키장이나 물놀이장도 만들고, 선군정치에서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려고도 했고요. 그런데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도 있거든요. 북한 주민의 민심 변화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2011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일 년 정도는 북한 내 분위기가 확 변했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김정일 시대가 끝나면서 낡은 정치, 경제 체제가 끝나고 개방 개혁을 통해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나이가 젊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반면, 어린 나이를 깔보고 업신여기는 분위기도 많이 확산했습니다. 지금도 제가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아시아프레스의 중국 협조자가 중국에 나온 한 (북한의) 무역회사 간부를 인터뷰했습니다. 그 사람의 나이가 당시 50대 초반이었는데요. 김정은 총비서를 깔보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누군가가 김 총비서를 컨트롤할 수 있을 거라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2013년도 중반부터 좀 바뀝니다. 정치적으로는 20136월에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 김정은 시대에 맞게 개정되고 발표됐어요. 새로운 지도자에 대해서 이전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똑같이 유일 영도 체계를 적용하고 인민들에게 강요하는 정치 체제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도 말에 장성택 숙청이 있었고, 2014년도에는 엄청난 숙청 바람이 불었는데요. 그래서 김정은 시대에도 비슷한 정치를 하는구나라는 실망이 컸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과 무역 확대와 시장 경제의 활성화 때문에 2017년까지는 나름 경제 성장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일반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조금 향상했고, 경제적인 불만도 이전보다 조금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시 대북 경제제재와 코로나 때문에 경제적으로 실망이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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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과학기술단지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북한의 젊은 남녀들 / AP

, 젊은 세대 통합 위한 통치 이념 필요해 

 

  • 전문가들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미북 정상회담으로 기대감이 커졌다가 결국,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깨지면서 북한이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고 분석합니다.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다는 거죠. 그래서 내부 강화, 자력갱생을 들고나왔고, 반사회주의 사상과 함께 사회 통제를 더 강화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건데,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김정은 정권이 위기감을 느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저는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 핵 담판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으면, 개혁개방 쪽으로 가면서 내부 간섭을 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청사진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게 결렬되면서 실패하고 말았잖아요. 그래서 2019년도 말경에 당분간 제재 아래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당분간 자력갱생’, ‘내부통제 강화등의 길밖에 없음을 결심했다고 봅니다.

 

그 배경에는 시대변화가 크다고 보는데요. 아직 북한은 노동당 일당 지배 하에서 조선혁명 중입니다. 노동당이 집권당으로 통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적 대립, 전쟁 등을 잘 모릅니다. 젊은 세대는 김일성 시대도 모르고, 김정일 시대도 모르고, 혁명도 모릅니다. 이런 세대가 앞으로 과반수가 되는 사회가 되는데, 특히 젊은 세대의 의식 변화는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통치 이념이나 국민 통합을 위한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슬로건으로서 인민제일주의를 내세우고, 내부에서는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부정부패에 대해 나름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고요. 또 외부 정보 유입이 젊은 세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걸 막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다시 간단히 정리하면, ‘인민제일주의의 본질은 통제강화의 측면이 크지만, 북한 체제가 국민통합을 위한 새로운 통치이념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지난 당 대회 때 경제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부정부패를 지적하면서 이를 척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상투쟁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현재 사상 통제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그렇죠. 이전 김정일 시대에는 문제가 많았죠. 경제 정책은 정말 엉터리였고, 사회주의란 간판을 내걸었지만, 내막을 보면 권력자만 잘 먹고 잘사는, 일반 대다수 인민은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이는 체제 유지에 정말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김정은 정권에서 있었다고 봅니다. 이를 수정해야 하는데, 사회주의 간판을 내릴 수 없으니까 우리는 인민을 제일 사랑하고 생각한다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이를 위해 변해야 한다며 나름대로 통치의 영속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정권, 다음 후계 세습 준비할 듯

 

  • 마지막으로 김정은 시대가 10년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데요. 당분간 사회통제가 계속될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 사회에 미칠 중요한 변수는 뭐가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예측은 간단치 않죠. 하지만 최대의 변수가 코로나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 경제 정책도 예측할 수 없고요. 외교도 절반은 정지 상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 정권도 당연히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계속될 것을 각오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정치, 경제, 외교도 새로운 것보다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에서 방위적인 정책이 이뤄질 거라 봅니다.

 

그리고 최근의 내부 상황이나 내부 문건들을 볼 때 후계 세습 준비를 시작하지 않을까란 예측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급사했기 때문에 이후 몇 년간 김정은 정권을 안정화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무리도 했고요. 이 때문에 사회적인 충격도 컸고, 외부에서는 북한의 실체를 봤다는 실망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김여정의 아이들이 있다면 아직 어리지만, 지금부터 후계 세습 준비를 조금씩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김정은 정권의 최대 목적은 김씨 일가의 통치와 지배를 영속화하는 것이니까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다음 영도자를 어떻게 맞아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양 사업이 벌써 시작됐어요. 그러니까 그런 준비를 계속할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김정은 정권 10년간의 북한 사회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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