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미 국무부 대북 지원금 절반 이상 감소
2023.11.20
앵커: 북한이 서서히 국경 봉쇄를 완화하면서 외부와 교류를 재개하고 있지만, 올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규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무부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 중인 인권 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도 하향 조정됐는데요. 북한이 계속 외부와 단절하는 만큼 국제사회의 관심도 떨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처럼 대북 인도주의 지원금이 줄어들면서 북한 주민의 식량∙보건 안보는 물론 인권 상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50% 이상 줄어든 대북지원금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지난 9월 19일까지 집계한 올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모금액은 미화 149만 1천506달러.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저치입니다.
지난 2020년부터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모금액이 대폭 줄어들면서 올해는 2020년에 비해 무려 96%나 감소했습니다.
2020년에는 모금액으로 약 4천188만 7천 달러가 걷혔지만, 2021년에는 약 1천 378만 9천 달러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약 233만 8천 달러에 그친 데 이어 올해는 작년보다 64%나 줄었습니다.
2023년 대북지원에 나선 국가 중 하나인 스위스는 유엔 아동기금(UNICEF)을 통해 필수 영양 분야에 약 121만 달러를 지원했고, 또 다른 국가인 노르웨이는 인도적 활동을 위한 지원으로 노르웨이적십자사(Norwegian Red Cross)를 통해 약 27만 달러를 제공했습니다. 올해 대북지원에 동참한 국가는 이 두 국가가 전부였습니다.
올해 가장 먼저 OCHA에 대북지원 여부를 밝힌 스위스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스위스와 연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스위스 외교부는 지난 1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스위스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식량과 공중보건, 재난 위험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유엔 아동기금을 통해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필수 영양을 공급하고 (코로나) 개인 보호 장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OCHA가 인도적 위기 상황에 놓인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원사업 계획을 선정하는 작업으로 매년 발표하는 유엔의 ‘인도지원 대상국’에서 지난 3년 연속 제외됐습니다.
젠스 라에르크 OCHA 대변인은 북한이 인도지원 대상국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제한된 정보와 접근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0일 RFA에, 대북지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북한 내부의 인도적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의심의 여지없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심각합니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은 ‘주체’를 강조하며 자력갱생에 초점을 맞춰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해 왔습니다. 코로나 기간에 북한은 미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사악한 정치적 계획”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북한 주민들의 건강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생 상태가 열악합니다. 영양실조는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북지원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도, 그 금액을 회계연도 안에 다 쓰지 못하면 예산이 삭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는 결국, 지원금의 감소로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대북 정보 유입 위한 미 정부 보조금도 대폭 감소
이런 가운데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 내 정보 유입 사업을 위한 미국 국무부의 보조금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 국고보조금(Grants)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 1일~2021년 9월 30일)에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대북 정보유입을 촉진하는 단체들에 최대 30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2020년 11월과 2021년 3월, 4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밝힌 공고문에는 관련 사업에 50만 달러에서 최대 3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 1일~2023년 9월 30일)에는 대북 정보유입과 북한 내부 정보 유출 등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촉진하는 사업에 대한 보조금이 최소 10만 달러에서 최대 150만 달러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11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 국무부의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은 2023 회계연도에 ‘정보 접근성 증대’, ‘인권 및 책임’과 관련해 두 차례 자금 지원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현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논평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무부 대변인은 “다음 회계연도에 대한 계획이 현재 진행 중”이라며 북한 인권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또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미국의 비영리 단체 ‘국립민주주의기금(NED)’도 최근(8일) RFA에 2023 회계연도 기간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제공한 지원금 총액은 약 490만 달러였다고 밝혔습니다.
NED의 린 리(Lynn Lee) 동아시아 담당관은 대북 지원 단체에 보조금을 제공할 때 우선시하는 조건을 묻는 말에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지원과 정보에 대한 접근 및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또 청소년과 여성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업을 우선순위로 두고, 하나 이상의 조건을 충족한 단체를 지원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2024 회계연도에도 지난 회계연도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금과 미 정부의 북한 인권 증진 활동에 대한 보조금이 감소하면서 인권 단체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은 실제로 대북 지원금이 줄어들면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도 쉽지 않은 한해였다며, 특히 북한 내부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이번 회계연도는 (인권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기)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물론,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안 계획을 수립하지만, 올해는 참 힘든 한해였습니다.
스칼랴튜 사무총장은 현재 북한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펼치는 유엔과 인권단체 직원들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아 북한 내 식량 상황과 보건 안보가 우려된다고 덧붙이면서도, 그나마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이신화 한국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