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중 , 필요에 따라 최소한의 우호적 관계 유지
<기자>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방문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6일 보도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12월 1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던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참석했는데, 최근 중국 외교단의 방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외교부 대표단이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특히 중국 대표단이 작년 12월 중국을 방문했던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거의 유사한 일정을 소화한 점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쑨웨이둥 차관은 북중 외교차관 협의를 진행하고 최선희 외무상을 만났습니다. 이는 박명호 차관이 북경에서 북중 외무차관 협의를 하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던 일정과 거의 동일합니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외교차관 협의에 대한 내용을 비교해보면, 북중 간에 '우호의 해'를 발전시키고 양국의 외교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며, 보도 내용이 지나치게 간략화되었습니다. 즉, 보도 내용이 너무 사무적인 만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방북한 러시아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공항 도착 첫날부터 사진과 함께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있지만, 중국 외교단의 방북에 대해서는 이렇게 자세한 보도가 없었습니다.
또한, 최근 중국과 북한 사이에 체육 협의나 중국 동북부에서 교류가 계속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의 접촉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의 과장들이 방북해 실무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일정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원래 중국, 베트남(윁남), 쿠바 등 공산주의 국가들과는 정부 대 정부가 아닌 당 대 당 관계를 추진해왔습니다. 상대방 최고지도자를 ‘동지’라고 부르는 것도 그러한 관계의 표현입니다. 현재 북중 관계는 당 대 당에서 정부 간 접촉으로 수준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중 소식통에 따르면, 북중 관계는 북한이 2022년 봄에 7번째 핵실험을 강행하려 했고, 그때 중국이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에 냉랭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중 관계는 현재 외교 협의 분위기를 지켜보면서 한미일을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협력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김정은 총비서의 중국 방문 등의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현재 북중 관계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역사적으로 중국을 경계해 왔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측근들에게 "중국을 진정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2011년 12월 권력을 승계한 후 여러 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를 악화시켰습니다. 특히 2013년 7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이 아닌 한국을 먼저 방문했을 때, 김 총비서가 분노해 북한 내에서 중국 영화와 드라마 방송을 금지시켰습니다. 이처럼 어려웠던 두 정상의 관계가 다소 개선된 것은 서로 마음을 연 것이 아니라, 김 총비서가 2018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와의 회담이 성사되었기 때문입니다. 시 주석은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을 계기로 김 총비서를 북경에 초대했습니다. 당시 김 총비서는 시 주석 앞에서 과거의 여러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서도 조중 관계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아마도 김정은 총비서는 그 당시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러시아와 접근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미국은 경계해야 할 주요 상대로 보지만, 러시아는 그렇게 큰 위협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아직도 북한을 가볍게 보면서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마음속으로 초조함이 쌓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 모두 서로 간 갈등이 한미일에게만 이익이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최소한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에 따르면, 여전히 북한 국적 선박이 중국 항구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사례가 적지 않은 반면, 북한 남포항에는 중국 선박이 항구 내부로 들어가는 사례가 전무하다는 연구기관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중국이 북한과 대외적인 관계를 과시하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이는 현재 북중 관계의 모습과 유사한데요. 오늘날 북한에게 북중관계는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북한의 경제와 재정 상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은 어려운 상황에서 사이버 공격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등 불법적인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주로 청년층 결속 강화, 지방 발전 촉진, 한미일에 대한 군사적 도발, 시장 경제에 대한 단속 등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김정은 총비서와 그의 측근들이 직면한 권력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청년층과 지방 시민들 사이에서 김 총비서에 대한 존경심이 약화하고 있으며, 한미일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또 시장 경제가 발달하면 '돈주'들의 영향력이 커져 김 총비서에게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정책들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시장 경제를 억제하려는 시도는 북한 경제의 성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겁니다. 한미일에 대한 도발은 국제적 제재를 강화시킬 수 있으며, 청년층과 지방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적 지출이 필요할 겁니다. 북한은 새로운 냉전 시대를 활용해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기대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의 경제는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북한은 한미일과의 대결 속에서 내부를 단결시키기 위해 중국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할 것입니다. 북한은 대화나 군사적 도발 등 다양한 수단으로 중국이 대화에 응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이는 북한이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반영합니다.
“북, 서해 순항미사일 발사로 중국에 불만 표출”
<기자> 북중 관계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과 러시아의 대응 전략은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현재의 미중 관계가 북한 문제 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한미일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비판적인 담화를 발표하거나 새로운 제재를 도입하고, 다양한 군사 훈련을 실시해 왔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군사 도발을 지속하는 것이 내년 1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을 전제로,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최종 목표 역시 (핵 군축)협상에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행동은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한미일로서는 효과적인 억제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태국 방콕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의 주요 목적은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었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기대하는 바람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여러 가지 도발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지만, 한미일과의 대립 상황에서 북한을 중요한 '카드'로 여기고 있어, 북한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최근 방콕에서의 미중 회담에서 큰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미일은 현재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유리한 지원을 얻으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지만, 러시아 역시 중국으로부터 군사적인 협력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최근 연속적으로 서해와 동해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어떤 목적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북한은 최근 서해에서 '화살-2형'이라고 명명된 전략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이를 공식 발표한 것으로 보아, 화살-2형이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임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24일에는 서해를 통해 '불화살3-31'형이라는 새로운 잠수함전략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이며, 한미일에 대한 군사적 도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서해에서 발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과도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일이 공동 해상 훈련을 실시할 때도 서해에서의 활동을 가능한 한 제한해 왔습니다. 중국과 가까운 장소에서 해상 훈련을 하면, 중국이 한미일의 군사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중국 근처에서 하는 한미일 군사 행동은 도발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북한 역시 이러한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전략 순항미사일을 중국에 가까운 서해에서 발사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의미를 지닙니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 개발을 어느 정도 묵인해 왔지만, 핵 개발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 근처에서 핵탄두 탑재 가능성을 시사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중국을 도발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중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