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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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까지 얽히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는 더 굳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미북 관계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북핵 문제는 사실상 방치 상태인데요. 반면, 북한은 중국과 더 밀착하면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방중과 군사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성현 미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를 여전히 미중 관계 하부 구조로서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미중 관계의 지렛대로 유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이성현 선임연구위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중 갈등 심화 … "경쟁 구도와 국가전략 바뀌지 않아"

[기자] 이성현 선임연구위원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미중 관계의 전문가로서 미국에서 바라보시는 미중 갈등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이성현 미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이성현 미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이성현] 일각에서는 최근 재개된 미중 고위급 접촉을 보면서 미중 갈등이 이제는 데탕트 (긴장 완화)로 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중 관계가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기완화)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빠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근본적인 전략적 사고의 변화가 없는 상황이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세계 1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초월해야 한다"는 '중국몽' 전략이 수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즉, 근본적인 경쟁 구조와 국가 전략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미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은 둘 다 시간 벌기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이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대신 디리스킹을 선택했고요. 중국도 반도체 등 첨단 기술과 군사 분야에서 미국을 초월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미중 갈등을 불안하게 지켜봐 왔던 제3세계 즉,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미중 갈등을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지금의 미중 간 긴장을 낮추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더 많이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위층 접촉을 통해서 손을 내미는 적극적인 대화 노력의 이면에는 ,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위기'의 시계가 한층 더 빨라졌다는 미국의 판단도 작동했던 것 같습니다. 미중 간에는 현재 군사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끊어 버렸습니다. 즉, 미국은 대화 재개를 통해 상황을 관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술적인 변화를 전략적인 변화로 혼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자] 미중 갈등에서 시작해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동맹이 강화하고 있는 반면에 북∙중∙러의 관계도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신냉전 구도가 더 뚜렷해지는 분위기 속에 당분간 미중 갈등의 완화 돌파구는 없다고 봐야 할까요?

[이성현] 중요한 화두입니다 . 사실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중국과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는 이유에는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공세 시기를 늦추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더욱 건설적인 중재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미중 갈등과 별개로 국제사회에서 미중 협력이 필요하거든요. 최근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성공적으로 중재한 것처럼 중국은 나름대로 국제사회에서 중재 외교를 통해 코로나로 망가진 중국의 이미지를 평화적인 이미지로 개선하고 국제사회에 선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최근 분위기가 바뀌어 중국의 이런 평화 중재자의 역할을 차라리 잘 활용해 우크라이나 휴전에 조금 더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동맹이 강화하고 있는 반면에 북∙중∙러 관계도 과거 냉전 시대처럼 돈독해지는 근본적인 냉전 구조 구축 과정에는 변화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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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Biden, Xi Jinping 2022년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 (Alex Brandon/AP)

“김정은 방중해도 놀랍지 않아… 북중 군사협력 가능성 주목”

[기자] 이런 가운데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안보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가 됐습니다. 7차 핵실험도 중국의 반대 때문에 하지 못하는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지금의 북중 관계에서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성현] 중요하면서 복잡한 질문인데요 . 북중 관계와 관련해 제가 이전에 중국 내부 회의에 참석했다가 들은 비유가 있습니다. 한 의사가 있는데, 그 의사에게는 의과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아들이 아버지 밑에서 실습을 하는데, 아주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한 환자가 아버지에게 2년 넘게 치료를 받으니까 아들이 물었답니다. "이 정도 병이면 한 번에 치료하고 간단하게 낫게 할 수 있는데, 왜 아버지는 2년씩 질질 끌고 있습니까"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아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면서 "네가 의대를 졸업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남았느냐. 의과대학 학비가 어디서 나오는 것 같으냐"라고 맞받아쳤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중국 관계자가 한 말인데요. 중국에 북한이란 존재는 국제정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활용의 대상입니다. 특히 한국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인 부담이 됐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는 학자적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국제 현실정치와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기자] 최근 북중 간에 국경 개방, 인적교류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방중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김 총비서의 방중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성현] (김 총비서의 방중 가능성이) 놀 라운 얘기는 아니고요 . 그리고 방중이 이뤄진다면 이전처럼 굉장히 전격적으로 이뤄질 것 같습니다. 최근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볼 때, 그리고 중국의 고립된 입지와 식량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기대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두 정상이) 만나서 무엇을 서로 주고받을까 하는 의제의 문제가 있고요. 이를 극대화하는 타이밍(시기)의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식량 문제는 중국이 항상 뒷문으로 어느 정도 북한에 주고 있기 때문에 결국, 김 총비서가 이번에 다시 방중을 한다면 뭔가 추가 이득이 있어야겠죠. 겉으로는 이전처럼 사진을 찍고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하겠지만, 서로 조용히 주고받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최근 남북 관계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측면에서 본다면, 그것은 북한이 오랫동안 중국에 요구해 왔던 군사적인 원조가 테이블 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중국 내부에서도 미중 갈등의 심화 속에서, 그리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속에서 "중국도 우리의 동맹인 북한과 안보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북중 군사협력 혹은 군사원조 문제는 앞으로 매우 중요한 한반도 안보 사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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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철교 / AP (Emily Wang/AP)

“북한 문제, 미 외교정책에서 하향 조정... 현상 유지 분위기도”

[기자]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에 북한도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부 관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요?

[이성현]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는 훈련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하부 구조에 있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미국을 상대하는 유용한 지렛대 역할을 해왔고, 미국은 중국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이 동북아시아에 미국의 군사자산을 중국 근처에 더 많이 배치할 수 있는 합당한 논리 근거를 갖게 합니다. 또 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확실히 하향 조정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해결책을 추구하기보다 적당한 관리 수준에 두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더욱 부합하다고 생각하는 미국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반면 중국은 이전에는 미중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가끔 미국이 원하는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고, 미국의 대북 제재안에 찬성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미중 갈등이 악화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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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AP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은 옛말… “새로운 국제정치 시작돼”

[기자] 특히 한국은 북한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중국이 매우 중요한 국가였는데요. 지금은 중국과 점점 멀어지는 듯합니다. 대만 문제에도 개입하면서 더 민감해졌는데요. 지금의 한중관계가 한반도와 북한 문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이성현] 한국 사람들이 자주 하는 또 다른 실수 중 하나가 선택지를 추구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가 무엇인가를 잘 구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 이상적으로는 많은 한국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양측 모두와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선택지입니다. 그러니까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을 말하는 시대가 있었죠.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새로운 국제정치의 새 막이 시작됐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갈등하면서 이제는 너와 나를 구분하는 시기가 됐고, 그 구분에 따라 안보적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경제적인 이익도 함께 공유하는 시기로 접어든 거죠. 한국도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전략적으로 편승하는 과정에서 정밀하게 한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저는 보고 있고요. 무엇보다 선택지를 많이 가지려면 한국이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이 있어야 외교가 쉬워지고, 선택지도 많아집니다.

또 한중 관계를 북한 문제와 연계해서 생각하는 것도 한국의 전략적 습관의 고착입니다 . 중국과 관계를 꼭 북한 문제와 연계해 생각하는 습관 때문에 한중 관계가 꼬인 측면도 있거든요. 왜냐하면 중국 측에서는 "한국이 한중 관계를 좋게 하려는 이유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하는구나"란 의구심을 만들어 낸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한중관계를 북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전략적 카드로 확장해서 생각하는 과욕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중 관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다층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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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월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 연합뉴스

[기자]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할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성현] 미중 갈등의 심화 속에서 , 그리고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남북 간 긴장 국면에서도 최소한 남북한의 군사적 위기관리 측면에서 물밑 채널을 통해 북한과 소통 채널은 마련해 둬야 합니다. 아마 실제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이러니하게도 1970년대에 남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이러한 위기관리 채널이 오히려 더 잘 작동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한국 스스로 남북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한국이 국제정치에서 쓸 수 있는 외교적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이성현 선임연구위원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강화하는 신냉전 구도가 북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이성현 미 조지 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