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러 밀착 행보에 중국은 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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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와 경제∙인적 교류 등이 활발해진 가운데 신냉전 구도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은 한발 물러선 분위기입니다.

속으로는 북러 간 밀착 행보를 이해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불량 국가’로 낙인찍힌 두 나라와 직접적인 개입은 꺼리고 있다는 것이 많은 한반도 전문가의 분석인데요.

특히 얼어있던 미중 관계에 다시 청신호가 켜지면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커지는 때에 중국은 북중러 간 연대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러 수뇌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를 충실히 실현해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 북러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자" – 김정은 북한 총비서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확고하고 원칙적인 지원을 깊이 평가한다"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19일) 북한에서 만나 양국의 굳건한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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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9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왼쪽)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 평양에서 열린 회담에서 서로 인사하고 있다. / 러시아 외무부 언론 서비스 텔레그램 채널 via AP (AP)

지난 9월 김 총비서의 방러 이후 북러 간 밀착 행보가 더욱 잦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양국 간 무기 거래 의혹을 거듭 폭로하며 경고하고 있지만, 이같은 정황은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위성사진과 함께 북한이 러시아에 선박과 열차를 통해 1천 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영국의 한 연구소도 북러 간 무기 거래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해, 러시아 국적의 선박이 양국 사이를 최소 5차례 왕래했고, 그 내용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탄약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중국은 소극적 태도

무기 거래를 비롯한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 행보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일까.

지난달 13일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이는 양국 간 문제라며 직접적인 개입을 회피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북러 밀착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동규] 중국은 북중러라는 삼자 협력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아직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북한, 러시아, 중국의 입장은 다르거든요.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의 북러 밀착과 같이 군사적인 협력으로 가게 된다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북한이나 러시아처럼 ‘불량 국가’ 혹은 질서를 훼손하는 국가로 매도될 가능성이 있고, 제재를 받을 위험성도 있습니다.

중국이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중국의 대외 경제 협력과 영향력 확대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라는 겁니다.

전병곤 한국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24일) RFA에 북·러 밀착에 관해 중국은 심적으로 공감하며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전병곤] 북중러 삼국은 반미 연대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 한미일이 강화하면서 미국의 압박 등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러시아와 밀착하고 군사 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면서 심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중러 구도로 가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큰 이점이 없기 때문에 세 나라와 연대에 긴밀히 참여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병곤] 중국은 경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발전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고요. 물론 러시아와 일정 수준에서 경제협력을 할 수 있지만, 북한과 협력할 것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히려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신냉전 구도에 대한 북 ·중·러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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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북한 국기와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AP (Vladimir Smirnov/AP)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신냉전 구도에서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원곤 한국 이화여대 교수는 북중러 3국이 서로 간 이해를 맞추는 과정이 생략됐고, 하나의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편의에 의해 결합할 수 있지만, 이 협력이 지속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신냉전 구도를 가장 원하는 것은 북한이며, 러시아는 북한과 매우 긴밀한 협력은 꺼리는 분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상황적 요인 때문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발견한 거죠 . 북러 군사협력이 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러시아도 그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북러 협력은 하고 있지만, 한국이나 미국의 눈치를 전혀 안 보는 건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진행된 북러 정상회담은 양국 간 밀착 행보를 홍보하는 목적도 있지만, 중국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도 있다고 이동규 연구위원은 해석합니다.

[이동규]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에 기대하는 만큼의 지원을 중국이 안 해주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더 자신과 관계를 강화해 달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과 대서양 연맹, 인도∙태평양 연맹과 관련해 “미국이 주축이 돼 신냉전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어 섣불리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기에는 난처한 입장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불량 국가’로 낙인찍힌 북한,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국제 공급망의 중심이기 때문에 이전 냉전 시대와 같은 북중 협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외교적으로 세 나라가 서로 지지해 주는 모습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동규] 중국의 경우 올해도 중러 정상회담을 하며 러시아와 경제적인 협력을 강조해 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지 않을 정도로 (중러) 관계를 관리해 왔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결국은 국제적으로 책을 잡힐 만한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군사적인 지원이나 협력은 어렵고, 제재를 피하는 범위 안에서 경제적인 협력은 양자 차원에서 좀 더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의 에너지를 더 많이 수입한다거나, 북한에 대해서도 인권을 명목으로 해서 식량 등을 지원할 수 있고요.

“APEC에서 북·러 무기 거래 논의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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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 Jinping, Joe Biden 2015년 9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공군 기지에 도착해 환영식에 참여하며 활주로의 레드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 AP (Carolyn Kaster/AP)

이런 가운데 미국이 다음 달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만약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 자리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이동규] 미국은 (북러)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 혹은 군사적인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계속 경고해 왔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고,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을 거고요. 그것이 중국의 참여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더 나아가서는 중국이 (북러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충분히 얘기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북러 간 밀착 행보는 두 나라 사이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해 의미 있는 논의가 있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또 최근 미중 간 공식 교류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중국’ 등 양자 간 협력은 가능하겠지만, 북중러의 3국 연맹 구도는 현 상황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공식적으로 신냉전이 도래했다며 중국, 러시아와 굳건한 관계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을 탈피하려는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북러 간 무기 거래 의혹으로 점점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러시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으로 2017년 이후 미중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북중러 세 나라의 긴밀한 협력은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