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국∙러시아 믿고 경제 개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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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김정은 강경발언에 담긴 두 가지 노림수

[기자] 마키노 기자님. 지난달 북한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매우 강경한 발언이었는데, 김 총비서가 이렇게 대남 강경 발언을 한 노림수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월 30일까지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 무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수단과 힘을 동원해 남조선 영토를 평정하겠다”고 말하면서 호전적인 발언을 되풀이했습니다. 또 12월 31일에 열린 모임에서도 “무력 충돌을 기정사실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강경 발언을 계속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신냉전 시대가 시작되면서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정상회담도 하고, 군사협력 강화에도 합의했습니다. 반면 북한과 중국 관계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둘러싸고 조금 긴장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지난 1월 1일 조선중앙통신이 김 총비서에게 보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하장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과 중국의 국교 정상화 75주년을 맞아 ‘2024년을 북중 우호의 해로 설정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도 북한이 필요 이상으로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을 환영하지 않겠지만, 한미관계를 생각해 북한을 지지하는 자세를 다시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노림수는 한미일 간 방위 협력 강화에 대한 위기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도했지만, 한미일은 지금까지 해군 중심으로 훈련을 해왔는데 2024년에는 육군을 포함한 훈련도 시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어떻게든 한미일 간 협력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최대한 압력을 가하면서 한국 내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좋겠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행동과 발언은 오는 4월 한국 총선을 맞아 더 심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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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6일부터 개최되었던 연말 전원회의가 30일 결속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자] 김 총비서의 대남 강경 발언에 대한 노림수에 대해 분석해 주셨는데요. 김 총비서의 발언 자체에 큰 무게감이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과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정말 북한이 통일을 포기한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는 남북 관계에 대해 “이제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국가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이 내린 종합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에 기반한 우리 쪽 통일 노선과 명확히 상반된다. 언제 가도 통일은 실현되지 못한다”라고도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통일을 못 한다는 것은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보여준 윤석열 한국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발언입니다.

또 시대가 바뀌면서 한국 국민이 북한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북한 당국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역으로 무리하게 통일을 하려고 하면 북한 주민이 한국을 환영하면서 북한 당국의 지시를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하면서 한국 문화를 열심히 배제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상 북한이 2년 전에 통일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윤석열 정권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이런 무리한 주장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때마침 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특히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고도 말했는데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어떻게 분석하시는지, 또 실제 북한이 한국을 대상으로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 총비서는 군사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놈들이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선택한다면”이란 전제조건을 달았습니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군사 도발은 하지 않는다는 노림수가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 같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방법으로는 도발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절대 자살행위는 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군사 도발을 했을 때 먼저 대응하고 후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너무 쉽게 군사 도발을 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자살행위가 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볼 때 이미 김 총비서의 발언 자체가 군사 도발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에도 경제보다 정치적 안정에 주력할 듯

[기자] 김 총비서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발언한 이후 따로 신년사는 발표하지 않았는데요. 2024년 올해 김 총비서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 총비서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여러 가지 경제 분야의 과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농업의 기계화’, ‘일반 소비재의 질 향상’ 등을 호소했는데요. 제가 주목했던 것이 “공통적인 과제로서 국가 경제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김 총비서의 발언입니다. 김 총비서가 2010년대 초반에 실시한 ‘포전 담당 책임 제도’나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 제도’ 등 여러 가지 경제 개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는 경제 개혁을 후퇴시키고자 하는 생각을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보도했지만, 양곡판매소를 활용하면서 시장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달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와 대화를 나눴는데, 란코프 교수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정치적 안정과 경제 성장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정치적 안정을 선택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김 총비서의 입장에서도 중국과 관계가 취약했던 2010년대는 어쩔 수 없이 경제 개혁을 시작했지만, 최근 신냉전 시대가 시작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해 줄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경제 개혁을 정말 포기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24년 북한은 김 총비서가 지시한 경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집중하겠지만, 이는 경제 부문 담당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란코프 교수도 말했지만, 개인적인 성과급(인센티브)과 같은 매력이 없는 경제 정책이기 때문에 2010년 중반까지 이뤘던 화려한 경제 성장을 다시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2024년 북한은 붕괴도 안 하겠지만, 개혁도 못 하는 냉전 시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김 총비서의 정책과 발언에 대해 북한 주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한데요. 마키노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 총비서는 2024년에도 정치적 안정을 얻어내기 위한 정책들을 계속 추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통제는 심해질 겁니다. 이미 북중 국경 지역에는 양쪽에 철조망과 콘크리트 벽이 설치됐고, 감시 카메라나 경비병들의 감시가 심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내 사상 통제와 법률도 엄격히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정보 유입도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중단기적으로 김 총비서의 시도는 성공적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탈북민들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수많은 사람이 한국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또 2010년대 초기에 경제적 이익을 많이 얻은 사람도 있습니다. 북한 주민 중에는 2010년 중반까지 고층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소비재도 많았던 경험을 쉽게 잊을 수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열심히 단속하려 하는데 북한 주민도 표면적으로는 여기에 따르겠지만, 불만은 남아 있을 거고요. 2009년에 화폐 개혁이 실패했을 때처럼 북한 당국의 정책 실패가 있을 때는 이에 따른 부작용이나 심리적 반발이 커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