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외화벌이 목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운영 중이던 북한 식당들의 불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나마 성업 중인 소수의 북한 식당을 제외하고는, 많은 북한 식당이 코로나 대유행의 후폭풍과 물가 상승 등으로 저조한 매출 실적을 보이며 잠점 휴업하거나 폐업까지 하고 있는데요. 일부 종업원들은 중국 식당에 취업해 돈을 벌어야 할 정도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했던 북한 주민의 본국 송환이 재개된 가운데 앞으로 실직한 식당 종업원들도 이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 러시아 내 북한 식당, '매출 부진'으로 잠정 휴업 또는 폐업 늘어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위치한 북한 식당 ‘송도원’.
압록강 철교 맞은편에 위치한 ‘송도원’은 한 때 유엔 대북제재의 여파로 폐업까지 했지만, 최근 다른 간판을 달고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이 식당에는 현재 약 8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주로 3명이 손님을 맞아 주문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한 소식통은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식당에는 중국 관광객을 포함해 북한 사람들이 주 고객을 이뤘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습니다.
직접 식당을 찾았던 이 소식통은 “쟁반국수 한 그릇의 가격이 중국 돈 30위안”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보다 크게 오르지 않은 가격으로, 현지 물가와 비교해도 비싼 값은 아닙니다.
‘송도원’을 비롯해 단둥에 있는 ‘옥류식당’ 등 또 다른 일부 북한 식당도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도 계속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대북제재 국면에도 북한 식당이 다시 문을 열고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에 있는 대다수 북한 식당들은 영업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잠정 휴업하거나 아예 문을 닫은 식당도 적지 않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업자도 최근(22일) RFA에 “중국 북경을 비롯해 단둥, 심양, 연길 등에서 수익이 별로 안 나오는 일부 북한 식당은 폐업하고, 소수의 식당만 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중국 식당에 취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대북소식통도 29일 RFA에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도 북한 식당이 잘 안 됐다”며 “몇 년이 지나도록 식당 메뉴와 공연 내용 등은 그대로인데, 음식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니 중국 현지 손님마저 대폭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대북소식통] 어휴 안 돼요. 코로나 전에도 잘 안 됐거든요. (손님이) 없는 이유가 북한이 공연하는 것이 맨날 똑같고, 음식도 똑같고, 한 번 가면 새로운 있어야 하죠. 중국 맥주가 3위안에서 5위안, 이렇게 파는데 압록강 맥주는 25위안씩 받으니, 중국 사람들은 가격에 뒤집어지죠.
또 코로나 대유행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데다, 최근에는 악화한 남북관계 탓에 그동안 식당의 주 고객인 한국인 관광객에게 봉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것도 영업 부진의 이유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나마 단둥을 찾는 다른 지역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강 건너로 북한을 한 번 보고, 경험 삼아 북한 식당을 찾는 정도란 설명입니다.
지난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현지 북한 식당을 방문한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교수도 지난 25일 RFA에, “러시아에는 기존에 4개의 북한 식당이 성업 중이었는데, 지금은 단 두 개의 식당만 남았다”며, “연해주 인근에 있는 북한 식당은 거의 폐업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교수는 러시아에서 가장 성업 중인 ‘평양관’이 유일하게 블라디보스토크에 남아있는 북한 식당이라며, 최근 폐업한 ‘금강산’과 ‘고려관’ 자리에는 북한과 관련없는 다른 식당이 개업했다고 전했습니다.

[강동완] 무엇보다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의 주 고객은 한국 관광객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도 마찬가지인데요. 심지어는 대량으로 단체 관광객들이 거기와 계약을 맺고 식사를 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수입원의 근거지가 한국 관광객이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 관광객들이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다 보니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었고요.
또 그는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 상황으로 손님이 줄어 북한 식당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특히 한 식당의 관리자가 망명을 시도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북한이 극단적으로 폐업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강동완] 지난 1월에 ‘고려관’의 부지배인이 탈북해 잡힌 상황이었고, 그것을 관리하는 관리 책임자가 모자로 알려졌는데, 그 이후에 탈북을 하다가 잡히게 된 상황이었죠.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북한 당국으로서는 그곳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요. 이미 (그들의) 탈출 계기가 매출 급감에 따른 책임성 소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리비를 제대로 내지 못했고, 이를 내지 못한다는 거는 결국, 북한 당국에 바쳐야 할 상납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이 식당 자체를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된 거죠.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 본국 송환도 시간 문제”
북한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북한 주민의 송환을 본격 재개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송환도 시간 문제일 거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강동완 교수는 러시아 내 북한 식당들이 폐업하면서 북한 당국이 실직한 북한 노동자들을 서둘러 송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지난 25일, 북한의 고려항공 여객기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백 명의 북한 주민을 태우고 평양으로 돌아갔는데, 이중에는 식당 종업원들도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약 7~8년 간 체류하게 되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10년 이상 발이 묶여 있던 이들의 사상이 불순해졌을 거라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강동완] 그들이 해외에서 경험하게 된 자본주의 생활 방식이라든지 또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경험들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결국은, (그들의) 내적 갈등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런 와중에 이제 북한으로 돌아가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북한 당국으로서는 시기를 앞당겨서라도 가능하면 빨리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북 소식통도 중국에서 육로와 하늘길을 통해 수백 명의 북한 주민이 송환됐는데, 폐업 또는 매출이 저조한 식당의 종업원들이 이미 포함됐거나 앞으로 송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을 송환한 이후 식당 종업원을 비롯해 새로운 북한 노동자를 중국과 러시아에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미∙중, 미∙러 관계의 갈등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성실히 이행하는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다시 해외로 나갈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겁니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해외에 나가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2019년 12월까지 본국으로 철수해야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코로나 방역 조치에 따른 국경 봉쇄로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높은 물가와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해외 북한 식당의 인기가 계속 떨어지면서 식당 종업원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