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 준비 마친 북중 무역, 중국발 코로나에 또 ‘발목’
2023.01.11
앵커: 올해 초부터 북중 국경의 일부 중국 측 세관이 교역 업무 재개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일단 주춤한 분위기입니다.
이번 육로 무역 재개 움직임에는 중국의 코로나 방역 대책 완화와 함께 북한이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양국 간 교역 재개가 또다시 관망세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 진정 여부에 따라 일부 육로 무역 재개는 시간문제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중 간 무역 재개 움직임을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무역업자들 “김정은 생일 기점으로 재개 분위기”
“올해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북한 나진∙선봉과 중국 훈춘 간 세관 업무가 재개될 것으로 들었다.”
중국 단둥의 한 대북 무역업자는 최근 (1월 10일) RFA에 “지난해 말부터 북중 간에 일부 육로 무역 재개 움직임이 감지됐고, 올해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생일인 1월 8일을 기점으로 세관이 문을 열 것이란 분위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보다 북한에서 먼저 감지됐다는 게 이 무역업자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일부 육로 무역을 재개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진∙선봉지역과 통하는 훈춘은 물론 신의주와 인접한 단둥 세관도 업무 재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 방역으로부터 승리를 선언한 데 이어, 더는 코로나 방역으로 북한 경제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북중 국경개방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습니다.
또 북한이 코로나 방역을 완화한 이후 북중 무역이 증가했으며, 지난달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코로나 방역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올해 북중 국경개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대북 무역업자에 따르면 11일 현재 세관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최근(1월 10일) RFA에 ‘아직 북중 간 육로 개방과 무역 재개의 움직임은 파악된 것이 없다’며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 상황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내부에서는 기대를 많이 했었죠. 작년 11월 말, 12월 초쯤에 모든 사람이 북중 국경이 열리고 무역이 재개되기를 기다렸는데, 아시다시피 중국에서 새로운 코로나 변종이 폭발적으로 유행 중이지 않습니까. 이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질 때까지 (국경 개방은)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1월 10일)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지난 전원회의에서 방역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코로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보면 (코로나 방역이) 상당히 비중 있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국가 방역 능력 건설’이라는 주제 하에 나름 체계적으로 ‘우리가 방심하면 안 된다’,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고,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백신 접종을 책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후속 조치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방역 정책도 북한이 여전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고,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도 그 동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조심하고, 신경 쓸 부분은 신경 쓰면서 어느 정도 무역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신의주와 남포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사람 왕래는 계속 통제해야 하니까 관광 재개나 국경 지역의 세관을 열기 위해서는 ‘중국 상황이 더 안정돼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 위기감이 커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코로나 사태 관망하는 북, 육로 개방은 시간문제
중국에서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는 중에도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간 화물열차는 매일 오가고 있습니다.
또 단둥의 대북 무역업자에 따르면 러시아의 하산과 북한 두만강 역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운행을 재개했고, 중국 훈춘과 러시아를 통하는 세관도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 경제에서 북중 국경의 개방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국의 코로나 사태를 핵심 변수로 꼽습니다.
양문수 한국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1월 10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아닌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북중 국경의 개방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양문수] 증국의 코로나 상황이 조기에 정리된다면 북중 국경 봉쇄는 지금보다 더 완화되고 무역이 늘어날 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이 북한에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올해 북한 경제가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 국경 봉쇄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이 방역 정책을 완화한 이후 화물열차 운행 재개와 함께 북중 무역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금의 방역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중국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이 올해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각종 생필품 등을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중국의 심각한 코로나 상황에도 신의주와 남포를 중심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무역을 유지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한편, 북한이 중국의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일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중국 길림대의 박영애 교수는 중국 정부와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코로나를 인정하고 방역을 완화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에 적응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도 고민이 많겠지만 점차 국경 개방에 관해 현실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영애] 현재 중국에서는 어느 정도 국민들과 지방정부가 거의 위드 코로나에 적응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도 이런 중국을 보면서 코로나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고려해 ‘위드 코로나’ 쪽으로 더 가지 않을까. 현재는 아직도 완전히 개방은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아마도 정책적으로 어느 정도 준비를 많이 하면서 중국과 대문을 서서히 열면서 경제 발전을 도모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 차에 접어든 2023년.
올해도 북한 당국이 더 많은 물적, 인적, 기술적 자원을 총동원해 목표 달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중 국경 개방 여부는 목표 달성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또 북중 무역을 포함한 북한의 대외 무역이 여전히 코로나 대유행 이전의 절반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면서 북중 간 육로 무역의 재개가 북한 경제에 숨통을 트이게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북한 나진∙선봉과 중국 훈춘을 시작으로 무역 재개에 시동을 건 북한.
중국발 코로나로 잠시 주춤했지만, 북중 육로 무역의 개방은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