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일대서 ‘자연지진’ 역대 최다

2018년 5월 24일,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에 위치한 북한의 핵실험장 서쪽 터널 입구에서 경비원이 서 있다.
2018년 5월 24일,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에 위치한 북한의 핵실험장 서쪽 터널 입구에서 경비원이 서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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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핵실험장이 위치한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길주군 일대에서 지난해 발생한 자연지진 횟수가 전년도에 비해 3배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발생한 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져 방사능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북한이 만약 이곳에서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해당 지역은 물론 중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해 자연지진 33회 발생… 전년도보다 3배 증가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 기상청 홈페이지의 지진 조회 기능을 통해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중심으로 반경 100km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 기록을 조회했습니다.

2014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규모 2.0 이상의 지진 기록을 조회한 결과, 함경북도 길주군 북북서쪽 30~50km 지점을 진원지로 총 68차례의 자연 지진(2.0~3.2)이 감지됐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1월 11일 오후 7시경 길주군 북북서쪽 41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4의 지진으로, 지진의 발생 깊이는 20km였습니다.

연도별 지진 횟수를 분석해보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는 관측 기록이 없지만, 2017년에 7회, 2018년 3회, 2019년 2회, 2020년에는 3회에 그쳤지만, 2021년부터 급격히 늘었습니다. 2021년에 9회, 2022년에 10회였다가 지난해 33회로 껑충 뛴 겁니다.

기상청의 집계에 따르면 풍계리 지역에서 발생한 자연 지진이 지난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비록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 자연지진 횟수가 늘고 있다고 지적해왔으며, 실제로 지난해 통계에서 사실로 확인된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역임한 올리 하이노넨(Olli Heinonen)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핵실험 후 풍계리 지역의 암석 구조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핵발전소와 같은 시설을 볼때 우리는 항상 지진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장 같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부 지진들의 규모가 비록 작을 수 있지만, 그것들이 핵실험장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산 속에 있는 방사능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그는 지난 2017년에 있었던 큰 규모의 핵실험으로 인해 지질학적 구조가 교란됐을 수 있는데, 과학자들의 연구조사 결과 당시 핵실험이 주변 지형을 매우 심하게 흔들어 만탑산 전체의 모양과 높이 등을 바꿔 놓았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선임연구원도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 기상청이 집계한 풍계리 일대의 지진 기록은 “이런 현상은 보통 대규모 지진 후 발생하는 여진이나, 큰 지진을 앞두고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이는 앞으로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일 수도 있다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미 약해진 지반 … 7차 핵실험 하면 큰 문제될 수도

이런 가운데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잦은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이 붕괴해 방사능이 유출되는 등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이노넨 선임연구원은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했던 핵실험의 큰 충격으로 인해 풍계리 지역의 암석에 균열이 생겼을 수 있다며, 비가 내리면 암석으로부터 씻겨 나온 방사능이 지하수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이는 풍계리를 지나 강을 통해 동해로 흘러갈 수 있다고도 경고했습니다.

또 그는 특히 중국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으며, 새로운 핵실험이 예상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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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한 2016년 1월 6일, 한국 기상청 관계자들이 북한에서 발생한 지진파의 진앙을 가리키고 있다./ AP (Lee Jin-man/AP)

베넷 선임연구원도 만약 자신이라면 한국이 중국에 “풍계리 핵실험이 중국에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경고할 것이라며, 이는 현재 한국이 활용해야 할 ‘카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저는 2016년 4번째 또는 5번째 핵실험 당시, 중국의 교통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인터넷에서 봤습니다. 그 카메라들은 핵실험의 영향을 받아 크게 흔들렸습니다. 중국은 이로 인해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적절한 위치에 두면 중국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큰 지진을 일으켜 중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지난 16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핵실험장을 가동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지만,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