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서양 음식점 매출 급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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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햄버거, 커피는 유행… 파스타, 샌드위치는 생소”

[기자] 박사님. 북한 평양과 주변 도시의 장마당, 길거리 매점 등에서 햄버거와 커피 장사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미 북한 평양에서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커피 등을 판매한 지도 10년이 넘었는데요. 박사님도 북한에서 이 음식들을 경험해 보셨죠?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네. 북한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 이미 햄버거, 커피, 콜라 등을 파는 식당이 생겼고, 이탈리안 식당도 있었습니다. 제가 2010년에 북한에 갔을 때 햄버거를 파는 식당을 두 번 방문했는데요. 하나는 모란봉구역에 생긴 야간 유원지 안에 있는 패스트푸드 가게였습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음료수가 들어간 세트 메뉴가 당시 북한 돈으로 450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콜라를 샀는데 그 당시 한 잔에 미화로 0.7달러였어요. 또 한 군데는 평양시 북새거리에 싱가포르와 합영하는 햄버거 가게가 있어서 햄버거와 닭튀김, 감자튀김, 콜라 세트를 사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보통 일본이나 한국에서 먹는 햄버거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 유원지에서는 놀러 온 젊은 여성들이 많았고 , 시내에 있는 가게도 젊은이들로 꽉 차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소주를 팔고 있었다는 겁니다. 밀가루로 구워 만든 와플 같은 것도 팔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주와 와플이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아직 그런 지식이 없어서인지 소주를 팔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11년에는 남성 안내원과 운전기사를 데리고 이탈리안 식당에도 가봤습니다. 평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100석 정도 규모의 넓은 홀에 손님은 우리들과 젊은 남성 그룹뿐이었어요.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안내원과 운전기사가 피자는 한 조각씩 먹었지만, 파스타에는 입을 대지 않았습니다. 피자와 파스타에는 역시 이탈리안 와인이 어울리니까 제가 와인을 주문하려 했는데, 한 병에 미화로 21달러였습니다. 북한 안내원이 "그런 비싼 술은 주문하지 마십시오"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북한산 소주를 주문했습니다. 결국, 안내원과 운전기사는 소주에 어울리는 북한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파스타가 남아서 이를 포장해 제가 묵었던 호텔의 카페 접대원에게 가져다줬는데, 먹지를 않았습니다. 아직 파스타가 뭔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기자] 서양 음식점 외에 장마당이나 길거리 매점에서 햄버거나 커피 등을 판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있고 유행인 것 같습니다. 또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북한에서는 햄버거와 커피가 ‘부의 상징’이라는 말도 있는데, 정말 그렇다고 보십니까?

[문성희] 제가 2010년에 북한의 햄버거 가게를 갔을 때는 만원이었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것이죠. 특히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휴대전화도 확산하고 있었습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고 콜라를 마시면서 핸드폰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북한 젊은이들을 보면서 "북한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보도된 가격을 보면 일반 사람들이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부의 상징'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2012년에 한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북한 사람들의 식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아침에는 커피와 빵으로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이밥에 된장국이 기본이었는데, 커피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햄버거나 커피가 그렇게 '부의 상징'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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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의 ‘해맞이 커피’ 메뉴판 / 린지 밀러(Linsey Miller) 제공

[기자] 햄버거나 커피 등은 대표적인 서양 음식인데요. 현대화한 북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김정은 총비서가 이를 장려한 것도 있고,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나 북한 주재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교관들도 없는 상황인데요. 식당마다 장사가 잘될까요?

[문성희] 수입은 그렇게 없을 거라고 봅니다 . 아까 말씀드린 경험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안 식당에 가니까 손님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 당시는 북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평일 낮에 배급 형식으로 식권을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없었던 거죠. "피자나 파스타로는 배불리 먹을 수 없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2010년대 후반에 북한의 젊은 여대생이 능숙한 영어로 출연하는 유튜브가 인기였는데, 거기서 이탈리안 식당을 소개했습니다. 그 동영상에서는 한 부부가 피자와 파스타, 와인을 즐기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것도 코로나 이전의 이야기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수입이 그렇게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교관들이 주 고객이지, 일반 북한 주민들은 싸지도 않은 식당에 자주 드나들지 않을 테니까요.

스페인 요리 '파에야'는 경쟁력 있을 수도

[기자] 서양 음식도 평양과 지방의 차이가 있을까요? 중국과 인접해 있는 국경 도시에서도 햄버거나 파스타 등을 접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문성희] 또 한 가지 경험담을 소개해 드릴게요 . 제가 북한의 한 지방 도시에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제가 먹으려고 샌드위치를 가져갔는데, 기차 안에서 먹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에 사는 친구에게 그 샌드위치를 줬는데, 그 친구가 냄새를 맡는 겁니다. 제가 "썩지 않았으니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니까 그 친구가 "이런 음식을 처음 보기에 궁금해서"라고 말하면서 계속 샌드위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평양에서는 샌드위치가 유행하고 있었는데, 지방에서는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죠. 그만큼 평양과 지방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인접한 국경도시의 식당에도 가봤지만, 햄버거 등 서양 음식을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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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인 ‘삼태성 청량음료점’에서 직원들이 햄버거를 준비하고 있다. / AP (ASSOCIATED PRESS)

[기자] 물론 가정입니다만, 제가 만약 북한 시장에서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햄버거와 커피 장사를 한다면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문성희] 재 미있는 질문이네요 . 제가 알기로는 햄버거나 커피 장사는 싱가포르 등 외국 기업과 합영해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재료 같은 것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장마당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런 장사를 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수익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그것보다 간단하게 국수 가게를 하라고 하겠죠. 북한 사람들은 국수나 냉면을 정말 좋아하니까요.

[기자] 그렇군요. 박사님께서는 북한을 경험해 보셨으니까 한 가지 더 질문드리면, 서양 음식 가운데 북한에는 없지만, 북한에서 판다면 인기를 끌 만한 메뉴가 있을까요? 북한에서 손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으면서도 북한 주민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있다면 뭘 추천하시겠습니까?

[문성희] 적어도 제가 북한을 자주 다니던 2010년대 초반까지는 서양 음식이 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북한에서도 무언가 과시하기 위해서 서양 음식점이 존재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좀 사정이 달라졌다고 보는데,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것도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지요. 지금은 먹고살기가 힘드니 서양 음식보다 그저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집에서 밥해 먹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발상을 전환해서 스페인 요리인 '파에야(Paella)' 같은 것은 어떨까요? 북한에는 대합과 같은 조개류, 어패류가 많기 때문에 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죠. 이건 북한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습니다. 또 피자도 가게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배달을 하면 인기를 끌지도 모릅니다.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일본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문성희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