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맛과 품질 , 포장 등에서 크게 개선
[기자] 문성희 박사님.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근(10월 22일) “평양의 껌 공장에서 20년간 신제품 40여 종을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과자나 껌, 사탕 등 군것질거리에 대한 발전을 도모하는 모습인데요. 우선 박사님께서 북한에서 경험하신 군것질거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가요?

[문성희] 제가 북한에서 가장 즐겨 먹었던 군것질거리는 아이스크림입니다. 북한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습니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은 뒤에 후식으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이것은 일반 군것질거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2011년에 북한에 갔을 때 평양시 교외에 있는 ‘만경대식료품공장’ 앞에 있는 직매점을 찾았습니다. 이 공장은 주로 빵을 제조하는 공장인데, 과자와 아이스크림도 함께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직매점에는 아이들도 많이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서 빵과 아이스크림 몇 종류를 샀는데, 맛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껌이나 사탕 등은 사 먹지 않았지만, 취재하러 간 공장이나 탁아소 등에서 사탕이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좀 달달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제 입맛에는 그리 맞지 않았습니다.
[기자] 일반 북한 주민들도 빵이나 과자 등 간식을 즐겨 먹나요?
[문성희] 물론 북한 주민도 간식을 좋아하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빵이나 간식을 파는 직매점에는 항상 아이들이 많이 몰려 있었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유명한 간식 생산 공장으로는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이 있는데, 여기서 생산한 간식들은 북한에서 꽤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생활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인터넷 동영상(유튜브)이 있는데, 그것을 보니까 ‘금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이 만든 상품이 진열된 상점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니 이 공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간식을 생산하고 있었고요. 새로운 제품도 계속 만들어 내는 것 같았습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젊은 여성이 “이번에 공장에서 새로 나온 제품들입니다”라고 소개했던 것을 기억하는데요. 제품 중에는 한국의 새우과자인 ‘새우깡’과 비슷한 것도 있었는데, 그만큼 북한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죠. 제가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한국에서 만든 초코파이가 나오기도 했고, 붕어빵을 파는 매점도 있습니다. 직접 거기서 붕어빵을 사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어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아침에 이밥과 국을 먹는 습관이 아니라 가볍게 빵과 커피로 끝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평양에 국한된 일일지 모르지만, 식생활 문화가 달라지면서 군것질거리의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금컵체육인 종합식료공장’이 새로운 제품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만큼 북한의 군것질거리가 맛과 품질 면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문성희] 저도 북한을 오가면서 북한의 군것질거리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북한 기업이 계속 노력했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모양이 좋아졌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발전은 포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옛날에는 포장이 안 좋아서 아무리 맛있는 간식이라도 금세 건조해져서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탕 같은 것은 맛이 좋다고 말할 수 없었죠. 그래서 과거에는 제가 사탕을 선물로 받아도 그걸 먹지 않고 현지 사람들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일본에 선물로 가져가고 싶은 제품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기업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제품이 자주, 또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주식이 보장돼야 간식의 미래도 밝아
[기자] 북한 정권에서 과자는 ‘최고 지도자가 베푸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명절에 사탕과 과자 등 군것질거리를 특별 공급하기도 하고요. 또 북한에서 간식이 내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클 것 같은데요. 이런 군것질거리가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성희] 군것질을 즐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봅니다. 남성들은 술이나 밥 등을 즐기죠. 김정은 총비서는 자기 자녀도 그렇지만, 북한 아이들 전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김 총비서가 군것질거리의 발전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이 북한 상점에 많이 진열된 것만 봐도 이를 증명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또 "인민들의 식생활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는 목표도 군것질거리를 발전시키는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봅니다. 한 예로 북한의 한 빵 공장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제가 "어디서 파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을 위해서 생산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최고지도자가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북한에서 관심도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참고로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임금 대신 빵을 줬는데 , 이것을 다시 길거리에서 파는 모습도 본 적이 있습니다.

[기자] 과거 남북 교류가 활발했을 때 한국의 초코파이가 북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신라면과 커피믹스 등도 인기가 높았는데요. 그러다가 북한이 자체적으로 초코파이를 만들기도 했죠. 한국 간식 하나가 북한 주민의 사상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했는데요. 박사님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문성희] 네. 북한에서 한국이나 다른 나라 제품을 본떠 제조, 생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에는 ‘막대기 커피’라고 하는 커피 믹스가 있고, 초코파이도 북한식으로 만든 상품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국의 새우깡과 비슷한 상품도 봤습니다. 물론 원조의 맛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국내에서 생산한 군것질의 맛이 떨어진다면, 그 원인 중 하나는 재료 부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탕 하나를 봐도 맛을 보장하는 설탕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문제가 되죠. 또 일정한 기술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 기술을 외국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동강과수공장’ 등에서는 독일 기술자들의 힘을 빌려 과일을 재료로 한 제품들을 많이 생산해 냈습니다. 또 영국과 독일의 기술을 도입해 전 세계에 통하는 대동강 맥주를 만들어 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배우기만 하면 어느 정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은 여전히 식량 부족 국가로 꼽힙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돼야 군것질에도 눈길이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 간식거리를 만드는 데 쓸 재료나 자원,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 등 기본적인 환경과 조건이 필요한데요. 오늘날 북한 경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북한 간식의 미래를 짚어주신다면서요?
[문성희] 맞습니다. 간식을 보장받기 전에 우선 주식부터 해결해달라는 것이 일반 주민의 바람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간식을 만들 재료나 에너지가 있다면 그것을, 주식을 생산하는 데 돌려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주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간식을 좀 더 발전시켜 줄 것을 바랄 수 있는데요. 당연히 사람들의 기본적인 식생활이 발전하면, 저절로 북한 간식의 미래도 밝아진다고 봅니다.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일본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문성희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